▲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 준비위원회 발족식이 열린 31일 오전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김태현 위원장이 재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일본정부가 출연하는 10억엔은 배상금이 아니다.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존중하겠다는 차원에서 배상금으로 보기 어렵다"

김태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 준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한국과 일본정부의 일본군'위안부' 합의(12.28합의) 후속조치로 일본정부가 출연하는 10억엔의 성격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간 외교부의 설명과 전면 배치된다.

김태현 위원장은 31일 서울 세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본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할 때 명목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회복, 상처치유를 위한 사업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들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이야 말로 치유금이지 배상금이 아니다."

반면, 외교부는 10억 엔이 일본 정부의 순수 예산이고, △군의 관여라는 역사적 사실 인정, △일본 정부의 책임표명, △내각 총리대신의 공개적.공식적 형태의 사죄.반성 등을 뒷받침하는 상호연결된 이행조치라는 차원에서 사실상 배상금이라고 설명해왔다.

김 위원장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많은 분들이 죽기 전에 직접 지원해달라. 가능한 빨리 해달라고 했다. 그렇기에 치유금이라는 명목으로 10억엔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그 동안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12.28합의로) 책임을 인정했고, 피해자 상처를 치유하겠다, 그들의 명예를 존중하겠다는 차원에서 10억엔을 출연했기 때문에 배상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10억 엔이 의료 서비스 제공, 건강관리 및 요양.간병지원 등 생존자복지사업에 활용되는 치유금이라는 인식이다. 해당 사업은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이미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1993)'에 따라 시행하고 있어 중첩논란이 있다.

이에 따라, 여가부가 조만간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사업을 중단하고, 재단으로 생존자복지사업을 일원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여가부가 피해자들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지원한 것이므로 그 지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것을 급작스럽게 중단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 계속하고 어느 시기에 중단하는지는 준비위가 검토할 사안"이라고 했다.

▲ 비영리민간단체로 설립될 일본군'위안부' 지원재단 준비위 위원들. 오른쪽부터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조희용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소장,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일본 정부 출연금10억엔, '위안부' 피해자 용돈?

여가부와 재단 간 사업 중첩 여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김 위원장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요구를 거듭 강조하며 "직접적인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현금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10억엔을 '용돈'으로 지급할 뜻을 내비친 셈이다.

그는 "여가부가 하는 것은 현금지원이 아니다. 의료비와 간병비 등"이라며 "현금은 피해자들이 정말로 상처 치유를 위한 의료비, 간병비, 생활안정비 외에 쓸 수 있다. 여유를 드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1995년 일본 정부가 설립한 민간 재단인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국민기금)'이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한 전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민기금 측은 전쟁범죄에 대한 국가배상원칙을 회피한 채, 피해자들에게 '사과금(atonement money)' 명목으로 1인당 2백만 엔을 책정해 지급을 시도한 바 있다.

특히, 재단이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민간재단으로 설립될 경우, 정부 간 협의 절차에서 벗어나게 되는 일본정부는 10억 엔을 출연한 것으로 모든 책임을 다 했다고 버틸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비영리민간재단으로 출범해서 할머니들이 구체적인 사항을 더 많이 접근할 수 있고, 또 나중에 민간에게 펀드라이징해서 더 많이 그분들에게 지원하는 사업을 좀더 분명하게 할 수있기 때문"이라며 "재단은 일본정부가 개입해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우리가 주체적으로 결정해서 하는 것이다. 단지 때로는 일본과 협의할 사항이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비영리민간재단으로 설립되는 데 따른 여러 절차적 문제도 제기된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영리민간재단에 공무원이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정부 재단도 아니면서 왜 공무원이 법적 근거도 없이 일을 하느냐"며 "준비위 운영비도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데 이는 불법이다. 정부 스스로 불법을 자행하는 재단을 허용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재단준비위 출범과 관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성명을 발표, "누구를 위한 또 누구에 의한 화해이며 치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묻지마 합의'를 떡하니 해놓고는 배상도 아닌 성격조차 불분명한 '돈'을 받으라 강요한다. 일본정부가 '책임'이라 말하면 '법적 책임'인 것으로, '정부 예산'이라하면 '배상'인 것으로 알아서 과대 포장과 창의적 해석을 해가며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종결지으려는 박근혜 정부에게 더 이상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위로할 자격조차 남아있지 않은 듯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재단 설립 준비위에는 김태현 위원장을 비롯해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조희용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소장, 김교식 아시아신탁회장(전 여가부 차관), 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등이 위원으로 포함됐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와 정부 당연직으로 정병원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 임관식 여가부 권익증진국장 등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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