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외교장관들이 18일 낮 외교부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이제 우리는 더욱 더 압력을 가하고 제재 조치라든지 다른 수단을 통해, 그(김정은)가 지금 미사일시스템과 핵무기 프로그램이라는 매우 위험한 경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18일 낮 서울 사직로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직후 공동회견에서 '대화와 협상 쪽으로 대북 접근법을 바꿀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도 잘못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사람은 합리적 방법을 찾으려는 모든 손길을 거절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케리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승 70주년 행사' 초청을 거부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로 도발했다고 비난했다. 또 '현영철 처형' 보도에서 보듯 "가까웠던 사람들을 가장 말도 안되는 핑계로 숙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추가) 제재 방법론에 지금 논의하고 있다"며 "(중국이) 더 할 게 있을 것"이라고 공을 넘겼다. 오는 6월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 계기에 세부 조치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추궁도 한층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유엔총회가 안보리에 권고한 북한인권문제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에 중국이 동의하나'는 질문에, 케리 장관은 "아직 회부 결정이 나지 않았다"면서도 "(북한의) 행동이 더 나빠진다면, 궁극적으로 그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17일 저녁 서울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에서 만나는 한미 외교장관. [사진출처-외교부]

케리 장관은 대북정책 전반에 걸쳐 한.미 사이에 이견이 없으며, "원칙있는 외교를 중심에 두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미국은 계속 북한에 양자관계 개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그것이 실현되려면 북한이 비핵화 의무 준수 의지를 보여야 한다"면서 "지금 이 순간 최근 도발을 봤을 때, 북한은 그런 기준에 가까이 오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계속 개발하면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고 위협하고 있다.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면서, 자국민들의 기본적 자유와 인권 보호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제사회는 자국민에 대한 북한의 만행에 계속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켜서 행동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동맹을 현대화시켜, 어떠한 북한의 한반도 안보 위협에도 결단력 있게 대처할 것이다."

과거사 문제로 긴장 상태인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일본과 한국 모두가 이 민감한 역사 문제를 자제심을 가지고 대처하고, 직접 대화를 통해 과거를 치유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서로 수용할만한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27일 확정된 '신(新) 미.일방위협력지침'에 대해서는 "아주 오랜 한국과의 대화 후에 나온 것"이라며 "미.일이 국제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거나, 대한민국 입장에서 승인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경우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역사 문제와 전략적 이해가 일치하는 북핵 문제라든가, 경제 등 상호 호혜적인 분야는 분리해서 협력한다는 투트랙 접근법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교 50주년 계기를 살려 (일본이) 분명한 역사인식을 표명해서 한.일 관계가 선순환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6월중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 동맹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고, 한반도 및 아시아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가는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데 공감하였다"며 "케리 장관과 저는 내달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전 회담에서, 윤 장관은 "내적으로 공포정치가 북한 장래에 대한 우려에 불을 지폈으며, 외적으로는 최근 SLBM 사출시험에서 보듯 심각한 위협이 존재하고 있다"며 "과거 경험에 비추어, 북한 문제에서 특효약은 없으며, 굳건한 억지와 강한 압력, 외교로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중국을 거쳐 17일 오후 방한해 서울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에서 윤병세 장관과 만찬을 함께 했다. 18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뒤 윤병세 장관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으며, 오후 고려대에서 '사이버 문제'를 주제로 강연을 개최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