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준 (전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정책연구원)


통합진보당의 심각한 내분 속에 25~30일 당직선거가 실시된다. 특히 당대표 후보로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강병기 전 경상남도 부지사가  나서 이른바 '강 대 강' 대결이 벌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일뉴스>는 강기갑 후보와 강병기 후보를 지지하는 기고문을 각각 의뢰해 싣는다. 기고문의 모든 내용은 전적으로 기고자의 의견이며, 표기는 '후보'로 통일한다. 강병기 후보를 지지하는 장창준 전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정책연구원의 기고문이 도착해 먼저 게재한다. /편집자 주  


<통일뉴스> 기자로부터 합리적인 양측 지지자들의 글을 받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다. 내가 합리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놈’인 것은 분명하다. 당 사태에 대한 그동안의 내 입장과는 ‘다른’ 후보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상한 놈인가, 당이 이상한 것인가, 세상이 하수상할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사람이 비정상으로 몰린다는 것. 스스로 그렇게 위안해본다.

‘反동부’ 장창준이 ‘親동부’ 강병기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

나는 경기동부(의 중앙당 파견자)의 파행적 당운영에 커다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5년의 당직자 생활 속에서 나에게 비친 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그 중 일부 사람들은 이해 정도를 넘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일삼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의정지원을 책임지는 사람이 의원단총회를 몰래 녹음을 한다거나, 중앙당의 사무총국의 실무를 총괄하는 사람이 수시로 당원을 당기위에 제소하겠다는 협박을 하거나 실제로 당기위에 제소한다거나.

그렇게 나는 반동부가 되어갔고, 반동부 정체성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런 내가 ‘친동부’로 낙인이 찍혀있는 강병기 후보를 지지하고 강병기 선본에 부분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반동부인 내가 ‘친동부’ 강병기를 지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니.

우선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강병기 후보를 ‘경기동부 당권파와 야합한 후보’라느니, 강기갑 비상대책위원회를 ‘제명 비대위’니 하는 표현들은 대결의 산물이다. 선거가 이런 감정적인 비방과 비난으로 전개될 경우 통합진보당은 혁신도 화합도 거듭나는 것도 불가능하다. 양 선본 모두 감정적인 비난전, 낙인찍기를 자제해야 한다.

경기동부 혹은 당권파의 지지를 받는다고 해서 강병기 후보가 ‘친동부’라고 규정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현 상황에서 ‘경기동부와 야합할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강병기 후보를 ‘친동부’라고 규정하는 데는 ‘이석기, 김재연을 감싸도는 모습’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강병기 후보가 이석기, 김재연의 사퇴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자진 사퇴가 옳다. 그러나 자진 사퇴를 거부하는 후보를 곧바로 제명 절차에 착수하는 것은 당을 더욱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2차 진상조사를 엄격하게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하자”는 문제의식이다.

이 문제의식에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동의되지 않는 주장을 한다고 해서 특정정파의 ‘꼭두각시’는 아닌 것이다. 대결이 격화되면서 이성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현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강기갑 혁신비대위를 ‘제명비대위’라고 부르는 것 또한 대결의 산물이며 대결을 격화시킨다. 혁신비대위는 중앙위원회로부터 ‘비례후보를 사퇴시키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사퇴를 권고했지만 사퇴하지 않네요!”라고 중앙위에 보고하라는 것인가. 그건 코미디이다.

이번 대표선거는 당 혁신의 적임자, 당을 정상화시키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이다. 대결을 지양하고 양 후보가 내세우는 혁신의 과제를 당원들이 평가하고 그 과정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거듭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당원들은 지혜롭게 누가 더 혁신의 적임자인가를 선택하게 될 것이고, 그 선택에 승복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기갑 비대위원장의 출마는 적절치 않았다. 강기갑 후보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강기갑 후보는 ‘손에 피를 묻힌 사람’이 되었다. 그에 대해 한쪽에서는 강력히 반발하고, 한쪽에서는 강력히 지지하는 국면이 만들어졌다. 이는 강기갑 후보의 잘못이 아니다.

강기갑 후보가 대표로 출마한다면 강력히 반발하는 쪽에서의 반대 목소리가 올라갈 것이고, 강기갑 후보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그 반대 목소리에 반대하는 목청을 높일 것이다.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강기갑 후보의 출마는 대결전선을 강화하고, 혁신의 적임자를 뽑는 선거는 사라지고 대결전선이 강화되는 선거가 될 것이었다.

왜 혁신해야 하는가?

혁신은 통합진보당의 사활적 과제이다.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통합진보당의 국민들 속에서 거듭나지 못한다면 통합진보당이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며, 정권교체 역시 물거품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왜 혁신해야 하는가이다. 왜 국민들은 이토록 통합진보당의 혁신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는가.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통합진보당의 정치적 지위가 상승하였다. 통합진보당은 명실상부한 제3당이 되었다. 과거의 군소정당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은 통합진보당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으며, 과거엔 냉소하고 넘어갔을 문제까지도 이제는 관심을 갖고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제3당이 되면서 국민의 감시를 받는 정당이 된 것이다.

둘째, 이같은 국민의 요구에 화답하기에 통합진보당은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 3주체가 물리적으로 결합하다보니 원활한 당운영이 불가능하였다. 비례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3주체는 극한 경쟁을 하게 되었고, 크고 작은 부정과 부실 선거가 진행되었다. 민주노동당 내에 존재했던 비민주적, 패권적 당운영이 잔존한 채 통합진보당을 출범시킨 것은 불을 지핀 격이었다.

문제가 발생하자 능동적으로, 혁신적으로 문제를 풀 동력은 사라지고, 당권파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용납될 수 없는 행위’를 일삼았다. 국민들은 실망하여 분노하였고, 당원들은 상처받고 분열되었다.

혁신은 바로 이 두 가지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민의 요구에 화답해야 한다. 제3정당으로서 책임있는 정치를 해야 하며, 제3정당의 지위에 맞는 국가비전, 정책노선, 당운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당원의 상처를 치유하고, 단결시켜 당을 정상화하고 국민들의 분노의 감정을 지지와 애정의 감정으로 바꾸어야 한다.

따라서 혁신은 통합과 분리될 수 없는 문제이다. 일부 세력들이 그리고 언론들이 ‘혁신이 우선이냐 통합이 우선이냐’를 물어온다. 누가는 혁신이 우선이고, 누구는 통합이 우선이라도 대답한다. 잘못된 질문이고, 바보같은 답변이다. 혁신이 곧 통합이고 통합이 곧 혁신이다.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국민의 눈높이, 진보적으로 맞춰야”

혁신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혁신의 진정성과 혁신의 성공을 위한 출발점이다. ‘국민의 눈높이’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 ‘당원의 눈높이’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 강기갑은 전자를 강조했고, 강병기는 후자를 강조했다.

강기갑은 새로나기 특위 보고서에서 제시한 혁신안을 받아들이는 모양새였고, 강병기는 새로나기 특위 보고서의 혁신안을 비판하는 모양새이다. 두 후보 모두 잘못된 출발을 했다. 특위 보고서는 통합진보당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외부인사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경청해야 할 소중한 가치를 갖는다.

그렇다고 하여 특위 보고서의 혁신안이 혁신의 모든 것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진성당원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진성당원제는 폐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보완해야 할 대상이다. 패권적 당운영과 잘못된 조직문화, 정파문화로 인해 진성당원제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패권적 당운영과 잘못된 조직문화를 혁파하여 진성당원제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구조와 문화를 만드는 것이 혁신이다.

특위 보고서가 이같은 완결성까지 갖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차기 당대표가 특위 보고서를 참고하고, 당원들과 함께 특위보고서를 보완함으로써 진보정당다운 혁신안을 만들고,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와 당원의 눈높이는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진보적 입장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수구정당은 국민의 눈높이를 수구적으로 맞추려 하며, 보수정당은 보수적으로 맞추려 한다. 진보정당은 국민의 눈높이를 진보적으로 맞추어 가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강병기 선본은 현재 혁신 중에 있다. 당원의 눈높이를 강조하는 초기 대응에서 벗어나 균형적 시각에 맞춰 혁신안을 새롭게 모색하고 있다. 자랑 같지만, 강병기 선본에는 필자를 포함해 젊은 세대가 상당히 결합하였고, 이들의 역할로 인해 선거 대응 방식과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아래 글은 젊은 세대가 결합하여 만든 첫 번째 결과물이다.

▲ [사진제공 - 장창준]

강병기 선본은 지금 “혁신 중”

그러나 젊은 세대들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다 체계적인 혁신안을 만들어야 했고, 선본 관계자들과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혁신대표를 뽑는 혁신선거가 되기 위해 그래서 대표 선거 이후 당을 실질적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가야 할 관문이었다.

“당원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것이 혁신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통합진보당은 정파에게 권력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입을 닫고 귀를 여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진보정당은 진보적 가치를 설파하기 위해 많은 주장을 했지만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에 귀를 여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당원발의 총투표, 당원발의 공직자 소환제는 “당원에게 권력을” 주기 위한 혁신안이다. 당원대장정, 정치콘서트, 진보진영 정책포럼은 “입를 닫고 귀를 열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물론 이런 혁신안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세부적으로 다듬어야 하고, 현실화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요구되는 또 하나의 혁신과제는 “세력교체, 세대교체”였다. 세력교체만으로는 안 된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당 혁신을 힘있게 밀고 나갈 수 있다. 새시대 젊은 리더를 발굴,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어야 하고, 통합적인 탕평인사, 당운영의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했다. 그래야 패기 있고, 정파로부터 자유로운 젊은 세대들이 당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아래와 같이 반영되었다.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서 더 많이 다듬고 보완해야 하겠지만 이것만큼은 자신 있게 말씀 드릴 수 있겠다. 강병기 선본은 지금 혁신중이다. 당을 혁신하기에 앞서 선본이 먼저 혁신하는 것. 젊은 세대들의 적극적인 목소리를 반영하여 선본이 변화하고 있다.

선거과정에서부터 혁신하고 있는 강병기 후보, 혁신대표로서의 자격이 있지 않은가?

힐링 선거 위해 양 선본 모두 끝까지 노력해야

당원들의 상처를 덧내는 대결적 선거는 절대로 지양해야 한다. 성남에서의 ‘유령당원 소동’,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대결 선거의 양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결의 한 전선에 서 있지 않은 당원들은 너무 아프다. 너무 아파서 외면하려해도 외면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당원들은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선거가 아무리 중요하고 자기를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이 선거의 기본 목적이라고 해도, 진보정당은 진보정당다운 선거를 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당원의 아픔을 달래고 상처를 치유하는 ‘힐링 선거’여야 한다. 강병기 후보가 당원연설회에서 강조했던 말이기도 하다. 200% 공감한다. 당원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서는 혁신도, 통합도, 야권연대도, 정권교체도 불가능하다. 양 선본 모두 ‘힐링 선거’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
▲ [사진제공 - 장창준]
통합진보당은 지금 벼랑 끝에 서있다. 조그만 바람에도 무게중심을 잃어 낭떠러지에 떨어질 위기이다. 유권자들인 당원에게도 바란다. 대결적 시각으로 후보들을 판단하지 말자. 강기갑 비대위가 ‘제명비대위’도 아니고, 강병기 후보가 ‘당권파와 야합’한 것도 아니다. 비난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슬기와 지혜가 우리 당원에게는 있다고 믿는다. 강병기, 강기갑 모두 훌륭하신 분들이다. 대결적 상황이 이분들에게 오명을 씌우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누가 대표가 되어야 하고, 누가 대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통합진보당에 요구되는 혁신을 누가 ‘더’ 잘 이끌 적임자인가 하는 것이 후보 선택의 유일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