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각) 북한의 '광명성-3호' 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결과를 지켜본 한 외교소식통은 "이르면 16일(뉴욕시각, 한국시각 17일)에 의장성명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합의문은 나오지 않았으나 첨예한 쟁점도 부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4월 의장국인 미국의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는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발사가) 국제사회의 확고하고 일치된 입장에 반하는 것으로 개탄스럽다(deplorable)"는 안보리의 초기 입장을 밝혔다. 법적 책임을 물을 때 쓰이는 '규탄한다(condemn)' 대신, '개탄한다(deplore)'가 들어간 게 눈에 띈다.

소식통에 따르면, 라이스 대사는 15일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13일(뉴욕시각) 오후에라도 '의장성명'을 채택하자고 제안했으나, 중국을 비롯한 상당수 이사국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시리아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유럽연합(EU)는 그저 '단합(unity)'을 촉구하는 식으로 중국.러시아와 대립하지 않으려 애썼으며, 중국은 북한측의 평화적인 우주공간 이용권을 인정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도 존중돼야 한다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의 발사 실패로 다소 여유를 가지게 된 우리 정부도 미.중을 지나치게 채근하지 않는 눈치여서, 2009년 '광명성-2호' 때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의 의장성명 채택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관련국들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배경에는 추가적인 제재 수단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함으로써 제3차 핵실험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고려가 깔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09년 4월5일 북한측이 '광명성-2호'를 발사한 이후, 안보리는 8일 만에 '안보리 결의 1718에 의거하여 북한의 4.5 발사를 규탄한다'는 의장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이는 그해 5월25일 북한측의 제2차 핵실험을 불러왔으며, 안보리는 그해 6월 결의 1874호를 통과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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