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김양희 기자가 개인적인 이유로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28일까지 미국을 방문했다. 월가 시위와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 추모 현장을 보는 등 주로 미국의 동부지역을 여행하면서 느낀 생생한 소식을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전기 없이 살 수 있을까?’

▲ 아미쉬족, 그들은 최대한 문명을 거부하며 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기자]

올겨울 강추위가 예상되는 가운데 최악의 전력난으로 정전이 되기도 하고 해서 산업계에서는 전력사용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겨울이나 여름은 물론이고 일상에서 전기가 없이 살 수 있을까 질문을 한다면 과연 몇이나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그만큼 우리에게 전기는 생활의 한 부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가 없이는 절대 살 수 없을 것 같은 미국에서도 우리의 청학동처럼 문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사는 아미쉬(Amish)족이 있다.

펜실베니아 랭캐스터에 있는 아미쉬 마을은 전기도 쓰지 않고 전화나 자동차도 쓰지 않아 마차를 타고 소를 몰아 밭을 간다. 전기가 문명이기에 세상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아미쉬족은 외부세계와 소통하지 않은 채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결혼도 자기끼리만 하고 아이를 많이 낳아 부족을 늘인다. 평균 6.8명의 아이를 낳는다고 하는데 옷보 비슷비슷하게 입고 머리도 길러서 땋고 다니기 때문에 꼭 쌍둥이 아이들 같다.

여자들은 평생 머리를 기르고 남자들은 수염을 자르지 않는다. 결혼하면 여성은 머리카락을 기르고 남성은 면도하지 않아야 한다고 성경이 가르친다고 믿는 아미쉬인들은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매우 모욕적인 행위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 여자들은 흰 모자를 쓴 채 대개 단색의 긴 원피스 위에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남자들은 검은색이나 짙은 색의 바지만 입는다.

때문에 아미쉬 마을에 들어서면 아주 오래된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 눈앞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을 내주라’

이들은 종교적 신념으로 자신들의 교리를 지키고 사는 것이라고 한다. 아미쉬는 기독교의 한 종파로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스위스의 재침례(Anabaptist)교단에서 분파돼 나왔다.

창시자 제이콥 암만(Jakob Ammann)은 1693년 교단에서 분파를 이끌고 나왔는데 암만을 따르는 사람들은 아미쉬나 아미쉬 메노나이트로 불렸는데 아미쉬란 이름도 그의 이름 암만에서 유례된 것이라고 한다.

기성 교파를 부정하는 교리를 추구하다 박해를 받게 되자 박해와 종교전쟁, 그리고 가난을 피하기 위해 1800년대 미국 땅으로 집단 이주를 한 이들이 첫 이주한 곳은 펜실베이니아주 벅스 카운티(Berks)였지만 인디아나와 켄터키, 미시간, 미네소타, 미주리 등 18개주로 퍼지게 됐고 현재는 미국의 23개 주와 캐나다 등지에 정착해 아미쉬타운을 이루며 살고 있다.

아미쉬들은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실제 생활에 그대로 적용하려고 하는 사람들로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의 사진을 찍기는 참 어렵다. 이들은 원래 자신들의 결혼사진도 찍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방문한 아미쉬 마을에서 주민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고기만 먹지 않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우유나 계란이 들어간 음식들도 철저히 먹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이들도 마을 어른의 성향에 따라 교리를 철저히 지키는 사람들이 있고 조금 느슨해 버스 등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던 마을은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아미쉬족들이었나 보다. 일반인들과 대화를 하는 것 등을 전혀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고 동양인인 우리에게 오히려 말을 걸기도 했으니까.

어쨌든 폐쇄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이 미국사회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빰을 내주라’는 교리를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부인들의 욕설이나 폭력적인 행동에도 침묵한다는 것. 실제 지난 2006년 한 외부인이 아미쉬의 어린 여자아이들을 여럿 살인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그 살인자와 가족을 용서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아무런 욕심 없이 소박한 삶을 통해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실천하는 모습이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다.

죽어가는 김대중 대통령 기념식수

▲ 리도홀 총독관저, 자세히보면 영국왕실기가 위에 있으며, 캐나다기가 아래에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기자]

미국 동부와 캐나다 여행을 하면서 우리 대통령들을 떠올린 일이 있다. 바로 캐나다 총독이 기거하는 총독관저, ‘리도 홀’에서였다.

캐나다는 영연방의 일원이며 입헌군주제를 실시한다. 상징적인 국가수반은 영국의 왕위계승자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총독이 엘리자베스 2세의 대표 자격으로 활동하고 여왕대신 군주제의 기능을 수행한다. 임기 5년의 총독의 임명은 영국 국왕과 캐나다 정부의 협의에 맡겨져 있으나 1952년 이래 캐나다인이 임명되도록 되었기 때문에 총독의 지위는 더욱 명목상의 것이 되었다.

국왕의 개인적 대표자에 불과한 총독은 보통 5년의 임기를 지내며 오타와에 있는 리도 홀과 퀘백 시타델에 있는 총독관저 두 군데 공관을 사용할 수 있다. 그는 의회를 소집하고 해산하며 대사를 임명하고 군대를 통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최초의 캐나다인 총독은 1952년에야 됐으며 최초의 여성 총독은 1983년에 임명됐다.

오타와에 위치한 리도 홀에서 총독은 각국의 수반들을 영국여왕 대신 만나왔다. 그러다보니 ‘리도 홀’에는 각국 정상들의 기념식수가 가득하다.

▲ 김대중 대통령의 기념식수, 수종이 캐나다의 환경에 맞지 않아 뒤의 아름드리 나무들에 비해 현저히 작고 약하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기자]

우리 대통령들의 기념식수들도 눈에 띄는데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념식수는 큰 나무들 사이에서 거의 죽어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지리산에서 가져온 나무인데 캐나다의 환경과 맞지 않아 죽곤 해 그나마도 몇 번에 걸쳐 새로 심은 나무라고 한다.

패키지여행 일행인 한 할아버지는 “김대중이 죽었으니 나무도 뽑아버리자!”고 한다.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노인 중의 하나였겠지만 그래도 우리 대통령의 기념식수가 죽어가는 모습에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싶다. 그렇지만 더 아닌 것은 풍토 등을 고려해 잘 살아갈 수 있는 나무를 기념식수로 선택을 해야지 그런 것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선택을 해서 나무가 죽어가는 것은 정말 더욱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귀신을 맞는 축제, 할로윈데이

▲ 할로윈을 앞두고 호박으로 장식한 가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기자]

내가 미국에 갔을 때는 할로윈데이를 앞두고 있을 때였다. 미국인들은 10월 31일 할로윈데이의 준비를 한 달도 전부터 하나할 정도로 곳곳에 할로윈데이와 관련한 호박장식이 가득했고 슈퍼마켓에도 커다란 호박들을 팔곤 했다.

영국 등 북유럽과 미국에서는 큰 축제일로 지켜지고 있는 할로윈데이는 원래 기원전 500년경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인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삼하인은 여러 귀신 중 죽음을 관장하는 신, 죽음의 신으로 그러니까 할로윈데이는 귀신을 맞는 축제인 것이다. 켈트족들의 새해 첫날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1일인데 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그 영혼은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몸속에 있다가 내세로 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 죽은 자들은 앞으로 1년 동안 자신이 기거할 상대를 선택한다고 여겨 사람들은 귀신 복장을 하고 집안을 차갑게 만들어 죽은 자의 영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10월 31일은 이승과 저승간의 문이 열리는 날이라고 생각해 서로의 세계가 소통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단다.

할로윈데이에는 ‘잭-오-랜턴(Jack O'Lantern)’이라 불리는 호박등이 등장하는데 이 등은 속을 파낸 큰 호박에 도깨비의 얼굴을 새기고 안에 초를 넣어 도깨비눈처럼 번쩍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는 망령의 갈 길을 밝혀주기 위한 등이라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술 잘 먹고 교활한 잭이라는 사람이 마귀를 속여 골탕 먹인 뒤 죽였다고 한다. 이후 앙심을 품은 마귀에 의해 그는 천국도 지옥도 가지 못하고 추운 아일랜드의 날씨 속에서 암흑 속을 방황하게 되었다. 결국 추위에 지친 잭이 마귀에게 사정하여 숯을 얻었는데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 호박 속을 파고 이 숯을 넣어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이 할로윈을 상징하는 ‘잭-오-랜턴’ 되었다는 것이다.

죽음의 신을 기리는 날이 국민적 축제?

그러다 로마가 켈트족을 정복한 뒤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교황 보니파체 4세가 11월 1일을 ‘모든 성인의 날(All Hallow Day)’로 정하면서 그 전날이 ‘모든 성인들의 날 전야(All Hallows’Eve)’가 되었고 이 말이 훗날 ‘할로윈(Halloween)’으로 바뀌어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후 영국 청교도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미국에서도 할로윈 축제가 자리를 잡게 되었으며 이제는 국민적 축제가 됐다.

그러나 할로윈데이는 처음부터 할로윈이 아니었고 내용적으로 고대 켈트인의 삼하인 축제 그러니까 죽음의 신을 기리는 날이라 볼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날이 국민적 축제가 된 것이다.

한편 할로윈데이 밤이면 마녀·해적·만화주인공 등으로 분장한 어린이들이 ‘trick or treat(과자를 안주면 장난칠거야)’를 외치며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초콜릿과 사탕을 얻어간다고 한다. 이날은 찾아오는 어린이들에게 줄 사탕과 초콜릿을 잔뜩 사놓아야하는데 혹시라도 불이 켜져 있는데도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하면 아이들은 계란을 던지거나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아 사촌오빠는 불을 켜지도 않고 어둠 속에서 있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어린이들은 재미있는 분장과 장난을 허용한 날이라 더욱 신나는 날이겠지만 기독교 국가에서 할로윈데이는 귀신문화와 풍습 등을 무분별하게 따라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미국의 귀신문화를 또 무분별하게 우리나라에도 들여와 특별한 기념일로 여기는 것은 더욱 황당할 수밖에.

이모저모 중에서도 또 이모저모- 공산당 사탕?

▲ 공산당 사탕.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기자]

미국에는 지도자를 비롯해 여러 유명인사 등을 재밌게 희화화 하는 것을 해외토픽 등의 뉴스에서 봤다.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공산당 사탕, 사전적 의미로 commie은 (경멸적으로 써서) 공산주의자, 공산당원이다. 중요한 것은 경멸적인 의미를 포함한 사탕인데, 대체 먹는 사람에게 경멸적 의미를 준다는 것인지, 아니면 사탕에 경멸적인 공산주의자라는 이름을 붙여 사탕을 경멸한다는 것인지. 당최 왜 저런 사탕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많이 늙었나?ㅋㅋ

*미국방문기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신 독자들에게 고마운 인사 전합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