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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시장에 판 행위는 '무죄' -형법(1)<초점> 북 인민보안성 ‘참고서’ 무얼 담았나? (2)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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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6.24  12: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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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민보안성출판사가 2009년에 발간한 『법투쟁부문 일군들을 위한 참고서』(이하 참고서)는 “3. 법의 해석적용에서 제기되는 정황과 해답”이 중심 내용이다.

형법과 형사소송법, 민사법의 해석적용에서 제기되는 쟁점과 해답을 담고 있으며, ‘정황’을 설명한 뒤 ‘해답’을 제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4가지 속성 갖춰야 범죄로 인정

그 중에서도 ‘1) 형법의 해석적용에서 제기되는 정황과 해답’(71-499쪽)은 가장 많은 분량을 배치해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형법과 관련해서는 (1)범죄의 개념과 형사책임 (2)국방관리 질서를 침해한 범죄 (3)사회주의 경제를 침해한 범죄 (4)사회주의 문화를 침범한 범죄 (5)일반행정관리질서를 침해한 범죄 (6)사회주의 공동생활질서를 침해한 범죄 (7)공민의 생명재산을 침해한 범죄로 나누어 정황과 해답을 싣고 있다.

참고서는 형법에 대해 “일반적으로 형법이란 해당 나라의 국가사회제도와 법질서를 침해하는 범죄와의 투쟁을 목적으로 범죄와 형벌을 규제한 국가의 법”이라며 “공화국 형법은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제도와 사회주의적 법질서를 침해하는 온갖 범죄자들을 진압하고 제재할 목적으로 우리 나라에서 어떤 행위가 범죄로 되며 범죄자에게 어떤 종류의 형벌을 어느 정도 주겠는가 하는 범죄와 형벌제도를 규제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1)범죄의 개념과 형사책임’에 대해서는 “공화국 형법에서는 사회적 위험성과 위법성, 죄책성, 가벌성과 같은 범죄행위만이 가지고 있는 4가지 고유한 속성을 갖추었을 때 범죄로 인정한다”며 “국가주권과 사회주의제도와 법질서를 침해한 사회적 위험성이 있는 행위여야 하며 법규범을 어긴 위법성이 있고 고의 또는 과실같은 범죄자의 심리에 기초한 죄책성 있는 행위여야 하며 형벌을 줄 정도의 가벌성이 있어야 범죄로 인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돼지고기 시장에 판 행위는 ‘위법성 없다’

첫 번째 사례로 든 ‘정황1’은 협동농장의 창고장이 관리위원장의 지시로 농장창고에서 여러 사람에게 1t의 쌀을 장부에 등록하고 준 경우다. ‘해답’은 당연히 창고장에게는 범죄로 볼 수 있는 ‘사회적 위험성 있는 행위’가 없다로 제시되고 있다. “창고장의 행위는 공모되지 않는 이상 관리위원장이 내린 지시가 비법적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집행하였어도 범죄로 형사책임을 추궁할 수 없으며 에 대한 책임은 비법적인 지시를 내린 관리위원장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황4’는 만취상태에서 길을 건너다 속도위반한 승용차에 치여 병원에 실려갔는데 병원 실험실 ‘준의’가 혈액형을 잘못 판단해 수혈로 사망한 사건이다. 해답은 ‘범죄의 인과관계’를 따져 “결과발생에 직접적으로 작용한 행위에 대하여서만 범죄로 보고 그 결과발생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우는 원칙에서 처리하여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속도위반한 승용차 운전자는 교통사고죄로 형사책임을 지우고, 실험실 ‘준의’에게는 의료사고죄 형사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참고서’는 북한에서 법을 다루는 관계기관 일꾼들에게 법지식을 일깨우는 말그대로의 참고서로서의 기능에 충실하게 서술돼 있다.

그러나 ‘정황’들 중에는 북한 사회의 실상이나 어두운 면이 포함된 경우도 적지 않다. ‘정황5’는 상점에서 상품을 훔친 다음 범죄흔적을 없애버리기 위해 상점에 불을 지르고 도주했는데 상점 경비원이 타죽은 경우이다. 이 경우는 해답은 ‘직접고의에 의한 국가재산 파손행위’와 ‘직접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제시되고 있다.

시장경제와 관련된 정황들도 자주 눈에 띈다. 집에서 돼지를 길러 돼지고기를 시장에 팔아 폭리를 본 행위는 위법성이 없다는 해답이 제시돼 있다. 그러나 삼륜자전거와 두바퀴밀차를 자체 제작해 역전에 나가 개인들의 짐을 운반해주고 운반비를 받은 경우는 범죄행위는 아니지만 자기의 노동력을 비법적으로 판 행위이므로 수익금에 대해 해당한 국가납부금을 바치게 하고 법적으로 강한 교양을 줘서 다시는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돼 있다.

미성년자, 정신병자는 형사책임 면제

14세 미만 어린이가 저지른 범법행위는 형법상 형사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는 사실과 중학교 4학년(17세) 학생이 어머니의 불륜을 보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은 ‘고의적 살인죄’로 형사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대목도 들어있다.

또한 정신병자의 범죄행위는 형사책임을 지울 수 없지만 만취한 상태에서의 범죄행위는 형사책임이 있고, 다만 술을 마신 다음 범죄적 의도가 생겼는지 범죄적 의도를 이미 가지고 술을 마셨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제시한다.

‘참고서’는 형법과 관련 “이 법에서 범죄로 규정한 행위를 한 경우라 하더라도 사회적 위험성이 없거나 작아 가벌성이 없는 것도 있고 범죄의 실행정도와 공범사건에서와 같이 매개 범죄자들이 논 역할에 따라 형사책임을 무겁게 또는 가볍게 지워야 할 경우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정황13’은 딸만 셋인 여성이 또다시 여자아이를 낳았는데 ‘불능아’(장애아)여서 젖을 먹이지 않고 방치해 죽게 한 경우 “불순한 동기가 없는 영아살인이므로 형사책임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는 해답을 내놓고 있다. ‘사회적 위험성’에 중점을 둔 이같은 법적용은 우리의 법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웃지도 울지도 못할 사건사고들

어느 사회건 수많은 사람들이 얽혀 살다보면 우발적 사건이나 우연한 사고도 끊이지 않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참고서’에 제시된 ‘정황’들 중에도 이런 사례들이 많다.

트럭 뒷칸을 얻어탄 노인이 비를 피하기 위해 적재함에 놓여있던 관 속에 들어가 있었는데 이를 모르고 나중에 이 트럭을 얻어탄 사람들이 노인이 갑자기 관속에서 나오자 기겁했고, 그중 소년단원 한 명이 차에서 뛰어내리다 사망한 사건도 있고, 아버지를 밀쳤는데 문턱에 이마를 부딪쳐 사망하자 가족들이 짜고 아버지가 부주의로 넘어진 것처럼 거짓진술을 한 사건도 있다.

불륜이 부른 화도 여럿 소개되고 있다. 어떤자가 아내와 아이들을 죽이고 딴 여자와 살기 위해 무연탄가스로 질식시켜 죽이려 했다가 미수에 그쳤다거나 자기 집에서 아내가 다른 남자와 희희닥거리는 것을 보고 주먹으로 힘껏 쳤는데 숨을 거둬 자백한 경우도 나온다.

도적패인 ‘똥개패’에 들어가 개인집 물건을 훔치는데 가담했다가 현장에서 체포된 사례, 범죄자 두명이 공모해 군인으로 가장하고 남의 집에 들어가 칼러TV를 훔쳐 나오는데 집주인 여자를 만나자 한명은 물건을 들고 뛰고 다른 한명은 집주인이 반항하자 목졸라 살해한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사례는 주범과 종범, 직접 범죄행위 가담여부에 따른 형사책임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들이지만 북한 사회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4촌 오빠가 친구들과 군인으로 가장하고 강도질을 모의한 장면을 목격하고 “혜숙은 오빠들이 하는 일에 계집애가 무슨 간참을 하겠는가고 생각하여 모르는 척하여” 강도행위가 발생했고, 혜숙은 ‘불신고죄’로 형사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해답도 제시돼 있다. 여성들의 사회적 권리의식이 법적으로 보장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연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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