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경기도 안양 서울구치소 앞에서 범민련 이규재 등의 보석 석방 환영식이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와~저기 나오네"

서울구치소 정문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오르막길의 가로수 사이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이규재 의장과 이경원 사무처장, 최은아 정책위원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변호인단과 함께 나란히 걸어 내려오는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27일 오후 4시 23분.

지난 5월,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동시에 구속 기소된 지 7개월여 만이자, 법원이 통신비밀보호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이고 보석 석방 결정을 내린 지 6시간 만이었다. 애초 오후 2시쯤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서류상의 문제로 시간이 상당히 지연됐다.

이날 낮 12시부터 구치소 정문 앞에서 삼삼오오 자리를 지켰던 50여 명의 가족과 지인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꽃다발을 들고 양쪽으로 줄을 지은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이경원 사무처장의 아들 강(6)군이 "아빠"라고 외치며 품 안에 뛰어들었다.

▲ 석방자들은 변호인단과 함께 웃는 얼굴로 구치소 정문까지 내려왔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이경원 사무처장의 부인과 아들 강(6)군이 서로를 껴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석방자들은 찾아온 가족들과 지인들을 얼싸안으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의장님, 얼굴 살이 많이 빠지셨네요" "아니야, 건강 하나는 확실히 챙겼어"
"이 처장님, 흰 머리가 많이 느셨어요" "흰 머리는 원래 있었어, 나 봐봐, 뱃살이 쏙 들어갔어"
"은아야, 고생했다" "고생은요,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오갔던 말은 한, 두 마디였지만 서로가 포옹을 나누고 악수를 하며 마음을 대신했다. 강(6)군은 이 사무처장 왼팔에 매달려 떨어질 줄을 몰랐고, 최 위원장의 어머니도 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얼굴이 말쑥해진 이규재 의장, 흰 머리가 부쩍 많아진 이경원 사무처장,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최은아 정책위원장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 특히 평소 지병이 있었던 이 의장의 건강 상태를 묻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 의장은 "괜찮다"며 웃음을 지었다.

▲ 석방된 이들은 앞으로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범민련 활동의 정당성을 알려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마이크를 잡은 이 의장은 "밖에서 애써주신 동지들이 고맙고 덕분에 큰 고충 없이 잘 있다 나왔다"며 "앞으로가 오히려 더 중요할 것 같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이경원 사무처장은 "수사기관이 무작위적으로 감시하고 이메일을 압수수색하고 패킷감청 등 일상적인 감시를 해 왔다는 것이 여실히 나타났다"며 "국가보안법은 물론 증거수집과정의 위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 같다. 앞으로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해 우리의 투쟁이 얼마나 정당했는가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하나하나 증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은아 정책위원장도 "아주 중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 같아 기쁘다"면서 "국정원의 반민주적인 행태에 제동을 거는 것은 물론, 본질적으로 민간의 남북관계 교류에 대한 정당성을 재판 과정을 통해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이를 입증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근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 환영식에서 이 사무처장은 "범민련 19돌 결성대회를 앞두고 이렇게 나올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재판의 중요 기소 내용인 '잠입.탈출'과 '회합.통신' 등에 대해 범민련 활동이 정당하다는 부분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날 환영식에는 석방자들의 가족을 비롯해 이종린 범민련 남측본부 명예의장,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김호현 회장, 임방규.권낙기 통일광장 공동대표, 진관스님, 민가협 회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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