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국무부 정보공개 사이트에서 확인된 2건의 KAL858 관련 비밀해제 문건. [자료사진-통일뉴스]
87년 11월 29일 115명의 승객을 태운채 실종된 KAL858기 사건에 관한 미국 국무부의 비밀해제 문서가 확인돼 주목된다.

KAL858기 사건 연구자 박강성주 씨는 최근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서 '정보자유법'에 의해 97년 비밀 해제된 ‘정상회담 지역 의제’(87.12.15) 문건과 미 국무부의 브리핑 자료 ‘요지-칼기 추락’(88.2.19) 문건을 확인했다.

미소 정상회담서 ‘증거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 87년 12월 미.소 정상회담 지역 의제 관련 문건 중 KAL858 관련 부분. [자료사진-통일뉴스]
‘정상회담 지역 의제’는 1987년 12월 7-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 간의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지역 이슈들이 담긴 9쪽 짜리 비밀(CONFIDENTIAL) 해제 문서로서 네 번째 의제로 ‘한반도’ 문제가 다뤄지고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타이-버마 국경 상공 칼기 폭파에 북한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으며, “우리(미국)는 증거가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소련에게 북한의 자제를 촉구하도록 영향력 행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소련은 북한이 개입을 부인하는 성명서를 낸 점을 지적하는 한편,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도 북한에 대한 소련의 영향력은 제한적임을 시사”했다.

미국이 KAL858기 폭파사건에 대한 북측의 ‘증거가 결정적이지 않다’(THE EVIEDNCE IS NOT DEFINITIVE)라고 적시한 대목과 소련이 ‘북한에 대한 소련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밝힌 점이 눈에 띈다.

미 국무부, ‘북한 연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들’

▲ 1988년 2월 19일자 미국 국무부 브리핑 자료 중 KAL858 관련 부분. [자료사진-통일뉴스]
그러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KAL858기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88.1.15), 미국에 의해 북한이 테러국으로 지정된(88.1.20) 뒤에 작성된 1쪽 짜리 미 국무부의 브리핑 자료 ‘요지-칼기 추락’에서는 기류가 바뀐다.

역시 97년 비밀(SECRET) 해제된 이 문건의 ‘개요 : 북한이 사건에 연관됐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들’(Incontrovertible Facts...) 소제목 하에서 “북한이 KAL858기의 추락 배후라는 증거는 위압적이다”(The evidence is compelling...)며 “우리는 국가가 지원한 테러리즘이라는 이 극악한 행위는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는 북한에 대한 비난이 행해지도록, 그리고 비슷한 테러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남한과 긴밀히 협조해왔다”고 한미 공조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한 “KAL기 사건은 3월에 있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이사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는 남한이 이 일로 이미 멕시코를 접촉하고 북한 유죄의 중요한 증거를 제공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전하고 “멕시코에게는 이 기구의 이사국으로서 북한의 행위를 비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국제민간항공기구 이사회에서 멕시코가 남한을 지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이 3월 멕시코에서 열리는 국제민간항공기구 이사회에서 이사국인 멕시코가 남한이 제공한 증거 자료를 토대로 북한 비난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북한 책임론’에 매우 적극적

▲ 미국 '정보자유법'에 따른 국무부 정보공개 사이트에서 'kal'로 검색한 결과.  [자료사진-통일뉴스]
이상 새로 알려진 두 문건을 통해 살펴본 대로 미국은 87년 12월 15일과 88년 2월 19일 사이에 KAL858기 사건 ‘북한 책임론’에 대해 더욱 확신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개입에 대한 ‘증거가 결정적이지 않다’(THE EVIEDNCE IS NOT DEFINITIVE)는 데서 ‘부인할 수 없는 사실들’(Incontrovertible Facts)과 ‘증거는 위압적이다”(The evidence is compelling)로 바뀐 것이다.

나아가 소련에게 ‘북한의 자제를 촉구하도록 영향력 행사를 요청’한데서 나아가 국제회의에서 멕시코로 하여금 ‘북한의 행위를 비난’토록 하고 ‘남한을 지지’하도록 촉구하는 적극적 행동에 나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강성주 씨는 “미 중앙정보국(CIA)에 이어 미 국무부에도 KAL기 관련 비밀문서가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미국이 KAL기 사건 관련 북한의 책임을 묻는 데 매우 적극적이었음을 알려주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또한 “사건 이후 전개과정에서 미국이 남한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형성했음을 알려준다”며 “이는 안기부 수사발표 뒤 미국이 곧바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점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미국이 남한을 적극 지지한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KAL858기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는 여전히 진상규명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접수한 진상규명 신청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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