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CIA 정보공개 사이트. 사진은 검색어 '858'로 검색한 목록의 일부. [자료사진-통일뉴스]


87년 발생한 KAL858기 사건에 관한 미국 CIA(미국중앙정보국)의 비밀해제된 문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AL858기 사건 관련 미국 측 문서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KAL858기 사건 연구자 박강성주 씨는 ‘정보자유법’에 의거해 기밀이 해제된 이 사건 관련 CIA 문서들이 CIA 인터넷 홈페이지(www.foia.cia.gov)에 게재돼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검색되는 자료로는 격주간 보고서인 'Terroism Review'(88.1.14, 88.2.11 등)을 비롯해 일일보고서인 ‘National Intelligence Daily'(88.5.19, 88.11.21 등)이 검색되었고, 특히 1급비밀(Top Secret)로 분류된 한 쪽 짜리 특별분석(Special Analysis, 88.2.2) 'KAL 폭파 이후 서울에 대한 정책’(Policy Toward Seoul After KAL Bombing)과 분석보고서 ‘북한의 대남 정책: KAL858 폭파는 변화의 전조인가?’(88.4.1)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 CIA 문건들은 대체로 11년 만인 1999-2000년경 기밀이 해제됐으며, 정보공개요청에 의해 해제됐다고는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시한경과 후 자동 공개된 것으로 보인다.

▲ 기밀해제된 CIA 관련자료 복사물. 여전히 많은 부분이 먹색으로 지워져 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그러나 여전히 일부 문단이 검은 색으로 지워져 있어 이 사건의 민감성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문건에 담긴 내용은 대체로 김현희의 법정 진술이나 한국 정부의 공식 수사발표에 의거해 작성됐으며, 몇몇 흥미로운 사안도 있지만 대체로 기존 한국 수사당국의 주장을 뒤엎는 새로운 사실관계는 발견되지 않는다.

특별분석(88.2.2)에는 “북한은 서울에 대해 지난 40년간 지킬박사와 하이드와 같은 양면전술을 펴왔다”며 “지난 11월 항공기 사건 얼마후 평양은 병력 10만 상호 감축을 발표하고 이와 관련한 회담을 제안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림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는 사건이 너무 일찍 발생했고, 평양으로서는 여전히 올림픽은 유혹적인 타켓으로 남아있다”고 평했다.

Terrorism Review(88.2.11)에서는 “김현희는 북한인이고 북한조사국 소속이다”고 지목하고 “마유미와 직접 이야기해보았거나 그녀의 음성을 들어본 언어전문가들은 그녀는 인종적으로 북한인이라고 만장일치로 동의한다”는 점과 “한국에서의 그녀의 자백에서나 미국에서의 미국 공무원들과의 인터뷰에서 마유미는 1980년부터 (북한)조사국 요원이었다고 인정했다”는 점을 적시했다.

KAL858기 사건에 대해 미국 측도 독자적인 조사활동을 벌였다는 것을 알려져 있었지만 미국 측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언어전문가'(Native-speaking US-Korean language experts)가 김현희와 직접 대화를 해봤다거나 미국 공무원들과의 인터뷰가 진행됐고, 그 자리에서 김현희가 북한 조사국 소속이었다고 밝혔다는 것은 처음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북한은 아마도 88올림픽 공동주최 능력이 없고 서울이 불안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칼기 폭파의 동기를 제공했을 것이다”며 “우리는 이 폭파가 남한이 안전을 보장하고 게임에 참가하도록 할 능력에 의문이 생기도록 하는 캠페인의 첫 번째 사건으로 계획되었을 것으로 믿는다”고 분석해 이후 유사한 테러 가능성을 경계했다.

분석보고서 ‘북한의 대남 정책: KAL858 폭파는 변화의 전조인가?’(88.4.1)에서는 “서울의 미국 대사에 따르면 노(태우)는 비행기 폭파에 대해 사건 후 곧바로 군사적 대응을 명백히 배제하고 남한의 절제된 대응을 공식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해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는 “(주한 미국)대사는 또한 노(태우)는 KAL858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화해적 제스쳐를 확대하려 한다고 보고했다”며 화해적 제스쳐로 식량제공이나 북한의 채무 보증 등을 예시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1950년부터의 북한의 ‘두 가지 방식의 접근법’(North's Dual Approach) 사례를 1950년부터 10만 감군 제안부터 88년 남북연석회의 제안까지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들 문건을 최초로 발견한 KAL858기 사건 연구자 박강성주 씨는 “KAL858기 사건에 대해 논문도 썼지만 왜 이렇게 중요한 문서를 지금에서야 발견했는지 자괴감이 먼저 들었다”며 “중요한 것은 CIA의 비밀해제 문서의 존재가 일단 처음 알려졌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강성주 씨는 “올림픽을 겨냥한 것이었는데 너무 빨리 일어났다는 분석은 내가 가졌던 상식적인 생각이랑 CIA에서 가진 생각이 똑같아 흥미로웠다”며 “CIA 분석대로라면 KAL858기 사건은 여러 테러 계획 중 하나고, 테러가 계속 일어날 것으로 분석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민감한 해석이 가능케 하는 대목인 것 같다”고 평했다.

또한 “대선에 관한 이야기가 안 보였다는 것이 이상한 부분이라 생각된다”며 “특별히 새로운 사실은 없지만 더 정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이 스스로 과거의혹 사건으로 선정해 국정원 발전위에서 재조사한 바 있는 KAL858기 사건은 현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조사가 진행중인 사안으로, 이번 CIA 문건의 발견으로 미국 측 자료들에 대한 검토의 필요성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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