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기 폭파범 김현희 씨의 일본 방문을 위해 한.일 외교 당국 간에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성사될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2일 정통한 정보 소식통은 “한.일 외교 당국간 김 씨의 방일을 협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성사되기 전에는 밝히지 않는 것이 외교상 관례인데 일본이 성급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활동을 재개한 김현희 씨는 지난달 15일 일본 NHK 방송과 인터뷰에서 “야에코 씨 등이 지금도 살아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고, 납치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야에코 씨의 가족과 만나 희망을 가지라고 힘을 주고 싶다”고 일본 방문 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제의에 대해 지난달 20일 나카소네 히로후미 일본 외상은 "김 씨가 그런 생각이라면 가능하면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29일 방한중이던 사이키 아키다카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기자들에게 “한국 정부와 이번 건이 신속하게 실현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왔다”고 밝혀 한.일 당국간 김 씨의 방일이 협의 중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또한 지난달 30일 한승수 총리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한국에 사는 모든 사람은 만나고 싶은 사람이 누구든 자유롭게 만나러 갈 수 있다”는 취지로 답해 사실상 김 씨의 방일을 허용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2일 외교통상부 실무 담당자는 한.일 간 김 씨의 방일 실무를 협의 중이라는 보도들에 대해 “김현희 관련 사항은 외교부에서 다루지 않는다”며 “보고 들어온 게 전혀 없다. 알 수 없다”고만 답했다.

김 씨의 신변보호를 맡고 있는 경찰 관계자도 이날 “언론을 통해 들었지, 개인이 어떻게 하는 것은 알 수 없다”며 “테러 위협에 관한 신변보호 외에는 사생활에 전혀 관여할 수 없고 관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국정원 측은 “신변관리를 경찰에서 맡고 있다”고만 답했다.

‘KAL858기 가족회’ 차옥정 회장은 “오래 전부터 (실종자) 가족들이 면담을 요청해도 못했고, 국가에서도 국정원 발전위와 진실화해위도 면담을 못한 상태에서 일본에 보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우리는 22년 째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도 하나도 건진 게 없는데 일본에 대해선 금방 반응하는 것을 보고 완전히 인권을 무시당하는 것 같고 정말 속상하다”고 말했다.

‘KAL858기 가족회’는 3일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김 씨의 방일 추진을 반대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면담에 응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당국자, ‘리은혜=다구치 야에코’ 확인 안 돼

한편 김 씨가 북한에서 일본인화 교육을 받았다는 리은혜 씨는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로 확인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임이 재확인됐다.

김 씨는 1991년 5월 16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사진을 보는 순간 은혜 선생님임을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살이 찐 모습을 본 적이 있어 그때 모습이 눈에 떠올랐으며 그리움과 함께 불쌍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해 ‘리은혜=다구치 야에코’라는 등식을 성립시켰고, 그후 김 씨는 『이은혜, 그리고 다구찌 야에코』(고려원, 1995)라는 책까지 발간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10월 1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최성홍 당시 외교장관이 “북일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일본측에 행방불명자 조사결과를 확인해 준 다쿠치 야에코가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가 언급한 ‘이은혜’와 동일 인물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일본측 설명”이라고 공식 답변해 ‘리은혜=다구치 야에코’ 설을 부인했다.

2일 정부 관계자는 ‘리은혜=다구치 야에코’ 설에 대해 “정부 입장은 변화된 것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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