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이 다사다난했던 2008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세계적 차원에서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는 속에서 미국에서는 오바마가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북미관계에서는 양국이 우여곡절을 겪다가 10월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가 이뤄지더니 막판인 12월 6자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으며, 남북관계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아무런 교류 협력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통일뉴스는 <2008년 송년특집>으로 ①국제정세, ②북미관계, ③남북관계, ④한미관계 ⑤북한내부 ⑥민간통일운동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한.미관계의 복원 및 미래관계 정립.’
올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제출한 외교안보관련 핵심 국정과제다.

지난 10년 동안 한.미동맹이 훼손됐다고 판단한 이명박 정부는 취임 1년 동안 핵심과제인 ‘동맹복원’에 주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출범 한 달 만에 미국 캠프데이비드로 날아가 부시대통령을 만났고, 8월까지 3차례 한.미정상회담을 잇따라 치렀다.

‘동맹복원’의 대가는 예상보다 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촉발된 ‘촛불집회’는 집권 초기 이명박 정부의 기반을 흔들어 놓았다. 촛불이 타 올랐던 3개월여 동안 이명박 정부는 ‘촛불 끄기’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같은 난국이 닥칠 때마다 ‘한.미동맹’에 기대는 방법을 택했다. 쇠고기 문제도 미국의 ‘추가협상’에서 해법을 찾았고, 7월 미국 지명위원회의 독도 영유권 표기 논란도 미국의 자체적인 원상회복 조치로 일단락됐다. 넓게 봐서 미국발 ‘경제위기’에 따른 한국의 10월 ‘외환위기’도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을 통해 해결을 시도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조치를 한.미동맹 복원의 성과라고 꼽고 있지만, 미국 때문에 촉발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게 매달린 셈이다. 결국 동맹복원 비용은 미국의 도움을 받을 때마다 불어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1년짜리 ‘부시프렌들리’... 공수표 남발

문제는 ‘한.미동맹’을 통한 해결책이 지속가능하냐는 점이다. 부시 미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했던 이명박 정부는 오바마 차기 행정부 등장을 앞두고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정부.여당은 오바마측에 인맥을 만들기 위한 ‘미국 러시’에 바쁘다.

‘1년짜리 부시프렌들리’는 공수표만 남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한.미동맹 복원’의 야심작으로 ‘21세기 전략동맹’을 내놨지만 급하게 준비한 탓에 문서화하지 못했다.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21세기 전략동맹’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7월 부시대통령 답방 시 이를 구체화한 ‘한미동맹 미래비전’을 채택하기로 했으나 결국 다음 정권으로 넘겼다.

다만, ‘한미동맹 미래비전’은 ‘주한미군 지위 변경’ 등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된 후속 조치가 포함될 전망이어서 오바마 차기 정부에서도 한.미간 주목할 만한 이슈다.

정상회담 때마다 양국 대통령이 강조했던 한.미FTA 연내비준 문제도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의회에서 다수당을 이루고 있는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바마도 후보시절 ‘재협상’까지 꺼내든 상황이다.

12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안 상정을 강행하고 있지만, 미국의 비준안 통과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비준을 통과시키는 것은 더 불리할 뿐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늘어나는 동맹비용... 정치.경제적 부담 가중

이명박 정부 집권 1년 동안 특이할만한 변화는 ‘북한 퍼주기’라는 말은 사라지고 ‘미국 퍼주기’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는 점이다.

최근 마무리된 한.미간 군사.안보 협상에서 한국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올해 ‘방위비분담 협상’에서 한국은 미국이 부담하기로 되어 있는 ‘미2사단 이전비용’을 방위비분담금으로 충당하는 것을 허용했다. 한국이 제공하는 방위비분담금으로 충당될 비용은 최대 6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 미국의 전쟁예비탄약(WRSA) 이양에 관한 협상에서도 한국정부는 20-30년 된 폐탄약을 인수하면서 미국이 보상해야할 ‘과거지원비’ 2조7천억원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95년 협상 당시에는 ‘과거지원비’가 책정됐지만 이번 합의각서에는 이 부분이 누락됐다.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한 미군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정식 군대는 아니지만 아프간 군 양성을 위한 한국의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오바마 차기정부도 이라크보다 아프간에 더 집중하고 있어 이러한 요구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바마 차기 행정부는 동맹국과의 협력과 의무를 함께 강조하고 있어 한국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의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동맹비용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동맹복원 비용 증가는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까워진 한-미, 멀어진 남-북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한.미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이 북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식이 끝나고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는 "한미관계가 좋은 것이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미관계는 돈독해졌을지 모르지만 남북관계는 파탄나고 말았다. 남북관계 역시 '한.미동맹 복원'의 기회비용이었던 셈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남북관계를 관리하겠다는 발상은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일례로 금강산 피격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던 8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남·북 당국간 대화에 응해 나올 것을 촉구했다"는 문구가 들어갔지만 북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특히 북핵문제에서 한.미공조 강화는 '6자회담' 진전의 발목을 잡았다. 오히려 한국이 미국보다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하면서 올해 마지막 6자회담에서는 한.미간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되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북핵문제에 대한 의견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측에서 한.미관계가 소원해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미국 행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60년 넘게 유지되어온 한.미동맹이 흔들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명박 정권과 오바마 정권과의 간격이 부시 정권과의 간격보다 조금 넓을 뿐이다. 그러나, 그 간격의 차이만큼 한.미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더 늘어난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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