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등 동맹으로서 약속을 재확인했다. 한미동맹의 주요 초점은 북한의 핵과 재래식 무기의 위협으로부터 억지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40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회의를 마치고 이상희 국방장관과 나란히 기자들 앞에 선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부장관은 기자회견 첫 머리에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공공연히 선언했다.
게이츠 장관의 이같은 이례적인 발언은 6자회담의 진전에 따라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이행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주목된다.
이번 SCM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 내용도 한 마디로 한미간 대북 군사태세 재확인과 강화로 요약될 수 있으며, 특히 ‘한반도 유사시’에 대한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
공동성명에 담긴 △주한미군 병력의 현 수준(2만 8천) 유지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통한 확장억제의 지속 △즉각적인 지원 보장 △상당한 보완전력 계속 제공 △연합연습 지속적으로 추진 등은 하나같이 강도 높은 대북 군사적 동맹 강화 약속들이다.
양 장관은 공동성명에서 “2012년 4월17일의 전작권 전환일자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하였다”며 “게이츠 장관은 현재 및 미래에 있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회복을 위해 적절한 군사력으로 신속히 대응한다는 미측의 공약에 주목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한반도 전쟁억제 능력을 강화하고 완벽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추진될 것임을 확고히 보장하였다”고 강조했다.
전작권 전환을 예정된 일정대로 추진하되 전환 과정에서는 물론 전환 후의 ‘미래’까지도 미국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억제력을 유지하고 유사시 ‘신속히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특히 “동맹이 지속되는 동안 미국이 연합방위를 위해 미국 고유의 전력을 계속 제공할 것”,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한국에 대한 굳건한 공약과 즉각적인 지원을 보장” 등의 합의 문구는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에도 ‘한반도 유사시’ 미군 전력 증파를 ‘즉각’ 보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논점이 되고 있는 유엔사령부의 위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 장관은 정전관리 책임을 위한 고위급 실무단이 제39차 SCM에서 보고된 로드맵의 1단계에 합의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2단계에서도 지속적인 진전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고 확인하고 “양 장관은 2009년부터 정전관리 책임조정을 위한 이행계획을 발전시켜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전 이를 완전히 이행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번 SCM회의에서 “양 장관은 검증문제에 관한 최근 합의와 이에 따른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조치 및 북한의 불능화 조치 재개를 통해 6자회담이 본 궤도에 복귀하였음을 환영하였다”며 “양 장관은 북한의 지속적인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의 개발이 탄도 미사일 및 확산 위협과 함께 한미동맹과 동북아의 평화 안정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였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양 장관은 상호 관심 현안들을 다루기 위해 남북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 하였다”며 “양 장관은 또한 남북 관계 관련 사안들에 대해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계속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다짐하고 나아가 “양 장관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안보 환경에 있어 어떠한 미래의 변화와 새로운 수요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한반도에서의 ‘미래의 변화와 새로운 수요’에도 미국과 손잡고 미군의 힘을 빌려 ‘효과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양국 국방장관의 다짐인 셈이다. 또한 한미 국방장관이 남북 대화까지 직접 거론하며 ‘남북관계 관련 사안’을 긴밀히 협의, 조율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전보다 강화된 대북공조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이츠 장관이 기자회견 일성으로 밝힌 ‘핵우산 제공’ 역시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통한 확장억제의 지속을 포함하여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한국에 대한 굳건한 공약과 즉각적인 지원을 보장하였다”고 명기돼 있다.
게이츠 장관은 한국의 이라크 파병에 사의를 표했으며, 공동성명에서 “양 장관은 아프가니스탄의 보다 큰 안정과 재건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견해를 같이 하였다”고 밝혀 향후 미국이 한국군의 아프간 파병을 다시 요청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공동성명은 이 외에도 각종 한미 군사동맹 현안들과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제도 개선, ‘동맹국을 위한 전쟁예비물자(WRSA-K)’ 양도 합의각서 서명 등에 대해서도 명기했다.
이날 회담 직후 양 장관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이상설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상희 장관은 “김정일 건강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갖지 말아야 한다. 김정일이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지나친 관심은 (김정일의)버릇을 나쁘게 할 수도 있다”고 답해 파문이 예상된다.
이 장관은 “김정일 건강문제는 한반도 안보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한미 정보 당국은 이를 주시하고 있다”며 “김정일은 공개활동을 중단한 지 오래됐지만 정상적 통치행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평가하고 있다”고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른바 ‘북한 급변사태’에 대해 질문을 받은 게이츠 장관은 “그동안 북한에서 불안정한 시기가 여러 번 있어왔다. 최근엔 기아 때문에 북한이 불안정했다”며 “한미 양군은 북한의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떤 사태에도 대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으로 발전시는 논의도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이 장관은 “북한 급변사태 및 불안정사태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현시점에서 예측할 수는 없다”며 “ 한미 양국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으며, 한미 양국은 대비계획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고 답해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공동성명에 언급된 '한반도 유사시' 즉각적 미군 증파를 사실상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테러지원국 해제로 북미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 국방장관이 노골적으로 북한을 겨냥한 군사동맹을 시위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큰 파장이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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