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전 11시, 서울 서울지방고등법원 앞에서 한청 이적규정 무죄판결을 촉구하는 각계인사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2년 만에 재개된 한국청년단체협의회(한청, 의장 이승호)의 '이적단체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진행돼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재개 2개월만인 오는 25일 선고를 앞둔 까닭이다.

이와 관련, 각계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및 회원 20여 명은 22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고등법원 앞에서 '각계 인사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한청의 이적단체 규정 혐의에 대한 무죄판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선언문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등 각계 434명의 인사들이 동참했다.

"통일운동의 결과가 이적단체라면 이 나라는 영원히 통일될 수 없다"

▲ 한도숙 전농 의장.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한청은 이미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 문제를 가지고 이적단체 운운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발상이 억지스러운 것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 들어서고 속도를 빨리 하는 것은 분명히 속셈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얼마 전 간첩사건이 일어났다. 국민들 누구도 그것을 간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허황된 간첩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공안정국으로 끌고 가려는 정권의 무모함에 한숨이 나올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통일운동의 결과가 이적단체로 나타난다고 한다면 이 나라는 영원히 통일될 수 없다"며 "양심 있는 사법부의 올바른 판결을 기대하고 있겠다"고 당부했다.

이영순 민주노동당 최고의원도 "청년들의 시대정신을 보장 해주지는 못할망정 자유로운 활동을 막으려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자신들의 정권에 방해되는 단체에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고, 자신들의 독재정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보안법의 시퍼런 칼날을 휘두르면서 헌신적이고 순진한 청년단체를 몰아 부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회장은 "1심보다도 항소심에서 구형량이 오히려 높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다"며 "한청이 왜 이적단체가 된단 말인가. 한청은 사회문제, 청년들의 실업문제, 생존문제 등 각 부문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연합체이다. 한청 같은 애국청년단체가 억지로 이적단체로 묶어놓는다면 나라의 운명은 뻔할 것이다"고 무죄 판결을 촉구했다.

"선고공판의 핵심은 이적단체 구성혐의의 유죄 여부"

이번 선고공판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은 단연 '이적단체 구성' 혐의의 유죄 여부다.

▲ 이승호 한청 의장.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이승호 한청 의장은 "(유죄 판결이 나면) 국가보안법이 한청이라는 단체에 씌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며 "한청 활동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도 한청이라는 이적단체에 가입했다는 혐의가 가능해지고 그렇게 되면 한청을 탄압하고 활동을 없애는 가장 결정적인 고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의장은 '공안 정국' 속에서 국가보안법 적용 사례들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런 부분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반적인 이명박 정부 하에 공안기관과 사법부의 흐름들을 예측할 수 있다"며 "이런 (공안 정국의) 조건에서 한청 재판이 있다는 것이 한청에 이적단체의 족쇄를 채워서 이전 80년대와 마찬가지로 정당한 단체들의 활동들을 억압을 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잣대'에 '이명박 정권'이라는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면서 악용과 남용이 반복된다고 지적하면서 국가보안법에 정치적 사상이나 이념이 결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에서 재판 재개시점과 그 속도에 의혹을 제시하면서 "이는 최근 탈북여간첩사건 이후 불거진 '간첩용의자 50명 메모' 파문, 사노련 사건 등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공안사건들이 일시에 터져 나오면서 공안정국 조성을 통한 정부의 보수 세력 집결과 진보운동을 위축시키려는 흐름과 다르지 않아 심히 우려스럽다"며 개탄했다.

또 "한청의 재판이 7년을 끌 만큼 길어졌던 것은 사법부 또한 국가보안법 적용에 대한 무리스러움이 있었음을 말하는 것이고, 최근 사법부에서 강조되고 있는 엄격한 적용조차 잣대로 삼기에 부족했기 때문"이라면서 "이적단체 혐의를 씌우는 것은 합법적인 교류와 연대활동이 본격화된 남북화해협력시대에 전혀 걸맞지 않는 판단이며, 이 땅의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다양하고 열린 활동들을 가로막는 행위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한청은 이 선언문을 담당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에 탄원서 형식으로 전달했고, 앞서 19일에는 각계 인사들이 작성한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한편, 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고등법원 302호에서 한청 이적단체 규정 혐의와 관련 항소심 2심 선고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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