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헌(민가협양심수후원회 회장)


전쟁의 먹구름을 몰아 올 북침전쟁 연습이 남녘땅 전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6.15, 10.4 선언에 반하고 6자회담 지향에 배치되는 한미연합합동군사연습이 평화와 통일을 열망하는 온겨레의 한결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첨단무기체계를 과시하며 휴전선 턱밑을 비롯한 하늘과 바다, 땅에서 전개되고 있다.

지난 2월 1일 한미연합사령부(사령관 버웰 벨 미육군 대장, 이하 한미연합사)는 3월 2일부터 7일까지 이른바 “키리졸브/독수리 연습(Key Resolve/Foal Eagle)이 한반도 전지역에서 실시된다”며 이 연습은 기존의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01)을 대체하는 새로운 명칭 연습으로 “한미연합사가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대규모 증원군을 수용(Reception), 대기(Staging), 전방으로 이동(Onward- movement)하여 한미연합사령관이 지원하는 전투작전을 통합(Integration)하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국면에 대해 훈련하는 연합/합동지휘소연습”이라고 했다. 또한 ‘독수리 연습’으로 불리우는 연합/합동 야외 기동연습도 키리졸브와 연계하여 실시한다며 이러한 ‘키리졸브 독수리연습-08’은 방어적(Defensive)인 ‘군사 준비태세 연습’이라고 방위에 중점을 둔 연습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미연합사의 말대로 이 한미연합 합동전쟁연습을 방어적이라고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대표적인 핵선제공격연습이었던 ‘팀스피리트’ 연습을 이은 ‘한미연합전시증원.독수리 연습’처럼 ‘키리졸브 독수리연습’도 이름만 바뀐 핵선제 북침전쟁 연습이란 것은 연습 목적과 규모, 첨단 무기체계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미국은 이미 핵태세 보고를 통해 대북 핵선제공격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전투지역을 상대방 후방으로 확대하여 적지결전을 추구하는 이른바 공지작전(空地作戰)과 종심작전(縱深作戰)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이에 바탕하여 ‘북한군 격멸’, ‘북정권 제거’, ‘한반도 통일여건 조성’을 작전 목적으로 하는 ‘작전계획 5027’을 수립하고, 이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살상력 높은 첨단 전력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공격적 전쟁연습을 벌이는 데서 드러나고 있다.

이번 ‘키리졸브 독수리연습-08’에서는 핵 잠수함과 핵추진 항공모함이 동원되는가 하면 태평양과 미국에서 미군 6,000명이 증원되고 주한 미군 12,000명 외에도 해상 대기 9,000명까지 미군 27,000명이 참가하고 있다.

이같은 무력증원은 지난 2월 15일 미군의 신속기동여단인 ‘스트라이커’ 부대의 대구 미공군기지 도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알라스카에서 8시간 30분만에 도착한 이 신속타격부대는 미국이 관련된 전쟁초기 가장 빨리 작전지역에 전개하는 병력으로 여단전투팀 교리에 근거하여 군지휘통제 네트워크(C41)와 연결된 차량을 이용하는 기동부대이다. 이 부대는 24일 군사분계선(MDL)인근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로드리게스(Rodriguez) 미8군 종합사격장에서 실사격을 공개하는 대북 군사위협을 노골화했다.

미국이 이처럼 군사연습과 첨단무기체계를 공개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한.미 동맹강화 방침에 화답하는 대북 무력시위 양상을 띄고 있다. 실제로 이번 연습의 언론 공개 방침에서 한미연합사 공보관은 ‘적극적 공개’(ACTIVE)라 하였다. 예로써 2월 20일 부산항에 입항한 초대형 핵잠수함 ‘오하이오’호의 이례적 공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 공격형 거대잠수함은 핵미사일 탑재를 위한 ‘탄도미사일 탑제 핵추진함’(SSBN-Nuclear-Powered Ballistic Missile Submarine)에서 유도미사일 탑제 핵추진잠수함(SSGN-Nuclear-Powered Guided Missile Submarine)으로 최근 개조된 공격형 잠수함이다. 초정밀타격이 가능한 사정거리 1,609km인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54기를 탑재하고 있으며 주임무는 ‘특수작전요원을 이용한 특수작전’이며 한미특수요원이 탑승해 특수작전을 실시한다고 했다.

또한 2월 28일엔 승선인원 6,000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Nimitz)’호가 부산 백운포에 위치한 해군작전사령부에 입항했다. 98,000톤, 길이 332.9m, 폭 76.8m인 이 항공모함에는 축구장 3배 넓이의 비행갑판을 갖추고 있으며 주한 미군 전투기와 맞먹는 80여기의 전투기를 적재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미 최신예 전투기인 수퍼호닛(F/A-18E/F), 레이더 교란용인 EA-6B 전자전투기(프라울러), 조기경보기인 E-2C(호크아이-2000), 잠수함 탐지 및 공격형 헬기(SH-60F), HH-60H 시호크 헬기 등이다. 그리고 이들 전투기들의 이륙장면들이 3월 3일 공개됐다.

이 항공모함 전투단은 미증원전력 종류 중 전투력 증강의 핵심전력으로 ‘신속억제방안’(FDO-Flexible-Deterrence Option)을 통한 전쟁억제에 실패할 경우 전쟁초반에 전개된다. 1개 항공모함 전투단은 각종 전투기, 전폭기 등을 탑재한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구축함, 핵잠수함, 군수지원함, 이지스함 등 수십 척의 각기능별 함정으로 편성되어 전개범위는 150km에 이른다고 했다. 따라서 구축함 ‘존스’호, 순양함 ‘프린스호’ 등이 함께 부산항에 입항하여 그 규모와 전력을 과시했다.

한미연합사는 또한 진해 해군기지에서 미 해병대 해상사전배치선단(Maritime-Preposition Ships)과 해상유류분배체계(OPDS-Offshore Petroleum Distribution Systems)를 2월 26일 공개했다. 이는 모두 한미연합 해병대의 상륙작전을 위한 것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 3개의 해상사전배치선단을 운용하고 있으며 각 선단은 작전시 15,000명의 해병대 병력이 3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탱크, 탄약, 음식물, 음료 등 물자를 적재하고 있으며 1개 전단은 4~6척의 배로 구성되어 한척의 배가 해병대 1개 여단의 물자를 담당한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미 해병대 해상사전배치선단은 ‘잭-럼머스’호이며 제3해상사전배치선단 소속으로 배수량 46,111톤 규모이고 700대의 각종 전투차량을 실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함께 공개된 ‘해상유류분배체계’는 해상에서 유류 및 청수(깨끗한 물)를 파이프를 통해 부두에 설치된 ‘유류저장소’로 공급하는 체계로 해병대 상륙시 상륙군에게 원유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훈련이며 이 훈련은 한미연합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키리졸브 독수리 연습’에 배치된 미해병대 제7연대 병력이 지난 3월 1일 휴전선 인근 ‘로드리게스’ 미8군 종합사격장에서 한국해병대와의 합동훈련 장면도 공개했다. 7연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프시에 주둔한 부대로 미 본토 해병대 병력이 대규모로 한국에 전개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또한 이제까지(군사연습이) 대대급 지원부대가 배치된 적은 있으나 연대사령부가 연대 깃발을 가지고 한국에 온 것은 처음이라고 브라이던 P. 맥코이 7연대 사령관(대령)은 말했다. 한미해병대는 사격훈련 뿐만 아니라 시가전 훈련도 일본 이와쿠니 기지에서 발진한 F-18 전폭기 출격과 연계하여 실시했다. 사령관은 또한 ‘해상사전배치 및 집결훈련’, ‘개인 및 집단 사전 전개훈련’ 그리고 ‘최정예 실사격훈련’을 실시함으로써 해병대 해상사전배치전단의 전투력 및 미해병대 태평양 사령부의 전구교전계획을 연습하는 것이 ‘키리졸브 독수리 연습’에 참가한 제7연대의 임무라고 했다.

이같은 한미해병대 합동훈련은 최근 제21차 한미군사위원회 상설회의에서의 ‘한미연합해병사령부’를 ‘한미연합해병구성군사령부’로 확대창설(양해각서)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통합운용의 한국판이라 할 것이다.

이밖에도 ‘키리졸브 독수리연습’ 전개에 앞서 지난 2월 22일엔 용인 55사단에서 전시지원(WHNS- Wartime-Host Nation Support) 절차모의연습을 한미합동으로 실시했다. 이른바 ‘전시지원’은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군에게 한국정부 주관 하에 군, 민간이 지원하는 계획으로 1991년에 체결된 이른바 ‘전시지원 일괄협정’(WHNS-UA)에 따른 것으로 ‘전시지원 합의각서’는 현재 협의 중이고 ‘잠정전시지원계획’을 세워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전시지원’ 계획은 한국군의 ‘충무계획’에 일치시켜 합동연습에 반영시키고 있다. ‘충무계획’은 한국정부의 전시대비 및 동원 계획으로 이를 통해 미국은 한국의 각 시, 군, 구 행정단체로부터 토지시설뿐만 아니라 식당, 목욕탕 등 민간 소유자원까지 지원받아 사용하게 된다. 이날 공개된 브리핑에 따르면 ‘충무 4800’은 건설교통부 주관으로 수송.건설 부분이, ‘충무100’은 농림부 주관으로 농림자원을, ‘충무 4200’은 산업자원부 주관으로 산업자원을, ‘충무 4900’은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해양수산자원을 동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특히 ‘충무 3400’에 따라 외교통상부 주관으로 ‘통일시행’이라는 계획명으로 인력이 동원된다. 이와 같은 한국정부의 미군에 대한 ‘전시지원연습’은 ‘자원지원연습’(FTX), ‘현장실사’, ‘협조회의’, ‘통신연습’, ‘미예측전시지원연습’ 등 5가지로 구분되고 있다. 이처럼 미군의 동포를 겨냥한 북침전쟁연습에는 병력과 군사력뿐만 아니라 정부책임 아래 민간 부분의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하게 되어 있었다.

위와 같은 내용들이 이번 ‘키리졸브 독수리연습’의 전개과정이라면 앞으로 3월 6일엔 한강에서, 한미공병대의 교량건설 훈련이 예정돼 있고 8일엔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한,미 해병대가 ‘적지점’을 향해 진격하는 ‘한미연합제병협동훈련’이 전개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이번 연습을 위해 미국은 ‘글로벌 호크’ F-22 등 최첨단 공군권력과 공격형 핵잠수함을 괌과 하와이에 배치하고 스텔스 기능과 핵무기 탑재 능력을 갖춘 최신예 전폭기인 B-2를 순환배치하고 있다.

또한 이 연습과 때를 같이 하여 미 본토 방어를 주임무로 하는 미9공군 20전투비행단 79전투비행대대 소속 20대의 F-16 전투기과 300명 병력을 4개월간 군산 미공군기지에 순환배치하고(1월 15일) 작전임무를 총괄하는 30전투비행단 지휘소까지 함께 옮겨왔다.

이제까지 보아온 것처럼 ‘키리졸브 독수리연습’은 한미연합사 말처럼 방어적인 군사준비태세연습으로는 어떠한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다. 전략과 작전계획, 동원된 무기체계와 부대 성격 그리고 규모로 볼 때 공격적인 전쟁연습이고 핵공격을 포함한 북침전쟁연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같은 북침전쟁 연습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군사적 표현이고 ‘작계 5027-04’에서 드러났듯이 북정권 제거라는 제국주의 침략 속성과 동북아에서의 군사패권주의에서 비롯되고 있다.

미국의 핵선제 공격 등 대북 고립 압살정책으로 유발된 이북의 핵 억제력 실현과 이로써 불거진 이른바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일정한 진전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9.19공동성명과 2.13, 10.3 합의정신에 정면 배치되는 북침전쟁연습을 벌이는 것은 천번 만번 부당할 뿐이다. 따라서 ‘키리졸브 독수리 연습’ 뿐만 아니라 ‘을지포커스 렌즈’ 등 어떠한 형태의 전쟁연습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9.19공동성명에서는 Corea 반도에서의 핵 폐기와 조.미 관계 정상화, 조.일 관계 정상화, 참가국들의 이북에 대한 에너지 지원, 동북아 영구평화 구축 등을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원칙으로 합의했고, 이러한 공동성명을 구체화시킨 2.13합의에서는 영변 핵시설 폐쇄, 조.미, 조.일 관계 정상화, 미국의 이북에 대한 테러지원국지정 해제, 적성국교역법적용 종료, 이북에 대한 경제, 에너지, 인도적 지원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5개 실무그룹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한 10.3 합의에서는 이북이 영변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 핵물질, 기술 노하우 등을 이전하지 않기로 하고, 미국은 이북에 대한 테러지원국지정 해제, 적성국교역법적용 종료, 5개국은 중유 100만톤(50만톤의 에너지 설비 등)을 제공하는 등 2007년 12월 31일까지 동시 이행을 합의했다.

오늘 현재 6자 회담 2단계 조치(10.3합의)는 사실상 이북의 영변 핵시설 불능화 말고는 미국의 의무 사항은 이행되지 않고 있지만 계속 협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핵문제 해결과 조.미 관계정상화 등 대화틀을 갖고 있으면서, 이 모든 것을 백지화시킬 수 있는 전쟁으로 비화될 소지가 이는 북침전쟁연습을 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대화와 대결, 그것도 영구 평화구축 논의와 북침전쟁연습은 결코 양립될 수 없다.

또한 이번 한미합동군사연습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정신에도 분명히 어긋나고 있다. 6.15 공동선언에서는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평화통일을 하기로 했으며 민족 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한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었다. 특히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104선언에서는 군사적 적대관계와 정전체제의 종식을 합의했고, 이 선언에 따른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긴장 완화와 평화보장 조치, 서해해상 충돌 방지, 평화 보장을 위한 실제적 대책 강구, 정전체제 종식과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군사적 상호협력, 남북교류사업의 군사적 보장조치 등을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같은 남북 최고 수뇌의 약속과 국방장관 합의를 깨며 외세의 군사 패권에 종속되어 동족을 적으로 하는 침략전쟁 연습을 벌이는 것은 온겨레가 염원하고 지향하는 평화와 통일로의 역사적 임무를 배신하는 행위이다.

이명박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을 말하며 ‘한,미신동맹’ 강화를 말해왔다. 과연 전 정권 시대의 한미관계는 적대관계였단 말인가. 미국의 요구에 의한 평택미군기지 확장,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파병, 주한미군주둔비분담금 대폭 증가, 미군의 쓰레기탄 고가 인수, 한미 FTA 협정 등 더 무엇을 해야 한미 동맹이 복원된다는 것인가. 2007년 11월 7일에 채택된 제39차 한미안보협의회의 (SCM) 공동성명에는 다음과 같은 합의 사항이 있다. ○테러와의 전쟁 협력 - 한미동맹강화, ○이북의 대량살상무기,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확산의 한미동맹에 도전으로 인식, ○주한미군주둔이 한반도, 동북아 안전을 보장하고 미국은 핵우산 제공을 통한 확장 억제 등 모두 15개 항은 대부분 한미동맹 강화 내용이다.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다는 것인가.

평화와 통일은 우리민족이 선택할 최고의 가치이다.
통일은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그리고 평화적 방법으로 이루어야 한다.
어떠한 외세의 간섭도 배제해야 하며 동족을 적으로 하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미국은 9.19공동성명과 2.13합의를 성실히 이행해야 하고 제국주의적 군사패권주의와 대량살상무기를 거두어 안고 제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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