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대의 보수화(?) 경향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는 진보진영, 나아가 한국사회의 진로를 좌우할만한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세대간 문제를 논한 주목할만한 저작과 글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소감과 견해를 지적해 보겠다.

우석훈ㆍ박권일의 『88만원 세대』

우석훈ㆍ박권일 씨가 쓴 위 책은 20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소 지루한 감은 있지만 세대 문제, 특히 20대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갖게 해준 좋은 책이다.

위 책의 주장을 요약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386세대는 학생운동을 하고서도 사회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들은 사회에 진입한 뒤 사회개혁을 지체시켜 20대가 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 심지어 원정출산과 교육엘리트주의를 확산시키는 “역사에 대한 배신”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20대들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전쟁에 가까운 고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86세대는 20대가 보수화되었다느니, 사회의식이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주장만 하고 있고, 20대는 386세대를 또 하나의 “꼰대” 쯤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386세대는 학생운동 과정에서 감옥을 가고 심지어 상당 기간의 노동운동 경력이 있어도 성공적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20대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는 386세대들이 사회에 진출할 당시의 한국경제와 20대에게 주어진 경제현실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386세대들이 반독재라는 역사적 성취를 거두었지만 그에서 나아가 20대에게도 풍족한 일자리가 차려질 사회경제적 개혁을 하지 않은 점이다. 386세대는 20대와 연대하여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보다는 적당한 지점에 멈춰 서서 20대를 함부로 타박하고 있고 이 틈을 비집고 20대는 386세대와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는 진보진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진보진영의 386세대는 전투적인 386세대가 갖고 있던 정치적 신념인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정치군사적인 반미를 후배 세대에게 전수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반면 20대가 딛고 선 잔인한 경제현실에 대해서는 둔감한 것처럼 보인다. 이로 인해 20대 전체가 놓인 현실과 20대를 대표하는 운동세력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화려한 휴가>와 <디워>의 논쟁

통일뉴스 최근 글에서 조성주 씨는 프레시안에 황진태 씨가 기고한 글을 인용하며 20대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휴가’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20대의 당면한 경제현실을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성주 씨의 글은 주견과 관점이 뚜렷한 좋은 글이다. 일독을 권한다.

역사는 현재의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냐에 달려 있다. 광주항쟁 또한 현재의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의 문제이다. ‘화려한 휴가’를 통해 80년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한나라당의 정치적 뿌리가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오늘의 20대는 80년 광주와 함께 논쟁해야할 펄펄 살아 숨쉬는 현재의 문제가 있다. 범여권과 386세대의 일부는 광주에 대해 말하자고 하면서 이를 한나라당 반대와 연결시키려 한다.

이에 대해 『88만원 세대』에서는 20대 KTX 여 승무원과 유신세대인 이철 사장과의 갈등을 통해, 그리고 조성주 씨는 대통합신당과 최열 씨의 얄팍한 정치적 계산을 통해 이런 류의 발상의 한계를 지적한다.

‘광주’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하는 문제 또한 그것을 누가 해석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철, 최열 씨의 입장에서는 광주와 반한나라당이 중요할지 모르지만 20대에게는 ‘광주’를 바탕으로 더 진전시켜야 할 과제가 있는 것이다.

20대와 386세대의 연대를 위하여

세대 문제만 본다면 20대만 문제는 아니다. 40,50대 성공한 중장년층을 제외한 60대 이상 노인층과 어린 아이들 세대도 문제이다. 20대가 이들과 다른 것은 20대의 정치사회적 행보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고 이 결정이 60대 이상의 노인들과 아이들 세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386세대에게는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강한 집단적 결속력과 이제 중년에 접어 든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자산이 있다. 이를 20대와 함께 나누자. 20대가 피 터지는 자신들 사이의 경쟁을 통해 자멸하기보다는 일자리를 나누는 사회적인 연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합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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