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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농민본부(이하 6.15농민본부)' 소속 14개 농민단체 대표 93명은 3일 김포공항에서 고려민항을 이용, 서해 직항로를 거쳐 평양에 도착했으며, 4일 오후 5시 북측 조선농업근로자동맹(이하 농근맹) 소속 농민 5백여명과 남측 농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평양 소재 근로자 중앙회관에서 남북농민연대모임 본 행사가 열렸다.
전기환 전농 사무총장과 박명만 농근맹 조국통일 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서 강창욱 농근맹위원장은 “평양을 찾은 남측 농민대표들을 열렬히 환영하며 남측 농민들의 식량주권 수호를 위한 노력에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면서 “농민들은 역사적으로 민족의 자주수호에 언제나 앞장서왔으며, 북과 남의 농민들이 힘을 합쳐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정재돈 남측 참가단장(가톨릭농민회 회장)은 연설에서 북측이 뜻하지 않은 큰물피해의 복구사업에 바쁜 나날에도 불구하고 남측 농민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준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남북 농민들이 연대하여 조국통일을 앞당기는 기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이번 평양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적절한 시기에 남측에 초대하여 남북농민대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 연설자로 나온 문경식 전농의장은 북녘의 큰물 피해에 위로를 보내며 남측 농민들은 통일쌀 짓기 운동을 더욱 힘 있게 진행하여 북측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문 의장은 또 남북 농민들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남북 농민대회의 정례화와 북측지역에 통일농업 지구 조성을 제안했다.
이날 행사는 마지막으로 지난 6월15일 발표한 민족 대단합 선언문을 재확인하면서 마쳤다.
한편, 이번 평양에서의 남북농민연대 모임은 지난 8월 결정되었으나 남북 내부 사정에 의해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행사를 준비한 관계자에 의하면, 정부는 이번 농민대회가 10월2일 남북 정상회담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여 방북승인을 내주는 것을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행사에서 농민들이 돌출 행동으로 보수진영에게 빌미를 제공,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쳐 남북 정상회담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를 우려, 출발하기 이틀 전인 3일 오후에야 방북 승인을 내줘 농민단체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는 것이다.
북측에서도 큰물 피해로 농민들이 수해복구 사업에 전력하고 있는 시기에 평양에서 행사를 치루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으나, 북측의 최고위층이 남측농민들의 평양 방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고 결단, 평양 행사를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 만수대 협동농장 자부심 대단
둘째 날 첫 남측 농민들은 북측의 농업을 둘러보기 위해 만수대 협동농장을 방문. 만수대 협동농장은 평양 시내 외각에 위치해 있으며, 김일성 주석이 32차례, 김정일 위원장이 8차례나 방문하여 현지지도를 했다면서 자부심이 대단.
이곳은 1954년 1월 25일 농가 36세대 조합원 57명이 모여 논 6정보, 밭 40정, 소3두로 만경대 농업협동조합으로 창설돼 1960년에는 40개리를 통합해 5백54농가 8백82명, 농지 548정보, 소91두를 갖춘 지금의 협동농장으로 발전했다는 것.
이 농장에는 1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회관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들이 농장 중앙에 갖추어져서 농장원들의 일상생활과 문화생활을 편리하게 누릴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농장안의 살림집에는 특이하게 메탄가스를 이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하나씩 설치돼 있어 부엌에서 조리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살림집에서는 소가축을 기를 수 있는 공간도 갖추어져 있어서 농가 부산물로 가축을 키워 단백질을 공급한다고.
협동농장에서는 농장원들에게 일한 날수를 계산하여 농산물을 분배하고 있다. 아울러 농장원들에게는 3~40평씩 텃밭이 제공되어 직접 농사를 지으며 남는 것은 국가에 판매하고, 1년에 15일간의 휴양기간이 있어서 농한기를 이용하여 교대로 휴양소나 집에서 휴양을 한다.
○ 북측 예술단원 남측 노래 불러
둘째날 오후에는 ‘615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남북농민 연대행사’가 개최됐다. 평양 시내의 중앙노동자회관에서 개최된 행사에는 북측에서 강창욱 조선농업근로자동맹 위원장을 비롯 성원 5백여명과 남측에서는 정재돈 가톨릭농민회 회장을 포함한 93명의 농민대표들이 참석.
남북농민연대모임에서는 남북의 대표들의 연설에 이어 민족대단합 선언문을 농근맹 김희선위원과 전여농 강원도 연합 선혜진 회장이 발표.
행사를 마치고 농근맹 중앙 예술단원들의 공연이 진행됐다. 예술단원들은 전문 가수들이 아니라 일터에서 일하면서 농근맹 행사 때마다 공연하는 순수 아마추어이지만 수준 높은 공연으로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기도.
특히 남측 대표단에게 도 낯익은 노래를 부를 때면 남북 농민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노래를 함께 부르는 등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 백두산 천지에서 조국통일 염원
평양에서 3일째 맞는 아침 7시20분 호텔을 나와 수안공항에서 삼지연행 고려항공을 타고 남측 대표단이 백두산으로 출발.
사시사철 머리에 흰 눈과 부석을 이고 웅장하게 솟아 있다 하여 붙여진 백두산은 이름 그대로였다. 삼지연 공항에서 정상까지는 40여km인데 30km를 까지는 나무숲이 밀림처럼 펼쳐져 있었는데 정상까지 10여km를 오르는 동안 고원의 평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잔풀이 사라지고 부석들이 깔려 있었다.
특이하게 산중턱에 수십 호 이상은 되어 보이는 살림집들이 있는 마을이 있었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동안 길가에 자전거나 도보로 지나가는 주민들이 보였다.
백두산 정상에서 천지를 바라보며 농민들은 감격스러워 했고, 모두들 한자리에 모여 천지를 바라보며 농민가를 부르고 통일의 열망을 담은 구호를 외친 뒤 상주에 온 환경농업단체협의회 감사 오덕훈 씨가 준비해온 간단한 음식으로 고사상을 차려 놓고 조국통일 기원제를 올렸다.
이날 날씨가 쾌청하여 백두산 천지를 선명히 볼 수 있었다. 북측의 해설 강사는 백두산의 날씨는 아주 변덕스러워 1년 중에 천지를 볼 수 있는 날이 며칠 되지 않는데 남측에서 오신 농민들을 하늘도 환영하는 것 같다는 말했다.
이어 방문한 백두밀영은 량강도 삼지연군에 위치해 있으며 1936년 6월 백두산에서 김 주석이 항일무장 투쟁을 할 당시 만들어진 비밀근거지라고 한다.
다음으로 방문 한곳은 삼지연. 100만년 전에 강이었던 곳에 백두산 화산의 분출과 함께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려 막혀서 생긴 호수로, 3개의 못이 나란히 있다 하여 삼지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 묘향산 국제친선 전람관 방문
네째날 방문한 묘향산 입구 국제친선 전람관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이 세계 각국으로 받은 각종선물을 전시해 놓은 곳. 이곳은 전시물들을 국가원수를 비롯한 세계의 고위급 정치지도자를 비롯하여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북측에 보낸 선물을 전시해놓은 곳으로 규모뿐만 아니라 국보급에 준하는 전시물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이어서 평양의 학생 소년 궁전을 방문. 이곳은 평양 시내의 학생들의 과외활동을 하는 곳이다. 궁전 안에는 각 소조실과 도서관 체육관 수영장 등이 갖추어져 있었다.
○ 아쉬움 뒤로 한 채 서울로
다섯째 날 평양시 북동쪽 역포구역 룡산리에 위치한 고구려의 건국 시조 동명왕의 무덤을 방문. 동명왕릉은 왕릉과 정릉사, 신하무덤 등 3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무덤 안칸 9개의 벽면에는 24개 주제를 형상화한 벽화들이 장식돼 있다.
또 이곳에 있는 정릉사는 시조왕의 명복을 빌기 위한 절로 8각7층탑을 중심으로 보광전, 극락전 등이 있었다.
총 15개의 신화무덤을 둘러본 뒤 숙소로 도착한 농민대표들은 북에서의 마지막 점심식사를 끝으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