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평택주민촛불문화제에서 팽성주민대책위 김지태 위원장이 주민들 앞에서 기존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지금까지 싸워 온 방향이 갑자기 꺾이지 않을 테니, 그 점 유의해서 끝까지 같이 해주셨으면 한다."

지난 달 28일 석방된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주민대책위' 김지태 위원장은 3일, 주민촛불문화제에서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에게 이 같이 당부했다.

평택미군기지 확장 사업을 두고 정부와 주민간의 공식대화가 재개되면서 일부 언론에서 주민들이 이주하기로 합의된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기존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이날 오후 6시 30분 대추리 농협창고에서 열린 855일째 촛불문화제에서 그는 "갑자기 (주한미군이전대책)기획단 사람들과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언론에서 합의됐다고 나왔고 모든 게 끝났다고 나와, (이를 두고) 질문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며 "속상한 소리를 들어도 그것이 진실된 내용이 아니고 합의가 끝난 것도 아니다"라며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북한이 핵문제를 두고 미국과 십년 넘게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을 거론하며 "지금까지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언론에서는 '극적타결', '완전합의' 말이 많이 나왔다"며 정부와 주민들과의 대화내용을 호도하는 언론을 이에 빗대어 비판했다.

그는 "기획단 직원을 만나는 것도 사실이고, 이제 나갈 때가 된 것 아니냐고 협상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언제 내용이 합의될 지, 만남의 숫자가 몇 번이 될 지, 협상이 끝나 봐야 어떤 형태가 나타날 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번 대화를 통해 '주민이주' 가능성을 열어 두게 되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것도 합의된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정부와의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합의내용을) 어떤 형태로 이끌어 낼 지는 여기 앉아 계신 분이 어떤 의지를 내보이느냐가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굳센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호소했다.

▲ 855일째 촛불을 치켜올리는 대추리.도두리 주민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김 위원장이 석방된 후, 그 동안 지쳐있던 주민들도 조금씩 힘을 추스르는 모습이다. 대추리.도두리 주민을 비롯해 통일광장, 범민련 남측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 등 70여명이 참석한 이날 촛불집회에서 웃음소리도 간간히 흘러나왔다.

문정현 신부는 이날 촛불문화제에서 "김지태 이장이 감옥에 있는 동안 주민들은 기가 죽어서 안타까운 모습을 날마다 보였는데, 떡하니 나오니까 안도의 한숨을 쉬고 좋아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장님도 나왔고, 주민대책위도 있으니까 주민들 몸보신도 좀 하자"며 "겨울 내내 노인정에만 있지 말고, 기운 좀 차려서 나갈 때 나가더라도 싸울 때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며 지쳐있었던 주민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무너진 대추분교의 임대점유자였던 평택두레풍물보존회 송영민 단장도 "정월 대보름 날 지신밟기도 한번 해야하지 않겠냐"며 "1월부터 많은 인원들이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와 일부 언론들은 주민들이 이제 그만 촛불을 끄고 이주준비를 하길 바라고 있지만, 주민들은 오늘도 3년 가까이 지켜온 촛불을 높이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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