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발생한 KAL858기 사건을 수사했던 국가정보원(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직원 5명이 이 사건을 다룬 소설 『배후』의 작가와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KAL858 사건을 소재로 한 서현우
씨의 소설 배후. 도서출판 창해는
최근 이 소설을 재출간했다.
22일 모두 현직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인 이들은 소설 『배후1.2』가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건과 이름을 거명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작가 서현우씨와 창해출판사에 대해 각각 2억 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당시 김현희씨의 소지품과 현장 탐문을 통해 그녀가 북한 공작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현재 국정원에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남아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국정원 직원들이 민간인과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작가 서현우씨는 "일단 국정원 명의가 아니고 수사국 수사관 5명 명의로 소송을 하면서도 이름을 공개 안하고 있는데,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이름부터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현우씨는 "의혹제기에 대한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다.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국정원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지 소송으로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소설에 대한 소송은 심리적 압박이자 출판의 자유에 대한 압박이다"고 주장했다.

도서출판 창해의 전형배 사장은 "출판과 소설은 사회에 대한 기여가 어떤 것인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기꺼이 (소송을) 당할 의사가 있다"며 "출판인은 출판 행위를 통해 사회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배 사장은 소송에 대해 "성립되기 힘든 사건이며, 국정원에서 개인에게 소를 제기한 최초의 사례라고 들었다"며 "변호사들도 수사기관 자체가 개인들에게 소를 제기한 것은 의아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서현우 작가와 전형배 사장은 모두 "법정 공방을 통해 진실이 규명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히고 김현희를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소설 『배후』는 KAL858기 사건을 소재로 다뤘으며, 국가 정보기관에서 이 공작을 담당했던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작가 서현우씨는 이 소설 출판을 계기로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활동을 본격화해 현재 진상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천주교 신부 115인 선언 기자회견을 비롯해 MBC PD수첩에서 이 사건의 의혹들을 보도했으며, KBS와 SBS도 프로그램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16년 만에 다시 이 사건의 의혹이 재조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11월 3일 천주교 신부들의 기자회견에 대해 국정원 입장을 발표하고 "국정원은 동 사건의 수사.발표에 있어 역사와 국민 앞에 단 한점의 부끄럼도 없다"고 밝히고 "아울러 각 언론에서도 이러한 제반상황을 십분 감안, 사실왜곡으로 인한 국민들의 인식 혼란이나, 국가기관의 명예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관련 보도시 각별히 신중을 기해주실 것을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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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도 왜곡 보도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국정원측의 입장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한편 도서출판 창해는 지난 5월에 발간된 소설 『배후』1.2권을 새롭게 알려진 사실들을 보완해 재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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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출판된 『배후』에서는 김현희의 공범 김승일의 죽음이 타살일 수도 있다는 점을 비롯해 김현희가 진술한 여행일정 등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 등 구체적 사실들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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