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 1, 2
[저자] 서현우  [출판사] 창해
`KE858기에 실으시오!`
`문제의 4개 화물 중 하나에서 접착 테이프가 살짝 벗겨져 틈이 보였다. 기태는 그 틈 사이에서 전선이 동그랗게 말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숱한 의혹속에 아직도 그 진실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87년 KAL 858기 사건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 참여정부 출범에 맞춰 출간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서출판 창해에서 펴낸 서현우 장편소설 `배후`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KAL 858기 사건에 대한 상식을 근저에서부터 뒤흔들어 놓고 있다.

KAL 858기가 북한 공작원 김현희와 김승일이 설치한 폭약에 의해서가 아니라 안기부가 화물칸에 실은 4개의 커다란 폭발물에 의해 폭파되었다는 설정부터가 그러하다.

무릇 소설이 재미와 감동을 본연으로 하는 `픽션`(허구)에 불과함을 모를 리 없건만 소설 배후의 1,2권을 펼쳐들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KAL 858기 사건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깊이 빠져드는 착각을 갖게 될 것이다.

첩보소설 형식의 흥미와 박진감에 더해 이런 역사적 사건의 `배후`를 파고드는 작가 서현우씨의 새로운 시도로 인해 이 소설은 분명 단순한 허구를 다룬 소설로만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다.

서현우씨가 스스로 작가후기에서 "세칭 `김현희에 의한 KAL기 폭파사건`은 사건발생 직후부터 국내외에서 의혹이 제기되어왔고, 정부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성실한 해명을 회피해 왔다"며 "이제 정부는 이러한 우리들의 노력과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라고 밝혔듯이 이 책은 87년 KAL 858기 사건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하고자 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이다.

87년 집을 나선 뒤 아직까지 생사여부조차 알지 못한 채 사라진 사람들의 진상규명을 소원해 왔던 대한항공858가족회의 차옥정 회장도 추천의 글에서 "많은 국민들이 이 책을 읽고 16년간 가려진 이 사건의 진실을 바로 알고, 또한 이 책이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차원에서, `KE858기 폭파사건` 진상규명의 초석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썼다.

그러나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인 법.
조용훈, 아니 해모수라는 안기부 암호명으로 불리우던 사나이. 그는 가는 곳마다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 해외공작원으로 87년 KAL 858기 폭파사건 공작임무를 `국가를 위해` 수행했으나 결국 외톨이가 되고 이 사건이 사실은 `독재정권을 위해` 수행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용훈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쫒기는 몸으로 정보당국을 상대로 `거래`를 시도해 성공함으로써 페루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지만 고향 울산에 사는 `서현우`(작가와 이름이 같다)와 이메일을 통해 아버지의 존재를 확인하고...

첩보소설에서 흔히 곁들어지는 주인공과 숱한 여성과의 사랑을 포함해, 있을 수 없는 우연의 연속 등 소설다운 맹점을 고스란히 안고있는 이 책은 그래서 역시 소설일 뿐이다.

그러나 수지킴 사건이 그러했듯이 87년 KAL 858기 사건은 그저 소설의 흥밋거리 소재로 치부하기에는 그 역사적 무게가 너무 무겁다.

작가 역시 아직은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고심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사건 당일 아부다비 공항과 암만에서의 상황을 비록 정보기관의 시각이라는 형식을 빌었지만 나름의 가설을 세워 재구성한 것은 이 사건에 대한 깊은 고찰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87년 KAL 858기 사건은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이 책이 참여정부의 국정원 개혁에 반대하는 `배후`들에게 일대 반격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가설을 기자도 세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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