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 27일 타결된 군사분계선(MDL) 통행에 관한 남.북.미 갈등은 지난해 11월초 비무장지대(DMZ) 지뢰제거 검증 요원의 MDL 통과절차에 관한 이견에서 비롯됐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절차에 따라 상호검증 요원 명단을 유엔사와 북한군간에 통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북측은 지난해 9월 17일 서명, 교환한 남북군사보장합의서에 따라 관리구역 문제에 유엔사가 개입하지 말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유엔사는 통과 절차를 간소화하는 대신 유엔사의 통행 승인서를 북측이 접수할 것을 요구했으나 북측이 `유엔사 개입 배제`라는 입장을 고수, 지뢰제거 검증 작업이 무산됐고 지뢰제거 작업도 무기한 중단됐다.

그러나 북측이 지난해 11월 27일 "민족의 혈맥을 잇는 역사적인 사업이 검증 절차 문제로 지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리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단 지뢰제거 작업은 재개됐으나 민간인의 MDL 통과 절차에 대한 이견이 잠복된 상태였다.

이튿날 유엔사 부참모장인 제임스 솔리건 미군소장은 기자들과 만나 "MDL 통과는 반드시 유엔사 승인을 거쳐야 하고 북측이 유엔사를 배제한다면 남북간 교류.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솔리건 소장의 발언이 알려져 유엔사(미군)가 남북 교류.협력의 걸림돌이라는 여론의 따가운 비판이 잇따르자 국방부와 유엔사는 12월 1일 유엔사가 MDL월선 승인권을 유지하되 우리측에 실질적인 재량권을 넘겨주는 `간소화 절차`에 합의, 북측에 이 안을 수용할 것을 제의했다.

이 과정에서 남북의 관리구역내 지뢰제거가 완료됐는데도 12월 5일과 11일로 예정됐던 금강산 육로관광 사전답사와 시범관광이 무산돼, `길을 뚫고도 오가지 못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에 따라 남북은 12월 23일 판문점에서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 접촉을 열어 MDL 통과 문제 협상에 나섰으나 양측의 첨예한 입장 대립으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남북관리구역도 정전협정이 적용되는 DMZ의 일부`라는 문구를 통행보장합의서에 명시하자는 국방부와 유엔사의 입장과 `남북군사보장합의서에 따라 관리구역에서의 문제는 남북이 알아서 하면 되고 유엔사가 개입할 근거가 없다`는 북측의 주장이 맞섰다.

북측은 그러나 `정전협정에 따라 MDL 통행 관할권을 지키겠다`는 유엔사의 입장이 워낙 강경한데다 남북 경협을 본격적으로 진전시켜 실리를 얻기 위해서는 명분 싸움인 합의 문구에 매달리기보다는 우선 MDL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정전협정에 따른 유엔사의 승인권을 문서화하는데 동의하는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으로 관측된다

북측은 다만 막판에 `통행 문제는 정전협정에 따라 협의처리한다`는 조항에 `쌍방이 협의 처리한다`, 즉 `쌍방`이란 낱말이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27일 결국 `쌍방`이라는 문구를 포기하기로 최종 양보했다.

북측의 이같은 변화는 지난주 열린 장관급회담과 철도.도로 실무협의회 등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며 핵 문제와 관계없이 교류.협력 지속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등 남북 교류.협력을 본격 추진해 실리를 얻으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막판 쟁점 타결은 "관리구역내 군사 충돌이나 분쟁 발생시 정전협정에 의한 유엔사의 권한 수행을 가능하도록 하면서도 통행에 관한 실질적인 문제는 남북이 직접 통보해 처리토록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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