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질서 변동기’를 맞아 미·중·러 간 전략 경쟁과 협력이 복잡다단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굵직한 외교행사들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먼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중국 톈진(天津)에서 「2025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린다. 

[신화통신] 상하이협력기구(SCO) 홍보자료 갈무리.
[신화통신] 상하이협력기구(SCO) 홍보자료 갈무리.

SCO는 미국과 유럽 등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맞서 새로운 안보 질서를 모색하기 위한 기구이다. 중국과 러시아, 벨라루스, 인도, 이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공화국,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정회원국이다. 몽골과 아프가니스탄이 준회원국(Observer)이며,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캄보디아, 네팔, 튀르키예, 스리랑카,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몰디브, 미얀마, UAE, 쿠웨이트가 대화상대국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23일 내외신 브리핑을 개최한 류빈(劉彬) 외교부 부장조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외국 정상 20여명과 함께 톈진 하이허 강변에 모여 SCO의 성공 경험을 총결산하고 향후 발전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회의에 참석하는 외국 정상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공화국 대통령,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 모하메드 무이주 몰디브 대통령, K.P.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무스타파 카말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통룬 시술리트 라오스 인민혁명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등이다.

중 외교부, “김정은 참석 열렬히 환영”

[사진 갈무리-신화통신]
[사진 갈무리-신화통신]

다음달 2일부터 4일까지는 중국 지도부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온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기념행사」가 열린다. 

28일 ‘전승절’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한 훙레이(洪磊) 외교부 부장조리는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의 초청으로 외국 국가원수와 정부 수반 26명이 기념행사에 참석하게 된다”고 알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조선노동당 총비서, 국무위원장 김정은”을 호명했다. 

다음달 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1시) 텐안먼(天安門) 망루 중앙에 나란히 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열병식을 지켜보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는 뜻이다.   

다만 이것이 중국이 애초 원했던 그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은 전 세계 각국에 초청장을 보냈으나, 미국과 유럽은 물론 한국 정상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과 한 자리에 서는데 난색을 표했다. 일본은 심지어 훼방을 놨다. 전승절 행사가 ‘반일 색채’가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톈진에서 열리는 SCO에 참석한 모디 인도 총리마저 ‘전승절’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귀국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다자외교 무대에 등장한다. 지난 5월 모스크바 ‘전승절’(5.9)이라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굳이 베이징을 데뷔 장소로 택한 건 시진핑 주석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28일 훙레이 부장조리는 “우리는 김정은 총비서가 중국에 와서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걸 열렬히 환영한다”고 반겼다. 

“올해는 조선의 조국해방 80돌”이기도 하다며, “힘들고 어려운 전쟁 시기 중조 양국 인민은 서로 지지하며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웠고 세계 반파시스트전쟁과 인류 정의사업 승리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고 상기시켰다. 

훙레이 부장조리는 “중조관계를 잘 유지하고 다지며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중국은 조선과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사회주의건설을 추진하는 길에서 손잡고 나가며, 지역 평화 안정을 촉진하고 국제 공정과 정의 수호사업에서 긴밀히 협력하여 중조 전통우호의 새 장을 써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위성락, “이례적인 일이고 주목 요하는 상황 진전”

발표 시점(28일)도 눈길을 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날이자 한·미 연합군사연습 「을지 프리덤 실드」(UFS)가 끝난 날이다. 한·미동맹-한·미·일 협력 강화에 북·중·러 연대 강화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28일 오후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과 관련해 한중 간 소통을 지속해 왔으며, 상기 사실은 관계기관의 정보를 통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중북관계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길 기대한다”면서 “우리는 남북 간 대화와 협력에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되풀이했다.

29일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승절 행사라는 여럿이 모이는 자리에 가는 거라서 전과 좀 다르게 사전에 발표를 한 것 같다. 좀 이례적인 일”이라며 “그런 자리에 잘 가지 않아 왔거든요”라고 짚었다.

“주목을 요하는 상황 진전”이고 “거기서 중국하고의 정상회담도 있을 수 있고 또 러시아와 정상회담도 있을 수 있고”라고 내다봤다. ‘북중러 연대 강화’에 대해서는 “그룹별의 어떤 분열선이랄까 이게 좀 더 심화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푸틴, “세계경제 중심 아시아태평양으로 이동”

다음달 3일부터 6일까지 푸틴 대통령이 주도하는 「제10차 동방경제포럼」이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다. 로스콩그레스재단이 주최하고 [타스통신]이 주관언론사로 참여한다. 올해 슬로건은 “극동-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이다. 

28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올해 포럼에는 7개 블록으로 나뉜 90개 주제별 세션이 준비되어 있다. “36개국에서 약 6천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SCO(톈진), 전승절 열병식(베이징)에 참석한 뒤 동방경제포럼에 합류한다. 

‘동방경제포럼 참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푸틴 대통령은 “세계 경제 활동의 중심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점점 더 이동함에 따라, 이 지역 국가 간에 양자 관계뿐 아니라 SCO나 BRICS와 같은 연합을 통해서도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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