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6일 오전 외교부 18층 서희홀에서 오찬 회담을 갖고 오후 외교부 3층 국제회의장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6일 오전 외교부 18층 서희홀에서 오찬 회담을 갖고 오후 외교부 3층 국제회의장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푸틴 대통령이 여기에 더 나아가 러시아의 수 십 년 간의 정책을 뒤집고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용인하려는 단계에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퇴임을 목전에 두고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6일 한미 외교장관회담 기자회견에서 최근 북러 밀착을 우려하면서 러시아의 ‘북핵 용인’ 가능성을 제기해 주목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6일 오전 11시 49분 외교부 18층 서희홀에서 오찬 회담을 갖고 오후 1시 45분 외교부 3층 국제회의장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 내신 기자석은 만석을 이뤘지만 외신 기자석은 여유로웠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 내신 기자석은 만석을 이뤘지만 외신 기자석은 여유로웠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블링컨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북한이 이미 러시아로부터 군사 장비와 훈련을 받고 있다”면서 “이제는 모스크바가 북한에 첨단 우주 및 위성 기술을 공유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기자의 확인 질문에 블링컨 장관은 “바로 포탄이라든가 탄약 그리고 병력을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하는 것”이고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하는 반대 급부”로 군사 장비와 훈련, 그리고 “러시아가 갖고 있는 의도는 우주와 위성 관련된 기술을 제공하려는 의도가 있다라고 우리들은 파악하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아울러 “이것이 미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매우 심각한 우려 사항이고 일본도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023년 11월 21일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궤도에 진입시킨데 이어 지난해 5월 27일 ‘만리경-1-1’호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정찰위성은 군사정보 수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발사 기술 자체가 미사일 기술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일 등은 북한이 정찰위성을 개발하는 것을 규탄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3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고각 발사에 성공하자 미국 전역을 사정거리에 둔 ‘최종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명명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러 밀착은 심화됐고, 지난해 6월 19일 평양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열려 새로운 북러조약(「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이 체결됨으로써 북러관계는 군사동맹 관계로 진전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흐름에서 바로 블링컨 장관이 언급한 러측의 ‘반대급부’가 군사장비와 훈련은 물온 ‘우주와 위성 관련된 기술’ 제공이라는 것. 블링컨 장관은 “지난 12월 말에 쿠루스크에서 1천 명 넘는 북한인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퇴임을 앞둔 블링컨 장관은 북러 밀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퇴임을 앞둔 블링컨 장관은 북러 밀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특히 주목되는 점은 러시아의 ‘북핵 용인’ 가능성을 언급한 점이다. 블링컨 장관은 사전에 준비한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용인하려는 단계에 가까워졌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갖고 있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계에서도 핵보유 5개국, 이른바 ‘P5’로서 핵기득권을 인정받고 있는 나라다. 실제로도 핵무기 분야에서는 미국과 더불어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다.

러시아는 기존에 북한의 ‘핵무기 시험’에 대해 유엔 안보리의 규탄성명이나 제재결의에 최소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최근의 북러동맹 진전에 따라 이같은 ‘수 십 년 간의 정책’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미측의 진단이 공식 제기된 셈이다. 러시아는 이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에도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에 반대해 나서고 있으며, 대북 제재결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활동시한 연장에도 반대해 해체시킨 바 있다.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한편으로는 방위력 증강의 일환으로, 한편으로는 협상용으로 추진해 왔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no-deal)’로 무산되자 북미, 남북 협상을 밀쳐두고 자력갱생과 중러는 물론 글로벌 사우스(Global Shouth)에 눈을 돌리고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 지위 굳히기, 응고에 돌입한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 언론은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농축우라늄(HEU) 농축시설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고, 우라늄 원심분리기가 꽉 들어찬 곳을 둘러보는 사진을 게재한 바 있다. 이 시설은 영변 등 지금까지 알려진 곳이 아니어서 북측이 이 시설을 공개하고 나선 이유에 대한 분석들이 뒤따르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 맥락에서 보면,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와의 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보다는 북러간 군사밀착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러시아는 신 북러조약에 따라 ‘핵무기 보유국’인 북한을 동맹국으로 갖게 되고, 북한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NPT 체제에서 P5인 러시아로부터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받게 되는 것.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2.3 비상계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블링컨 장관은 최근 한국의 상황에 대해 “윤 대통령이 취한 조치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는 부분이 있고 이것에 대해서 대한민국 정부에 직접 전달을 했다”며 “동시에 우리들은 깊은 신뢰를 얻고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에 관련된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들의 노력을 통해서, 헌법을 지키고 법치를 지켜나가는 그런 노력을 통해서 이런 모든 상황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저는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조태열 장관은 “우리나라는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민주화를 이룩하고 경제성장을 이룩한 모범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그런 과정에서 우리도 미처 탐지하지 못했던 그런 취약성을 내포한 가운데 여기까지 왔다”며 “그런 잠재했던 요소들이 특수한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드러나서 우리가 전혀 예기치도 않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시일 내에는 어렵고 끊임없이 우리 정치권이 각성을 하면서 더 나은 더 완벽한 민주주의를 향해서 노력을 해야 하고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극복하고 화합과 통합, 치유의 정치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조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오늘 한미 동맹의 어떠한 공백도 없음을 재확인하였다”면서 “저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공고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우리의 대외정책 기조가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네 번째로 국무부 장관으로 방한하는 것”이라며 “4년 전에 오스틴 국방장관과 저는 바이든 행정부 내각 중에 최초 해외 순방으로 서울과 도쿄를 방문했다”고 회고하고 “우리 양국 간의 관계는 어느 한 지도자, 한 정부, 정당보다 훨씬 더 크다”고 미국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한미관계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사진 출처 - 기재부 홈페이지]
블링컨 장관은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예방했다. [사진 출처 - 기재부 홈페이지]

앞서, 블링컨 장관은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예방,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과 최 권한대행 체제의 리더십에 대해 완전히 신뢰한다”고 말했다.

한편, 평통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6일 오전 외교부청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며 “한반도와 동북아에 대결과 전쟁을 불러오고 한국을 대중 공격/방어를 위한 전초기지로 전락시키는 한일/한미일 동맹 구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국가 전체가 윤석열의 12·3 내란 사태로 혼란한 상황임에도 자국의 패권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한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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