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국제적 차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이 지속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전이 가세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얼어붙었습니다. 몇 년간 아무런 변화 없이 꿈쩍도 하지 않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의 답답함에 아쉬움을 보내면서, [2023년 송년특집]을 ①한반도 주변 관계 ②남북관계 ③북한 내부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지구촌을 강타했다. 임계점 근처에서 아슬아슬하게 펼쳐지는 ‘미·중 전략경쟁’, 2년 가까이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기존 국제질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한반도와 그 주변지역이 속한 ‘인도-태평양’(미·일) 또는 ‘동아시아’(중국) 지역 정세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역대급 미사일 발사와 한·미(·일)의 전례 없는 연합군사훈련이 불러온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는 올해 들어 더욱 심화됐다.   

이 흐름을 반영하는 세 가지 사건을 꼽는다면, 미국 워싱턴 DC 교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8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계기 한·중 정상회담 무산(11월)이다. 

‘캠프 데이비드 합의’ :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2023년 상반기 북·중이 ‘코로나 봉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각각 발목 잡힌 가운데, 한·미·일이 먼저 치고 나갔다. 

올해 1월 11일 외교·국방부 새해 업무보고 때 “더 문제가 심각해져 가지고 여기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 정가를 발칵 뒤집었다. 

4월 26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하는 한.미 정상. [사진제공-대통령실]
4월 26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하는 한.미 정상. [사진제공-대통령실]

국내 보수층 일각의 핵무장 요구에 기반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4월 하순 ‘한미동맹 70주년 계기 미국 방문’ 내내 최우선 관심사였고, 결국 「워싱턴선언」으로 봉합됐다. 

윤 대통령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한·미 원자력 협정 준수’를 서약했다. 대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핵협의그룹(NCG) 설치’와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 등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증진’이라는 당근을 내밀었다. 

별도 채택된 「한미동맹 70주년 공동성명」(이하 ‘한·미 공동성명’)에는 북한을 넘어 중국·러시아를 겨냥한 내용들이 빼곡하게 들어갔다.   

△한·미·일 간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체계 구축, 대잠수함 및 해상미사일방어 등 3국 훈련 재개, △대만 해협 평화·안정 유지와 남중국해 등에서 항행·비행의 자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연대 동참-우크라이나에 정치·안보·인도·경제 지원 제공 등이다. 

한·미 공동성명은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 대통령의 대승적 조치를 환영하였고, 지역 및 경제 안보에 관한 3국 협력 심화로 이어지는 한일 간 협력 확대를 강력하게 지지하였다”고 명시했다. ‘강제징용해법’ 발표(3.6)와 방일(3.16~17) 등 윤석열정부의 대일 유화조치들이 방미 선물이었음을 의미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5.7~8), 윤 대통령의 히로시마 G7 정상회의(5.19~21) 참관이 이어지면서 한국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를 묵인하는 지경까지 나아갔다.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담 후 회견하는 한미일 정상. [사진제공-대통령실]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담 후 회견하는 한미일 정상. [사진제공-대통령실]

8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 한·미·일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 「캠프 데이비드 정신」, 「한미일 협의에 대한 공약」이라는 세 가지 문서(이하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채택했다.

“대한민국, 미국, 일본이 하나가 될 때 더 강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이 더 강하다”는 공통 인식에 기반하여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간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고, 3국 안보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다짐하고 “최소한 연례적으로 3국 정상, 외교장관, 국방장관 및 국가안보보좌관 간 협의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 대응을 조율하기 위한 3자 차원의 신속한 협의”를 공약했다. 

한·미·일 3자가 참여하는 ‘소다자 안보협력체’가 지역 내에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북·러 밀착하고 한·중 멀어지고       

새해 첫날 북한은 「조선로동당 중앙위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보도」를 통해 한미일이 ‘동맹강화’의 간판 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블럭을 형성하는데 골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제관계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는데 맞게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가 (...) 철저히 견지해야 할 대외사업원칙이 강조되었다”고 알렸으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한·미 연합군사연습 등 계기에 북한은 어김없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발사했다. 한·미·일이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가져가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감싸는 모양새도 되풀이됐다.    

7월 27일 평양에서 열병식을 지켜보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김정은 위원장, 리훙중 중국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왼쪽 두번째부터). [사진 갈무리-노동신문]
7월 27일 평양에서 열병식을 지켜보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김정은 위원장, 리훙중 중국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왼쪽 두번째부터). [사진 갈무리-노동신문]

올해 7월 27일 저녁 평양에서 열린 ‘전승 70주년 열병식’은 ‘북·중·러 연대’가 극적으로 부각된 행사였다. 주석단에 나란히 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부총리급),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모습이 국제사회에 전파됐기 때문이다. 

이 때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에 파견한 대표단의 면면은 이후 북·러, 북·중 협력이 각각 군사적, 비군사적 방향으로 펼쳐질 것임을 예고했다고 할 수 있다.  

9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난 북.러 정상. [사진 갈무리-타스통신]
9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난 북.러 정상. [사진 갈무리-타스통신]

9월 13일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만났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맞서 사용할 포탄이 절박한 러시아와 정찰위성 등 첨단군사기술 등이 필요한 북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코로나 봉쇄 해제’ 이후 김 위원장의 첫 방문지가 중국이 아닌 러시아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전승 70돌’ 계기 중국의 지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대러 관계 강화를 통해 대중 지렛대를 확보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선택도 흥미롭다. 북한과 밀착하지 않고, 한국과의 멀어짐을 감수하는 쪽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11월 APEC 회의 때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를 각각 만났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윤 대통령을 패싱한 게 그 증거다.

중국 사정에 밝은 외교소식통은 ‘2030 엑스포 참패’와 마찬가지로 ‘한·중 정상회담 무산’도 윤석열정부의 소망적 사고가 빚은 “예고된 외교참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APEC 회의 때 중국의 선택지에 한중 정상회담은 없었다”고 전했다. “리창 총리가 참석하는 한·중·일 정상회의도 내년 초 개최도 난망하다”면서 “4월 총선 이후에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라고 알렸다. 

중국이 흑연에 이어 요소 수출통제에 나선 것도 한·중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24년 한반도 주변은 어떻게 움직일까?

내년 한반도와 주변 정세를 규정할 중요한 변수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 1월 대만 총통선거, 3월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대선,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 등이 예정되어 있다. 일본 중의원 선거도 내년에 치러진다.       

낮은 지지율로 신음 중인 한·미·일 정상들에게는 악몽의 한 해가 될 수 있다. 특히,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올해 한·미·일 정상이 쌓아올린 나름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중·러 진영’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해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실패,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의 시선 분산 등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걸음은 가벼워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득표율이 문제이지 당선 자체에 어려움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2024년은 ‘신(新) 중국 75주년’이자 ‘북·중 수교 75주년’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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