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학문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상

(조선신보, 2022.7.9.)
(조선신보, 2022.7.9.)

북이 2021년 7월 최우수발명가상을 제정하여 2022년부터 2.16과학기술상 시상식에서 2.16과학기술상, 국가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와 함께 시상하고 있다. 

기존 2.16과학기술상, 과학기술혁신상, 국가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는 전문가인 과학자, 기술자에게만 주는 상이다. 그러나 북이 매년 3~5명 정도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최우수발명가상은 이름 그대로 최우수발명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즉 과학자, 기술자뿐 아니라 노동자, 농민, 사무원, 학생, 간부 등도 받을 수 있는 상이다.
 
참고로 이 상 앞에는 연도가 붙는데(예를 들어 ‘2022년 최우수발명가상’), 이는 국가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와 마찬가지로 시상한 해의 직전 해로서, 그해까지의 성과를 종합해서 상을 준다는 의미이다.                                 
                                                          
발명 촉진, ‘전민과학기술인재화’가 목표

2015년 1월에 이미 북의 발명총국이 2014년에 나온 발명을 총정리하면서 2014년 최우수발명가 열 명을 선정한 적이 있다. 이때 선정된 사람들의 직함만 보면 인민군 군관, 옥류관 종업원, 기계공장의 3대혁명소조원, 평양양말공장 실장, 유원지총국 국장 등 최대 다섯 명이 비전문가로 추정된다. 

북의 2014년 최우수발명가들
북의 2014년 최우수발명가들

그런데 이후 북이 2021년 최우수발명가상을 제정할 때까지 최우수발명가를 추가로 선정했다는 기사는 없다. 최우수발명가상은 이렇게 일회성에 그쳤던 상을 매년, 그것도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가리지 않고 시상함으로써 전 사회적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더욱 넓히면서 주민들의 발명을 촉진하고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더욱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상에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이 표방해온 전민과학기술인재화의 지향이 반영되었다. 즉, 현시대가 과학기술이 종합적인 국력을 좌우하는 “지식경제 시대”이기 때문에, 모든 주민이 대학 졸업 수준의 과학기술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발전과 사회혁신을 실현하는 데 나서도록 자극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최우수발명가상이다.

제16차 국가발명전람회(2018)에 출품된 시제품들(조선중앙TV, 2018.9.3.)
제16차 국가발명전람회(2018)에 출품된 시제품들(조선중앙TV, 2018.9.3.)
제16차 국가발명전람회(2018)에 출품된 시제품들(조선중앙TV, 2018.9.3.)
제16차 국가발명전람회(2018)에 출품된 시제품들(조선중앙TV, 2018.9.3.)


수상자 중 비전문가는 한 명

최우수발명가상 수상자는 아래 표에서 보듯이 2021년 네 명, 2022년 다섯 명이다. 

2021, 2022년 최우수발명가상 수상자들(로동신문, 2022.3.9., 2023.3.12.)
2021, 2022년 최우수발명가상 수상자들(로동신문, 2022.3.9., 2023.3.12.)
2021, 2022년 최우수발명가상 수상자들(로동신문, 2022.3.9., 2023.3.12.)
2021, 2022년 최우수발명가상 수상자들(로동신문, 2022.3.9., 2023.3.12.)

이 중 소속과 직책으로 미루어볼 때 과학자, 기술자라고 보기 힘든 사람은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사회안전군 군관인 서명혁 한 명이다. 봉화화학공장 지배인 김추남은 이전 직책이 이 공장의 기사장(수석 엔지니어)이었기 때문에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다른 수상자들도 부기사장, 병원 심장혈관외과 과장, 연구소 소장・부소장・실장 등 전문가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 상을 ‘누구나’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나’ 국가 최고 수준의 발명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비전문가가 적다고 추정된다. 

경제와 인민생활 관련 발명이 가장 많아

이들의 발명은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직결된 것이 많다. 예를 들어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부기사장 서승관은 대형 톱니바퀴의 주형 생산방법, 주물품의 기포 제거 방법 등을 발명해서 대규모 화력발전소의 발전설비처럼 국가적인 중요성이 큰 설비 생산에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홈페이지(unibook.unikorea.go.kr)에서 서승관 이름으로 검색하면 그가 북의 발명공보에 등록한 발명특허 목록을 볼 수 있다. 

서승관의 발명특허들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홈페이지)
서승관의 발명특허들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홈페이지)

강계건재시험소 소장 김임철은 각 지역의 원료를 이용한 콘크리트 경화촉진제, 페인트 등 다양한 마감건재를 개발해서 삼지연시 건설 등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했다고 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 홈페이지(www.nktech.net)에 들어가면 김임철의 발명특허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김임철의 발명특허 사례(www.nktech.net)
김임철의 발명특허 사례(www.nktech.net)

이들 외에도 봉화화학공장 김추남은 중요 화학제품의 가공률・품질 제고와 금속공업・화학공업의 자립성 강화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기술을 발명했고, 평양건축대학 송영일 박사는 노동력・자재・공사기일을 크게 줄이거나 시설 수명을 연장하는 각종 철근 콘크리트 시공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황해남도정보통신국 실장 리성남은 황해남도체신관리국 소속일 때부터 지금까지 다기능 수자식(디지털) 중첩기, 포전종합측정장치 등 농업생산의 정보화, 과학화, 통합경영정보화체계 구축에 필요한 각종 ICT 제품을 개발했다고 알려졌다. 

리성남이 개발한 다기능 수자식 중첩기와 포전종합측정기(조선의 오늘, 2018.9.23.)
리성남이 개발한 다기능 수자식 중첩기와 포전종합측정기(조선의 오늘, 2018.9.23.)

세계지식재산기구 발명가 메달 수상자도 있어

신의주화장품공장 봄향기연구소 부소장 김흥원 박사는 지난 5년 동안 노화방지제, 미백제, 자외선 차단제, 기능성 비누/샴푸 제조 방법 등 수십 건을 발명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불로초(영지버섯) 배양액을 이용한 노화방지 영양액을 개발해서 2019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발명가 메달을 받았다. 각종 LED 조명장치와 치과 의료 기구용 조명 장치 등을 개발한 국가과학원 동력기계연구소 실장 석영범도 2016년에 세계지식재산기구 발명가 메달을 받았다. 

석영범이 세계지식재산기구로부터 받은 발명가 메달과 증서(류경, 2018.6.25.)
석영범이 세계지식재산기구로부터 받은 발명가 메달과 증서(류경, 2018.6.25.)

옥류아동병원 심장혈관외과 과장 리철진은 심장 수술용 소모품 10여 종을 국산화하고 새로운 심장 수술 방법을 연구해서 선천성 심장기형 환자 치료에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북 체제 특성에서 비롯된 발명도

끝으로 북의 체제적 특수성에서 중요한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석영범이 개발한 LED 조명장치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잘 비추기 위한 것이었고, 세계지식재산기구의 발명가 메달도 이것으로 받았다. 

2021년 최우수발명가 중 한 명인 사회안전군 군관 서명혁의 주요 발명도 깃발을 자동으로 휘날리게 하는 장치, 압축공기를 이용해서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눈이 쌓이는 걸 막아주는 장치 등이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북이 2021년 최우수발명가상을 제정하고 지난 2년 동안 비전문가 한 명을 포함해 총 9명에게 시상했다. 수상자들의 발명은 기계공업, 화학공업, 농업, 경공업, 보건의료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있다. 앞으로도 어떤 발명이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을지, 수상자 중 비전문가의 비율이 높아질지 등에 대해서 주목해볼 만하다.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박사.

대학에서 미생물학, 대학원에서 북한 과학사를 전공했고,

북의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발전 전략과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북한의 '과학기술 강국' 구상과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2018) 등이 있고,

공저로 『김정은 시대 북한의 선택―10년의 변화 10개의 키워드』(블루앤노트, 2022), 『김정은의 전략과 북한』(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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