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친교행사를 위해 미국 백악관에서 만난 한미 정상. [사진제공-대통령실]
지난달 25일 친교행사를 위해 미국 백악관에서 만난 한미 정상. [사진제공-대통령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옛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미 성과 부풀리기에 나섰다. 4월 30일 오후 윤 대통령 귀국 직후 “국빈방문 성과” 보도참고자료와 “경제분야 성과” 참고자료를 잇따라 쏟아냈다.

전체적으로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정의로운 한미동맹’을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한미동맹의 70년 성과를 함께 축하하고, 미래 발전 방향을 협의했으며, △굳건한 군사·안보 협력을 토대로 경제안보·기술혁신, 지역·글로벌 현안, 문화·인적교류 등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했으며, △자유 민주주의, 법치, 인권 등을 수호하는‘가치 동맹’으로서의 역할을 재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핵심적인 다섯 분야에서 다각적 협력관계를 강화했다고 자평했다. 

△차관보급 ‘핵협의그룹’(NCG) 신설 등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질적으로 강화하고, △최첨단 반도체 등 경제안보 협력을 심화했으며, △차세대 핵심·신흥기술대화 신설 등으로 첨단기술동맹을 심화하고, △‘청년 특별교류 프로그램’ 등 인적 교류 제도를 확충했으며, △한미일 협력 강화 등 글로벌 자유·평화·번영에 공동 기여하는 미래 동맹상을 구현했다는 것.

이밖에 △국빈만찬 등을 통해 양 정상 간 신뢰와 유대를 강화하고,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7번째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등을 통해 미국 내 한미동맹 지지 저변을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또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에서의 우리 기업의 우려 해소”를 경제 분야 성과라고 주장했다. 

“양국 정상은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준다는 방향에서 명확하게 합의했다”고 내세웠으나, “미국은 어떻게든 한국 기업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 외에 별다른 근거를 대지는 못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한미정상회담 직후 미국 백악관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에 1천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는 미국 내 4만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공표한 것과 대조된다.

야, “‘빈손외교’ 넘어 ‘대국민 사기외교’”

이에 대해, 4월 30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은 ‘빈손 외교’를 넘어 ‘대국민 사기 외교’로 막을 내렸다”고 혹평했다. 

그는 “정상회담 직후 우리 정부가 “사실상 핵공유”라고 하자, 미국 측에서 단박에 “아니”라고 반박했다”면서 “대통령실은 “심리적 안정감을 강조한 것”, “핵공유가 느껴질 것”이라는 등 궤변을 늘어놨다”고 지적했다. “‘핵인지 감수성(核認知 感受性)’이라는 신조어마저 등장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권 대변인은 “미국이 아니라는데 대한민국이 미국의 핵을 공유한다고 주장하는 게 말이나 되는가”면서 “워싱턴 선언이 나토보다 실효성이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도 과대포장으로 여론을 호도한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우리 경제의 미래산업의 향배가 걸린 사안은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권 대변인은 “도청문제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못하고, 텅빈 쇼핑백만 들고 돌아온 모습에 국민들은 허탈해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국민의 냉정한 평가를 직시하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주요 일정들을 의전적 측면에서 잘 감당해낸 것 같다”면서도 “화려한 국빈대접을 받고 돌아오는 대통령을 맞이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천근만근”이라고 비판했다. “점수를 매기라면 학사경고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심 의원은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을 선진국 문턱까지 뒷받침했던 국가대전략은 ‘안미경중’,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 모두 미국에 다 걸겠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대한민국은 미국의 대중·대러 봉쇄에 한 걸음 더 개입했다”면서 “대한민국이 ‘미국 우선주의의 행동대장’처럼 움직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작은 우산 하나 들고 신냉전의 폭풍우 속으로 뛰어드는 격”이라고 했다. 

심 의원은 “겉으로 혈맹을 앞세웠던 미국은 경제에서 미국 우선주의 수용을 강변했다”면서 “윤석열대통령은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핵신산업에서 미국의 부당하고 차별적인 조치를 조금도 시정시키지 못했고, 미국의 인위적인 공급망재편 압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미국 언론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26일 정상회담 직후 회견에서 미국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의 최우선 경제과제는 미국 제조산업을 성장시켜 중국과 경쟁하는 것이다. (...) 이로 인해 동맹국 한국이 피해 보는 데 그렇게 하면서 미국 내에서 정치적 지지를 추구하는가”라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스]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으로부터 환대를 받았지만 고국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면서 한국 내 비판적 시각들을 소개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워싱턴선언은 (...) 빈 껍데기”라며 “미국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일축했다. 존 딜러리 연세대 교수도 “한국 젊은이들은 (윤 대통령이 국빈만찬에서 부른) ‘아메리칸 파이’의 가사는 몰라도 IRA는 잘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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