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은 24일 ‘러 극동지역 재외국민 신변 안전 공지’를 발표했다. 사진은 총영사관 홈페이지 첫 화면.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은 24일 ‘러 극동지역 재외국민 신변 안전 공지’를 발표했다. 사진은 총영사관 홈페이지 첫 화면.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가능성 시사 발언이 러시아 현지 재외국민들에게는 ‘신변 안전’ 문제로 현실화되고 있다.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은 24일자 ‘러 극동지역 재외국민 신변 안전 공지’(이하 공지)를 통해 “최근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 언급과 관련해 이에 불만을 가진 현지인들의 시비, 폭행 등 한국인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니 러시아 극동지역 재외국민들께서는 신변에 각별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알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1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파문이 커진 것.

공지는 “재외국민들께서는 여러 사람들이 모인 곳 또는 현지인들이 있는 장소 등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관련된 의견 표명이나 대화 등을 가급적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했다.

또한 심야시간 단독 외출이나 인적이 드문 지역 통행을 지양하고, 외출시 거주등록증 등 합법 체류를 증명하는 서류를 지참할 것 등을 권고했다. 한 마디로 재외국민들의 신변 안전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추가]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 안전 공지 삭제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 안전 공지가 언론에 보도돼 파문이 일자 이날 오후 총영사관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블라디보스톡에서 공지를 올린 것은 대통령 인터뷰 보다는 공관에서 파악한 현지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며 “그런데 공관에서 확인해 봤더니 첩보가 믿을 만한 것 같지 않아서 지금은 안전 공지가 내려갔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관련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일부 시인하면서도 기사 수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공지에는 “최근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 언급과 관련해 불만을 가진 현지인들이...”라고 공지의 배경을 밝히고 있어 외교부의 ‘오해’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유라시아 5개 한인회 성명, “어떠한 경우라도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지원 반대”

한편, 유라시아 지역 9개 한인회 중 5개 한인회도 23일 밤 ‘대한민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발언에 대한 러시아 CIS 한인회의 성명서’를 발표, “러시아와 CIS의 한인들은 어떠한 경우라도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지원을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사할린 한인회(회장 현덕수), 상트페떼르부르크 한인회(회장 최선도), 우즈베키스탄 한인회(회장 강창석), 키르키즈스탄 한인회(회장 김기수) 연해주 한인회(회장 이상수) 등 5개 한인회는 성명에서 “러시아의 한인들은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시, 국민 대다수 의사에 반하고 미국의 이익과 입장에 동조하는 발언이 나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이 무기를 수출하여 대량 살상을 저지르는 국가가 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한민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만천하에 천명하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인도적인 지원만 가능하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혀라”라고 요구했다.

대한민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발언에 대한 러시아 CIS 한인회의 성명서(전문)

러시아 CIS 한인들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찬성하고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도 경제적, 사회적 피해를 보고 있음에도 대한민국 정부를 믿고 지지하며, 현 사태가 속히 종식되기를 바라며 묵묵히 버텨 왔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말씀을 접하면서, 더 가만히 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님을 깨닫고 한인 전체의 목소리를 담아 성명을 발표하고자 한다. 

"러시아와 CIS의 한인들은 어떠한 경우라도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지원을 반대한다."

윤 대통령은 2023년 4월 1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인도적 지원만 한다는 우리 정부의 방침이 무기지원 가능으로 바뀐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 한러 관계는 파탄이 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11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155mm 포탄 10만 발을 미국에 판매하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으며, 지난 4월 9일에 유출된 미국의 문건에는 한국의 155mm 포탄 33만 발을 독일로 운송한다는 계획이 있었고, 국내 언론의 취재를 통하여 사실일 정황이 크다고 보도되었다. 이렇게 사태가 심각해지는 와중에, 비록 3가지 단서를 달았지만,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기조로 정부 방침이 바뀌어 이곳 한인들은 더욱 우려하게 되었다. 실제로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메드베데프, 크렘린 대변인 페스코프와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일정 부분 전쟁 개입을 뜻하는 것이라며 경고했다.

이렇게 러시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살상 무기지원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할 뿐, 국민에게 솔직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한인들은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시, 국민 대다수 의사에 반하고 미국의 이익과 입장에 동조하는 발언이 나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이 무기를 수출하여 대량 살상을 저지르는 국가가 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 더 많은 무기는 더 많은 무기를 불러오고, 더 많은 희생을 낳을 것이다. 한국이 주변 강대국 사이의 분쟁에 휘말려 국민이 원치 않는 피해를 볼 수 있는 현 상황을 크게 우려하며, 우리는 러시아 CIS 한인들의 뜻을 모아 다음과 같은 두 개항의 성명을 발표한다. 

첫째, 대한민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만천하에 천명하라.
둘째,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인도적인 지원만 가능하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혀라.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 강창석
키르기즈스탄 한인회장 김기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한인회장 최선도
러시아 연해주 한인회장 이상수 
러시아 사할린 한인회장 현덕수  

2023,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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