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9. 어디든 ‘인사가 만사’이다
나의 제42~43회 연재를 읽은 육지의 어느 유명 화백(畫伯)의 지적이다. “제주만의 특징이 없습니다. 왜 제주에서 이런 전시(비엔날레)를 해야 하는지 당위성이 없습니다. 천박한 자본주의 논리요, 베끼기, 따라가기, 돈 쓰기, 끼리끼리 나눠 먹기의 전형적인 부패상입니다”라는 것이다.
서울과 제주에서 활동하는 제주 출신의 또 다른 어느 화가분은 “제주도립미술관장 임명 전부터 무지함과 공포심마저 느꼈”음을 토로하여 왔다. 전임 지사의 문맹적 인사를 이제야 용가를 내어 토로한 것이다. 옳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다. 즉 인사를 잘해야 만사가 형통한다는 말이다.
제주 미술계에는 제주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 화가가 있고, 도 외에서 태어나 화가가 되어 제주로 들어온 입도인 화가가 있으며, 또한 제주에 화실을 연 외국인 화가도 있다. 고향이 도내‧도 이외 어디든, 외국인이라도 제주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전업화가는 모두 제주의 화가로 받아들여야 한다.
프랑스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은 화가로서의 인생 중 상당 기간을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제도의 섬 타히티(Tahiti)에서 보냈다. 고갱은 타히티를 빛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10. 2년 전의 촌극
지금의 제주에도 20여 년 후에 세계적인 화가로 인정받는 그러한 화가가 나와야 한다. 그 싹이 지금 트며 자라고 있어야 하며, 이미 자라고 있다. 만약에 그런 화가가 없다고 지금 당신이 생각한다면, 나는 “우리는 그런 화가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답하고자 한다. 그러나 제주의 미술 행정가들은 지금 그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역시 ‘인사가 만사’이다.
2년여 전에 제주의 어느 지도자급 화백의 전화를 받았다.
“K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K가 지사에게 신임 미술관장을 추천했다는데요.”
나는 무언가 이상했다. 이에 “내가 아는 K라는 이름을 가진 분은 두 분인데, 한 분은 대전 출신의 전직 국회의원이고, 한 분은 OOO에 있다.”라고 말했다.
다시 “호남 출신이라는데요”라고 한다. OOO의 K가 호남 출신이다.
“OOO에 있는 K에게 확인해 보죠.”
확인 후 곧바로 제주의 그 어느 화백에게 전화를 드렸다. “절대 아니랍니다. 원 지사와는 지난 3년간 통화도 한 적이 전혀 없답니다.”
당시에 이런 엉뚱한 촌극이 있었다. 지금 나는 왜 그 당시의 촌극을 이렇게 밝히는가?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누군가 은폐하려고 엉뚱한 K를 끌어들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지금 내가 판단하기에는 전임 지사의 측근 K가 추천한 것은 맞는데, 그 K는 나의 절친 K에게 화살을 돌린 것이다. 정말 여우보다 교활하다.
11. 실전에 강한 제주도립미술관장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10일자에 제3회 제주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본 연재의 제28회로 기고한 「제주화단은 세계미술시장으로 나가자」를 읽어 보기는 바란다. [관련 연재물 읽기]제주 미술계 진흥책에 대하여 깊이 있게 언급하면서, 끝에 “지난 제1회에는 제주 미술계가 비엔날레의 지속적 유지를 위하여 비평과 비판을 자제하였지만, 이번에는 비평과 비판이 거침없이 나올 수도 있다. 모두를 만족하게 할 제주비엔날레가 될 수는 없으므로 비평은 장려하되 비판은 자제하기를 제주 미술계 인사들에게 바란다. 물론 주제와 개최 의도가 실종되는 제주비엔날레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11월 15일 개막 후에 보니 이번 제3회 제주비엔닐레는 실망스럽게도 주제와 개최 의도가 실종되었다. 이제 이번 주말(12일)이면 비엔날레는 폐막한다. 분명한 총화를 거쳐 제주도립미술관의 행정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박사(博士)는 박사(薄士)라는 비아냥 소리가 있다. 제주도 지방정부에서는 학위보다는 실전에 강한 미술계 전문가를 새로운 관장으로 선임하여야 할 것이다. 지난 2년 이상 제주 미술계가 무지함과 공포심으로 얼마나 말 못하는 골머리를 앓아 왔는가? 역시 ‘인사가 만사’이다.
12. 제주도립미술관의 사업영역을 확대하자
제주 문화시설의 지역 편중을 벗어나야 한다. 성산읍 표선면 남원읍에는 공공 문화시설이 전혀 없다. 표선면 가시리에 리립조랑말박물관이 있기는 하지만, 도의 지원은 없다. 이들 서귀포시 도심지 동쪽 지역에 인구가 적지만, 인구의 분산과 문화관광자원을 창달하기 위하여 이 지역에 거주하며 창작하는 미술가들에 대한 도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대선에서 한 대선후보는 국가 예산의 2.5%를 문화예산으로 편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전국에 미술관 박물관을 1,350개 정도로 확장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현재 전국의 미술관 박물관 수는 대체로 950여 개가 되는 것 같다. 1,350개의 미술관 박물관이면 한 개의 구(區)나 군(郡)에 적어도 1개는 있어야 한다. 제주가 6~7개의 시군으로 나뉜다면, 당연히 성산읍과 표선면 남원읍을 통합한 군에도 최소 하나 이상의 국공립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들어서야 한다.
나는 제주도의 1년 예산의 3%는 문화예산으로 써야 한다고 본다. 과거의 문화예산은 대부분 건축물 확보 및 관리에 써 왔다. 그러나 이제 건축물 시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어떻게 문화를 재창달할 수 있는 효율적인 예산을 집행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다음 회에서는 그에 대한 일면을 제시하고자 한다. 다만 이번에는 “제주도립미술관을 바로 새우고 사업영역을 확대하여야 한다”는 것을 지적한 선에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