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제주의 미술계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3대 권력이 있다고 말한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과 제주문예진흥원 원장,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을 말한다. 이 가운데 제주문화재단 이사장과 제주문예진흥원 원장은 제8기 도정이 출범하고 신규 임용되었다. 그러나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은 현재 폐막일을 기다리고 있는 제3회 제주비엔날레의 진행으로 인하여 그 임기가 1년 기한으로 임시 연기되었다. 이제 나는 제주 미술계 변화를 위하여 지금 변해야 할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1. 제3회 제주비엔날레의 운영에 대하여

최근 나는 제주의 미술계 인사 여럿을 연쇄 접촉하였다. 그들은 제1회 제주비엔날레 때부터 비엔날레의 성공적 진행과 지속을 위하여 나는 비평을 자제하여 왔다는 것을 잘 아는 분들이다. 그러나 이것을 잘 아는 그들은 의외로 한결같이 내게 제3회 제주비엔날레에 대한 혹독한 비평을 주문하였다.

제2회 비엔날레를 건너뛰고 5년 만에 열린 제3회에는 이제 폐막을 앞두고 있다. 지금 주최 측에서는 ‘용비어천가’ 같은 사후(事後) 주례사(主禮辭) 영상을 준비하고 있지만, 지금은 제주비엔날레와 제주도 미술계의 미래를 위하여 필요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비평이 은폐되거나 가려진 상황에서는 발전을 위한 미래의 지향점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제1회 제주비엔날레는 ‘투어’가 주제였으나, 그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는 다양하지 못한 폐쇄적인 진행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전시 규모라든가 시도는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한 것이 보였다. 그러나 이번 제3회는 그 주제가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이지만 환경이나 자연 문제에 대한 어떠한 감흥도 주지 못하고 있다.

『제3회 제주비엔날레』, 2022년 11월 16일~2023년 2월 12일. [사진 제공 - 이양재]
『제3회 제주비엔날레』, 2022년 11월 16일~2023년 2월 12일. [사진 제공 - 이양재]
제3회 제주비엔날레는 6개 장소에서 분산 개최되었다. [사진 제공 - 이양재]
제3회 제주비엔날레는 6개 장소에서 분산 개최되었다. [사진 제공 - 이양재]

제주비엔날레의 목적과 지향점이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한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제주미술계에서 나오고 있다. 전시된 작품이 수준 미달로 보여, 16개국 55명의 작가가 선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왜? 이 작가와 작품이 선정되었는지 하는 지적마저도 나오고 있다.

전시장에는 상당한 수준급의 작품도 있지만, 대체로 작품이 비엔날레의 주제와는 동떨어지고 산만하다. 일부 작품은 비엔날레와 연결시키기 위하여 억지로 제목을 붙인 것 같다는 혹평까지 나온다. 이미 흘러간 설치미술을 흉내 낸 수준의 하드웨어로 제주의 풍광이나 옛 미술품을 넣은 영상을 틀어 댄다고 현시대의 미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민들의 예술 수준을 너무나도 얕잡아 본 연출이다.

더군다나 관람 불만의 압권은 ‘미술관옆집 제주’에서 나온다. 그런 식으로 개인 편의적으로 운영하려면 공공의 미술 행사 비엔날레에 끼여 넣지 말았어야 했다. 거기에 무슨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라도 걸었는가?

2. 제3회 제주비엔날레의 부족한 점에 대하여

도내‧외의 미술계 인사들이 대체로 공감하는 점은 이번 제3회 비엔날레는 한마디로 제주도립미술관과 관련자 몇 사람의 리그(League)라는 사실이다.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이라지만, 아주 좋은 주제이면서도 충분히 숙성되지 못한 설익은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몇몇 미술계 인사들은 그 원인을 “현 도립미술관장를 전임 도지사가 선심성 인사로 임명하였다”라는 의혹과 “관장의 비민주적 불통 자세”에서 원인을 찾는다. 미루다 미루다 개최한 제3회 제주비엔날레는 개최 시기도 동절기로 적절치 않았다. 그러면서도 개막 당일까지 ‘자디에 사(Zadie Xa)’의 작품은 제대로 설치가 완료되지도 않았다.

대체로 홍보와 보도 면에서 낙제점이라는 사실은 작품의 출품자마저도 지적하는 사실이다. 결국에는 내용이 좋아야 홍보물이 잘 나오고 보도 가치가 있는데, 주제가 실종된 그들만의 리그이므로 홍보도 필요 없게 된 것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도립미술관장은 정치권만을 바라보며 기대고 있다는 지적마저도 나온다.

제3회 제주비엔날레는 관람자가 1만 명 조금 넘는 선이다. 그마저도 제주현대미술관이나 평화센터, 삼성혈, 마라도 등등은 훨씬 적은 수천 명의 관람자가 다녀갔을 것이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비엔날레 가운데 최하위의 처참할 정도의 관람자 기록이다.

앞으로의 제주비엔날레를 바꾸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닫고, 제주아트페어를 확대하도록 지원하는 게 낫겠다. 나의 이 말은 제주비엔날레를 없애라는 말이 아니다. 좀 제대로 하자는 말이다. 어린애 장난 같은 불통은 집어치워라.

3.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은 의혹의 인물 하 모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을 전임 도지사가 K 씨의 추천을 받아 선심성 인사를 했다는 말이 돈 적이 있다. 나이가 너무 어리기 때문이다. 너무 어리니 미술계와 미술을 모른다는 지적이다. 행정이라도 잘하면 되겠지만, 비민주적이고 불통이라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초의 풍문에 의하면 지금 관장은 하(河) 모라는 희대의 이상한 기증자에 현혹된 것 같다. 하 모가 부산에 왔다고 만사를 제쳐놓고 부산으로 달려간 일이 있다고 한다. 하 모는 광주시립미술관에 상당수의 작품을 기증하였고, 고향 전남 영암에 하(河)미술관을 개관한 바 있다.

그러나 그가 기증한 많은 물품은 검증이 안 된 물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미 검증되었거나 검증이 될 수 있는 작품만 기증을 받는다.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은 그의 기증을 유도하고 이에 기대어 관장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질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나는 하 모의 일본 내 행적에 대하여 지인들에게서 많이 들었다. 그는 정체불명의 사업가로 총련측 화가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분란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 따라서 그를 의혹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순수한 사업가도 순수한 기증자도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은 의혹의 인물 하(河) 모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일본의 재일동포로는 한국의 민단계와 북의 총련계가 있다. 1970년대 말 이후 최근까지 일본에서 활동한 미술가는 대다수가 총련계 미술가였다. 총련 조직 산하에 문학예술가동맹이 있고, 문예동에는 재일본조선미술협회가 있다. 또한 총련계 대학으로는 조선대학교가 있는데, 조선대에는 미술부가 있어, 총련계 미술가들에게는 미술 활동의 동력이 있었다. 이들 재일본조선미술협회 회원들 틈을 휘젓고 다니며 그 일부를 이탈시킨 정체불명의 인물이 바로 하 모라고 한다.

2005년에 광복 60주년을 맞아 일본 총련 소속의 화가 [홍영우‧고삼권 이인전]을 서울과 제주에서 개최하였다. 당시 주최는 민화협과 민예총, 통일맞이 등이었지만, 사실 모든 경비는 내가 지출하였다. 그리고 그 두 분 화백을 국내에 널리 홍보한 바 있다. 이후 특히 고삼권 화백은 한국을 여러 차례 들어왔고, 제주에 올 때는 내가 귀환 항공표와 숙식비를 제공해 드렸다.

고삼권 화백은 “제주에 화실을 짓고 개인미술관을 하겠다”라고 한 바 있다. 이러한 일본에 있는 우리 교민계 전업 화가들 대부분은 총련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바 있었던 화가들이다. 이들의 연합력을 파괴하려고 국내의 이상한 몇 사람과 공조한 인물로 하 모가 지목되어 왔다.

4. 제주에 한민족 디아스포라 미술관을 세워야

1900년 이후, 특히 일제 식민지 시기에 조선의 많은 사람은 해외를 떠돌았다. 그들이나 그들의 후손 가운데는 예인(藝人)과 미술가들도 있었다. 중국의 한낙연이나 러시아의 변월용 등등 끝내 타향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낸 화가들이 있다.

그들 이외에도 1953년 한국전쟁 이후에 해외로 떠나간 사람들도 많다. 일본 총련계 화가들은 대다수가 1950년도 이전에 부조(父祖)가 일본에 정착한 사람들의 아들이거나 딸이다. 총련계 화가들의 많은 작품이 민족 지향적이다.

우리 한민족이 세계 각지에 퍼져서 이룩한 미술 창작품을 모은 한민족 디아스포라 미술관이 세워졌으면 한다. 우선 재일본 화가들의 작품들을 모아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를 절규하며 미래의 희망을 노래하는 작품들을 상당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일본에 거주하는 교민 미술가들을 대상으로 하여 먼저 시작하자. 일본의 총련계이든 민단계이든 중도적인 입장의 분이든 모두 한민족 디아스포라 미술관의 사업 대상에 넣자. 그리고 차츰 중국과 러시아 및 유럽, 멕시코 등등으로 넓혀 나가자.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현대미술관과 사설이든 공설이든 도내의 모든 미술관을 지도하고 지휘할 수 있는 인물이 맡아야 한다. 제주의 미술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삼대 권력 가운데 하나 남은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직에는 실사구시의 행동파가 선임되어야 한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5. 제주의 아트페어를 통합하고 지원하자

제주에 작은 규모의 아트페어가 2~3개 있다. 그런데 제주에서의 미술품 구매력은 형편없이 약하다. 제주 화가들의 작품이 널리 유통되고 발전하려면 육지의 화상이나 화가들과의 공존도 중요하다.

제주 화가들의 작품이 도외(道外)에서 유통하게 하려면 상대적으로 도외 작가들의 작품이 제주에서 유통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제주에서의 아트페어는 빈약하다. 타 지역의 아트페어에 비하면 매출이 전혀 없다. 관람자의 거의 모두는 아이(Eye) 쇼핑이다. 그래도 아트페어는 해야 한다.

제주만의 아트페어를 구상하자. 보통 3~4일간 하는 아트페어를 24~30일간 하는 미술축제로 바꾸자. 도에서 비엔날레에 투자하는 예산의 1/4~1/5 정도만 들여도 크게 성공한다. 이 아트페어를 제주비엔날레 기간 중에 개최하자. 비엔날레가 받는 상승효과는 상당히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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