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은 3일 워싱턴DC에서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은 3일 워싱턴DC에서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은 3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안토니 블링컨(Antony J. Blinken)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북한의 7차 핵실험 문제 등을 협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밝히는 공동기자회견에서 5,6일로 예정된 중국 방문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박진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흔들림 없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비핵화 없는 평화는 가짜 평화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한반도의 진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빈틈없는 공조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한국 특파원들에게 “북한 나름대로 좋은 시점에서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7차 핵실험을 하면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할 가능성이 높고, 북한이 이를 미사일에 탑재하면 전술핵미사일이 되기 때문에 대단히 심각한 안보 위협이므로 공동대처해야하고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을 블링컨 장관에게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고위당국자는 미국도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여론을 알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최상의 선택은 미국과 확장억제를 강화해서 그게 유사시에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협의를 강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답해 ‘한국 자체 핵무장’은 언급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한국 자체 핵무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 직후 박진 외교장관과 블링컨 국무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 제공 - 외교부]
한미 외교장관 회담 직후 박진 외교장관과 블링컨 국무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블링컨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핵과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체계를 포함해 모든 범위의 자산을 이용해 한국을 방어할 것을 약속했다”며 “동맹국에 대해 확장억제를 통해 보호하겠다는 것에 의구심을 품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 자체 핵무장’이 불필요하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박진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유엔 제재를 빈틈없이 완전히 이행하는 한편 북한의 불법적인 자금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대응은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최근 흐름을 재확인했다.

또한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을 계속해서 중점적으로 다뤄나가는 것에 대해 논의했고, 새 북한인권특사로 줄리 터너씨가 지명된 것을 환영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특히 “우리는 중국이 북한의 행동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명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를 행사할 책임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며 “북한 비핵화는 한·미·중이 오랫동안 협력해 온 영역이며 앞으로도 그러해야 한다”고 말해 주목된다.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보다 대중국 압박강도를 한 단계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3일 워싱턴DC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관계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진 제공 - 외교부]
3일 워싱턴DC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관계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진 제공 - 외교부]

그러나 5,6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블링컨 국무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양해를 구한 뒤 발언에 앞서 “이번주 예정된 중국 방문을 연기한다”며 “우리는 지금은 건설적인 방문을 위한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주 상공을 떠다니며 민감한 군사시설을 정찰하고 있다고 중국을 비난했지만 중국은 민간 기상 및 과학 연구용이며 불가항력으로 미국 영공에 잘못 진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에게 미국 상공에 이 정찰풍선이 존재하는 것이 미국의 주권과 국제법을 명확하게 침해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중국 외교라인의 투톱인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친강 외교부장을 만날 예정이었다.

박진 장관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 방미와 관련해 미국 측과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확인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3,4월께 국빈방문 형식으로 미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고위당국자는 한미 외교 장관들이 한일 간 강제징용 협상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우리도 노력하지만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중요한 만큼 일본과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일 간에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해결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박진 장관은 “북한의 증가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도 “박 장관과 나는 대만 해협의 평화 유지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고,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의 안보 공조 확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문제와 관련 질문에 고위당국자는 “에너지 부문을 포함해 기여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미국 측과 협의했다”며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가능한 지원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직 입장 변화는 없지만 ‘기여 확대’, ‘가능한 지원 방안’ 등 여지를 열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될 소지도 있는 대목이다.

한미 외교장관들은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간의 과학 및 기술협력에 관한 협정을 개정 및 연장하는 의정서」에 서명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한미 외교장관들은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간의 과학 및 기술협력에 관한 협정을 개정 및 연장하는 의정서」에 서명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양국 장관은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간의 과학 및 기술협력에 관한 협정을 개정 및 연장하는 의정서」에 서명했다. 박 장관은 “양국간 연구개발 협력은 물론 전문가 교류 및 지식교환을 촉진함으로써 양국간 핵심기술 파트너십을 증진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진 외교장관은  미국 내 차세대 한인 리더들과 만찬을 가졌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장관은 미국 내 차세대 한인 리더들과 만찬을 가졌다. [사진 제공 - 외교부]

한편,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을 면담하고 미국 상하 양원 의원들을 접견한 박진 장관은 이날 정치, 경제, 과학기술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국 내 차세대 한인 리더들과 만찬을 갖고, 한미관계 발전을 위한 이들의 역할과 기여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한미간 지속적인 가교 역할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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