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배 외교부 차관보는 방한 중인 대니얼 크리튼브링크(Daniel Kritenbrink)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26일 오후 외교부에서 한미 차관보 회담을 갖고 ‘가치 외교’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현안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측은 북한의 도발 중단과 대화 복귀를 위한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미측은 우리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하였다”고 밝혔다.
한편,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6일 오후 성 김(Sung Kim)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북핵 수석대표 유선협의를 갖고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포함,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북한 비핵화 진전을 위한 공조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양측은 대북 억지력을 지속 강화하는 가운데,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이에 강력히 대응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동시에, 유연하고 열린 접근을 바탕으로 북한의 대화 복귀 견인을 위한 공조를 흔들림 없이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한미 외교 차관보 회의 결과에 대해 “양측은 한반도를 넘어 인태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해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우크라이나, 태평양 도서국 등 주요 지역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였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이른바 ‘가치 외교’에 기반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발맞추고 있으며, 한국식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 중이다. 그러나 미국의 인태전략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한국식’ 인태전략이 이같은 틀을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양 차관보는 한미동맹이 군사‧안보 분야를 넘어 경제안보‧기술 동맹 및 지역‧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협력의 지평을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전략적 소통과 공조를 지속 강화해 나가자고 하였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외교부는 특히 “여 차관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우리측의 우려를 전달하였고, 양 차관보는 이에 대해 외교당국 간에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된 IRA(Inflation Reduction Act)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제해택을 주는 조항 등이 포함돼 국내산 전기자동차가 세제해택에서 제외됨으로써 경쟁력을 잃게 돼 우리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차관보가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IRA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전달했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박 장관은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는 한미 FTA와 WTO 위반 소지가 있으며, 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면서, 이러한 차별적 조치의 면제 또는 유보 등 가능한 해결방안이 조속히 마련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였다”고 전했다.
박 장관이 한미 FTA와 WTO 위반 소지까지 거론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은 그만큼 IRA에 대한 우리 정부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1시간 가량 진행된 한미 외교 차관보 회담에서는 △한미관계 △북한·북핵 문제 △지역 및 글로벌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고, 다음달 개최 예정인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에서 한미간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는 26일 오후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외교부 방문에 항의하는 1인시위를 전개, ‘한미일 동맹 반대!’, ‘한미일 MD 구축 반대!’, ‘불법 사드 철거’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동아태 차관보 방한의 주안점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북한, 중국 등을 겨냥한 한일/한미일 동맹 구축을 윤석열 정부에 다그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일 군사동맹이 구축되어 한국이 중국과의 대결에 선봉에 선다면 중국으로 부터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군사적, 경제적 위협을 자초하는 꼴이 된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