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은 뿌려도 굶어야 하니

 

○.... 굶주림 속에서도 씨앗은 뿌려야했다. 봄이라곤 해도 물속에 잠긴 발은 시리도록 차다. 허기찬 배를 허리띠로 졸라맨 육순의 몸은 무척도 메말라 붙었다.

 
○.... 땅에 집착한 농민의 설움... 조상대대로 물려온 「흙의 노예」들이 제 땅이 되었다고 기뻐했던 한 때는 허무하게 흘러 버렸다.
 
이제 새로운 지주 손에 넘어간 땅을 파야 입에 풀칠이라도 한다. 끼니를 에인 굶주림을 안고 못자리에 씨 뿌리는 손이 가늘게 떨린다.

 
○.... 뿌릴 씨앗도 남기지 않고 먹여야 사는 농민도 있다. 차마 씨앗을 먹으랴...고 씨앗만은 남기고 굶어 죽은 농민도 있으리라. 땅도 씨앗도 「쟁기」까지도 새 지주로부터 빌려서 땅을 파면 이 몸은 이른 봄이 채 되기 전에 다시 굶는 운명에 빠져 들어가는 것이다.

 
○.... 피땀 농사지어도 내 입에 넣지 못하는 농민... 아니 오히려 해마다 빚이 늘다가 부황이 들어 죽거나 대처를 찾아 안처없이 유랑의 길을 떠나야 하는 슬픈 운명의 농민들은 뉘 나라 백성이기에 이렇도록 슬퍼야만 한단 말인가?

 
○.... 한나절 양광 속에 아지랑이가 너울거린다. 굶주린 눈길에 어지러움이 더해가는 늙은 농부는 말없이 씨앗을 뿌린다. 어쩌면 병정으로 간 아들의 이름을 입속에서 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굶주림 속에서도 씨앗을 뿌려야 하는 이 땅의 농민들에게 무겁게 지워진 「멍에」는 언제 풀릴는지? 제2공화국의 내각에는 슬픈 농사의 이런 사연들이 들리지 않는가?

 
(사진=씨앗을 뿌리는 늙은 농부. 경기도 양주에서)

거울

거울 [민족일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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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씨앗」은 뿌려도 굶어야 하니

 

○.... 굶주림 속에서도 씨앗은 뿌려야했다. 봄이라곤 해도 물속에 잠긴 발은 시리도록 차다. 虛氣찬 배를 허리띠로 졸라맨 六旬의 몸은 무척도 메말라 붙었다.


○.... 땅에 執着한 農民의 설움... 祖上代代로 물려온 「흙의 奴隸」들이 제 땅이 되었다고 기뻐했던 한 때는 虛無하게 흘러 버렸다.

이제 새로운 地主 손에 넘어간 땅을 파야 입에 풀칠이라도 한다. 끼니를 에인 굶주림을 안고 못자리에 씨 뿌리는 손이 가늘게 떨린다.

 
○.... 뿌릴 씨앗도 남기지 않고 먹여야 사는 農民도 있다. 차마 씨앗을 먹으랴...고 씨앗만은 남기고 굶어 죽은 農民도 있으리라. 땅도 씨앗도 「쟁기」까지도 새 地主로부터 빌려서 땅을 파면 이 몸은 이른 봄이 채 되기 前에 다시 굶는 運命에 빠져 들어가는 것이다.

 
○.... 피땀 농사지어도 내 입에 넣지 못하는 農民... 아니 오히려 해마다 빚이 늘다가 浮黃이 들어 죽거나 대처를 찾아 安處없이 流浪의 길을 떠나야 하는 슬픈 運命의 農民들은 뉘 나라 百姓이기에 이렇도록 슬퍼야만 한단 말인가?

 
○.... 한나절 陽光속에 아지랑이가 너울거린다. 굶주린 눈길에 어지러움이 더해가는 늙은 農夫는 말없이 씨앗을 뿌린다. 어쩌면 兵丁으로 간 아들의 이름을 입속에서 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굶주림 속에서도 씨앗을 뿌려야 하는 이 땅의 農民들에게 무겁게 지워진 「멍에」는 언제 풀릴는지? 第二共和國의 內閣에는 슬픈 農士의 이런 사연들이 들리지 않는가?

 
(사진=씨앗을 뿌리는 늙은 農夫. 京畿道 楊洲에서)

[민족일보] 1961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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