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2022년 흑호 새해를 맞이하여 한반도 주변 안보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한반도에 핵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듯하여 몹시 불안하다. 북한의 각종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인해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이 강화되고 있고 북미 간 ‘강대강’ 맞대응으로, 실타래 같이 꼬여 있는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의지와 결단을 미국과 북한이 진정으로 보여 줄 때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금년 1월에 통일뉴스에 게재된 필자의 두 칼럼(2022. 1. 151. 22)에 이어서 후속으로 이번 칼럼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환경조성을 위해 북미 간 기 싸움을 그만 접고 북한과 미국이 ‘강대강’ 맞대응을 즉각 중단하고 북미 간 ‘실질적 외교협상’을 통한 적극적인 관여(positive engagement)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미중 전략경쟁시대에 3월 9일 남한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통령 후보 가운데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핵심이슈로 등장하였다. 더욱이 북한이 금년 1월에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단거리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하여 모두 7번째 시험발사한 것은 역사적인 이변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북미 간 ‘강대강’ 맞대응은 일촉즉발의 한반도 위기를 조성할 뿐이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필자는 미국과 북한이 ‘강대강’ 맞대응을 즉각 자제하길 촉구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필자의 굳은 신념에서 차가운 머리로 뜨거운 가슴으로 남북미 3국은 함께 지속적인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창의적인 해법을 모색하길 바란다.

지난 1월 19일 북한 노동당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 에서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하달)하였다"고 조선중앙통신(1.20)은 보도했다.

이것은 2018년 4월 21일 이후 북한이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유예 (moratorium-모라토리엄)를 철회조치 하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북한은 모라토리엄 철회조치 이유로 3년 9개월 동안 '선제적 선의조치'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는데도 미국이 제재 완화를 비롯한 상응 조치를 하지 않았고, "우리 국가를 악랄하게 중상 모독하면서 무려 20여 차의 단독 제재조치를 하는 망동을 자행했다"고 주장하였다.

현 시점에서 미국이 북한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방치한 것으로 인해 북한지도부의 불만과 좌절감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북한이 모라토리엄 철회조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이며, 북한의 의도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미중 전략경쟁시대에 대만, 이란, 북한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외교안보적 딜레마에 빠진 미국을 압박해 국제 사회의 주목을 이끌어내려는 북한의 의도가 보인다. 둘째, 3월 9일 한국 대선에 영향을 끼치고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북한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셋째, 앞에서 지적한 데로 북한이 지난 3년 9개월 동안 모라토리엄을 잘 준수하였고 미국에 선제조치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으나 미국이 이를 방치하였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1년이 지나도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았고 “조건 없는 대화”에 나오라고만 한데 대한 심리적 좌절감과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북한은 2022년 1월에 ‘무력시위’로 7번이나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특히 1월 30일 7번째 시험발사에서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으며 4년여 만에 재개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1. 31) 보도에 의하면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 사격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전하고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검수 사격은 생산 배치되는 미사일을 무작위로 골라 품질을 검증하는 시험발사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북한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이 실전 배치돼 있음을 확인한 것이고 "정확성·안전성·운용효과성 확인"을 전했고, 최대 사거리 4천500-5천 km로 추정된다고 알려졌다. 북한의 IRBM인 화성-12형이 실전 배치되도록 미국이 ‘방치’한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의 오류임이 틀림없다.

현 시점에서 북한이 대륙간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이 2018년 4월 21일 이후 선제적으로 핵실험이나 ICBM 발사 유예선언[미국은 레드라인(redline)]을 한 이후 지난 3년 9개월 동안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고 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선언을 잘 지켜왔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태도에 따라 향후 핵실험과 ICBM시험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중요한 변수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절대로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년 3월-4월에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거나 중단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하도록 미국이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에 미국과 국제사회가 강력한 추가 제재조치를 할 것을 북한지도부는 너무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전략적 계산을 할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 시기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미국은 새로운 유류공급 제한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의 추가제재뿐 아니라 미국의 단독제재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김정은 정권의 몰락 위험이 있어 북한군부도 핵실험과 ICBM 발사재개를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겠다고 결정한다면 일부 논객들은 ICBM 발사시기로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을 계기로 2월과 4월 발사 가능성을 추론한다. 필자의 견해로는 베이징 올림픽, 한국 대선 일자 등 북한에 미치는 최악의 영향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겠지만 또 다른 핵심변수는 앞에서 지적한 데로 금년 3월-4월 예정인 한미 연합훈련의 실시와 상관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 유엔결의 2397을 위반하면서 ICBM을 발사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는 추가 대북제재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유엔안보리의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와 미국의 단독제재로 한반도 주변의 해상봉쇄도 고려해 볼 수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추가 대북제재에 동참할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유엔안보리의 강력한 추가 제재조치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강대강’ 맞대응으로 이어져 핵실험까지도 재개할 개연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런 단계적 순서로 한반도 위기상황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까지 진전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행동으로 이런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경우에 한국정부도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북미 간 ‘강대강’ 맞대응은 한반도 문제 해법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강경압박정책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없음을 현실적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렇게 점진적으로 일촉즉발의 한반도 위기상황으로 진전된다면 미국은 대북 선제타격까지 심각하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북 선제타격을 실행하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한반도에서 미중 간 핵전쟁으로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핵전쟁은 우리 홍익인간의 자손들의 공멸뿐만 아니라 인류의 공멸을 가져올 수도 있다.

때문에 한반도에서 핵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며 모든 힘을 모아 핵전쟁을 예방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제2타격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면(전문가들은 불가능하다고 주장)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은 미중 간 핵전쟁을 유발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절대로 동의해선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시점에서 바람직한 현실적인 선택은 미국과 북한이 ‘강대강’ 맞대응을 자제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하자”고만 앵무새같이 반복하지 말고 ‘새로운 셈법’을 제안하여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실질적인 외교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한반도 문제해법을 모색하는 길 이외는 다른 정도(正道)가 안 보인다.

그러므로 필자는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북한지도부는 절대로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과 북한은 ‘강대강’ 맞대응을 즉각 중단하고 상호양보와 타협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외교협상의 길을 모색하길 진심으로 재촉구한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미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2010-2021)/현 명예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참여포럼(KAPAC)상임고문, 평통 자문회의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가주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공로상수상(2021), 경남대 명예정치학 박사 수여(2019),글로벌평화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의 혁신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4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한반도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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