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2022년 새해 벽두에 미국과 북한이 ‘강대강’ 맞대응으로 진전되고 있어 한반도의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다.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는 ‘멸공’이니 대북 ‘선제타격’론을 주장하는 대통령 후보가 3월9일 대선에 당선된다고 가정하면 한반도에서 또 다시 핵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올까 몹시 두렵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일관성 있는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정착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국제/국내 변수로 지속 가능한 한반 도평화 실현을 이루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라기보다 문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국내외 변수로 인해 불안한 정전체제를 대체하는 항구적인 평화체제구축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쉽다. 일부 논객들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실패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 정부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이루지 못한 사실은 국제적/국내적 변수를 고려하여 문 정부의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노력을 객관적 평가를 해주길 기대한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의 제도화를 위해 전력을 추구한 문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미국과 북한의 상이한 접근방법과 해법 때문에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을 이루지 못한 점을 필자는 지적하고자 한다. 현 시점에서 평가할 때 미국과 북한의 정책이 도저히 타협할 수 없이 다른 길을 걷고 있어 불안하고 안타깝다.

임인년의 새아침에 북한은 1월 5일과 11일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2번 연속으로 시험발사에 성공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이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즉각 추가 단독제재를 강행하였다. 미 재무부는 1월 12일 대량살상무기와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개발에 참여한 북한인사 6명 등을 제재조치 하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인들을 단독제재 한 것은 처음이었다. 미 재무부는 북한의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을 막고 관련 기술을 확산하려는 시도를 저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북한은 1월 14일 미 재무부의 제재에 반발하며 공언했던 더 강력한 반응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으로 평북내륙에서 동해로 단거리 탄도미시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국방부가 발표하였다. 향후 이러한 북한의 무력시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강대강’ 맞대응하게 되어 북미 간 기 싸움이 재개되는 양상을 보여 마치 평창 동계올림픽(2018.2) 이전으로 북미관계가 복귀를 예고하고 있는 듯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요구를 완전히 무시해 버린 결과로 미국이 북한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추가 제재조치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주창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은 물 건너가게 될 것이고 남북관계도 더 꽁꽁 얼어붙을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가게 된 본질적인 원인은 북한과 미국이 공동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필자의 이러한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미국의 새 대북정책을 간단히 살펴보자. 바이든 미 행정부의 출범(2021.1.20)과 함께 새로운 대북정책을 기대하였는데 지난 9개월 동안 일관성 있게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반복하였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대화요청에 응할 리가 없다. 왜냐하면 북한이 미국에 요구한 새로운 셈법 제안이 없어 북한지도부는 상당한 기대를 했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아 북한지도부에게 실망과 좌절감만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유일한 선택은 국가국방력 강화에 몰두하는 것이 대안이었다. 북한이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3번의 시험발사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무력화함으로써 심각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위협으로 등장하게 되어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의 재개에 못지않게 미국과 그의 동맹국의 안보를 위협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국방력 강화를 간접적으로 부추긴 요소는 바이든 행정부의 미지근한 대북정책에 기인한다. 북한지도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협상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실용주의적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북한과 양보와 타협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미국은 북한과 적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 지난 1년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해 보면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한반도 전쟁위기로 몰고 오게 된 것은 북한과 미국이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향후에도 북미 간 상호양보와 타협이 부재하다면 현 시점보다 더 위험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까지 진전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이 이번 단독제재로 북한은 강대강 기조를 보여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년 동안 유예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할 개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도 강대강 맞대응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한반도는 핵전쟁의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에 대단히 불안하다. 더욱이 금년 3월 대선에서 ‘멸공’이나 대북 ‘선제타격’론을 주장하는 대통령 후보가 당선된다면 한반도 미래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상황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높아 한반도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필자는 북한과 미국의 최고 정책결정자에게 당부하고 싶다. 북한은 일관성 있게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북한과 미국이 강대강 맞대응을 계속한다고 가정할 때 이번 3월에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 작년 수준이 아닌 대규모 한미 훈련으로 재개되면 북한도 강대강 맞대응 할 것이 뻔하다. 그러면 그 동안 북한이 3년 동안 유예한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가 재개될 개연성이 높아진다. 그러면 이에 대한 책임은 미국이 져야 마땅하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예방하고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필자는 미중남북 4국 정책결정자에게 아래 사항을 심각하게 고려해 줄 것을 건의를 드리고자 한다.

(1)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관련국들의 의지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과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필요충분조건이다.
(2)향후 외교협상에 성공하려면 상호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3)관련국들은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4)미중 간 협력체제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기본전제가 되어야 한다.
(5)대한민국 국민은 보수와 진보 대결을 뛰어넘어 초이념적이고 초당적으로 국민적 합의도출이 필수적이다.
(6)미중남북 4국이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해야 한다.
(7)김정은 위원장이 제안한 두 개 조건(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북한 체제보장)이 충족되어야 한다. 미국은 두 조건의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북한은 미국이 두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이젠 북미 양측이 기 싸움을 중단하고 강대강 맞대응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재인식하길 바란다. 한반도에서 누구도 원하지 않은 핵전쟁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한민족의 살길은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양보와 타협의지를 갖고 외교협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국인 남북미중 4국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구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길 기대한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 (미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2010-2021)/현 명예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참여포럼(KAPAC)상임고문, 평통 자문회의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가주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공로상수상(2021), 경남대 명예정치학 박사 수여(2019),글로벌평화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의 혁신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4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한반도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