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는 허성관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조천현]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는 허성관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조천현]

우리 사회에서 ‘재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롯데장학재단이 독립운동 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가 하면, ‘남북한 동질성 회복을 위한 학술지원’과 ‘국학 중심의 학술지원’에 발벗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진짜 눈물겨운 사연들이 많이 나왔다. 정말 잘했다고 느껴졌다.”
허성관(76)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지난 5일 통일뉴스와의 신년인터뷰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을 설명하며 “보람을 느낀다”는 말을 거듭했다.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과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한 원로 정치인이지만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은 수수했다.

고 박완서 작가의 소설 『오만과 몽상』에 “매국노는 친일파를 낳고 친일파는 탐관오리를 낳고 탐관오리는 악덕기업인을 낳더라... 동학군은 애국투사와 독립군을 낳고, 애국투사와 독립군은 수위를 낳고 수위는 도배장이를 낳더라”는 대목을 인용하며, 소외된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롯데장학재단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상임의장 이종걸, 약칭 민화협)와 손잡고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에 나서 첫 해인 2020년에 40명, 두 번째 해인 지난해 47명에게 각각 600만 원씩 장학금을 지급했다. 올해는 5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우리의 귀에도 익지만 해외에 흩어져 있는 쿠바 이민사와 독립운동의 상징인물인 임천택 선생의 손자라든가 만주지역 독립운동에 혁혁한 기여를 한 아일랜드인 이륭양행의 조지 루이스 쇼의 증손녀, 연해주 독립운동의 거목 최재형 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의 후손 등도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 눈물겨운 가족사의 주인공 엄익근 선생의 후손도 있다. “엄청나게 보람을 느꼈다”고 내세울만 했다.

이같은 일들은 허성관 이사장을 빼놓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는 “후손들이 아주 일부 가족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엄청나게 어렵게 살았다. 국가가 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민간에서도 좀 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들도 많이 부족했다”며 “그런 걸 제가 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독립운동하신 분들 후손들 찾아서 좀 도와주는 사업을 하자. 그게 우리가 민화협하고 같이 협동해서 장학금을 수여하게 된 이유다”라고 말했다.

우리 상고사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관심과 안목을 갖춘 그는 “평화와 공존이 지속되면 거기에서 남과 북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엄청나게 많다”면서 일례로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을 꼽고 “부산에서 시작하는 ‘트랜스 시베리안 철도’(TSR)를 연결하면 북한도 엄청나게 경제적 이익을 챙기게 된다”며 “일본하고 한국하고 해저터널을 뚫는 것 보다 북한하고 잘 해서 유라시안 횡단 철도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국익에는 엄청난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그가 한일 해저터널 보다는 남북을 이어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꼽은 점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그는 롯데가 성주 사드기지 부지로 골프장을 제공하고 중국의 보복조치로 최소한 3조 5천억 정도의 피해를 당했다며, “이당치국(以黨治國)이라는 중국 정치체제의 본질을 잘 이해해야 되지 않느냐. 그런 교훈을 줬다”고 평했다. 공산당이 국가를 다스리기 때문에 당에서 “이것은 아니다”하고 결정을 해버리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미중 패권경쟁 시기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남과 북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 그 어느 나라도 우리를 무시하지 못한다. 남과 북이 잘 지내지 못하면 전부다 그 틈을 파고 들어온다”고 짚고 “우선 남과 북이 그야말로 평화공존을 위해서 같은 길로 나가는 것, 그것이 남과 북이 모두 미중 패권경쟁에서 살아남는 장기적인 길”이라고 확언했다.

그는 “지금도 고등학교․중학교 역사부도를 보면 고려 때 북쪽 국경이 신의주부터 시작해서 함경남도 원산으로 연결돼 있다. 완전 거짓말이다”며 기존 주류 강단사학을 오히려 ‘유사사학’(類似史學)이라고 규정하고 “홍익인간이 아주 좋은 사상이더라. 오늘날 민주주의, 자본주의, 상생정신, 자본주의 모순에 가장 부족하다는 상생정신, 그것까지 포괄하는 아주 좋은 사상이다. 또 수련를 통해서 끊임없이 실천가능한 사상”이라고 단군조선의 건국이념 홍익인간(弘益人間)에 방점을 찍었다.

나아가 “우리 민족이 고대로부터 상생정신이 투철한 민족이다. 예를 들어서 세계에서 소액기부를 제일 많이 내는 것이 대한민국이다”며 “상부상조의 정신, 상생의 정신, 이런 정신들이 조금 더 광범하게 확산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음은 5일 오후 3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실에서 진행한 신년 인터뷰 내용이다. 이날 인터뷰에는 롯데장학재단 소대봉 사무국장, 민화협 이시종 사무차장, 통일뉴스 김익흥 기획사업국장이 배석했다.

애국지사 후손들, “모두들 엄청나게 어렵게 살았다”

지난 5일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실에서 진행한 신년 인터뷰에는 롯데장학재단 소대봉 사무국장, 민화협 이시종 사무차장, 통일뉴스 김익흥 기획사업국장이 배석했다. [사진 - 조천현]
지난 5일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실에서 진행한 신년 인터뷰에는 롯데장학재단 소대봉 사무국장, 민화협 이시종 사무차장, 통일뉴스 김익흥 기획사업국장이 배석했다. [사진 - 조천현]

□ 통일뉴스 : 새해 건강하시기 바란다. 올해 춘추가 어떻게 되시는지?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으신지?

■ 허성관 이사장 : 제가 47년생니까 우리 나이로 올해 76이다. (건강 비결은) 특별히는 없고, 보기는 멀쩡한데 속으로는 많이 삭았다.

그래도 매일 평균적으로 한 만 보 정도는 걸으려고 노력한다. 집이 마포 한강변에 있어서 바로 나가면 쭉 한강 강변북로 둔치 따라서 걷기가 아주 좋게 돼 있다. 지내놓고 보니까 걸은 지가 2,3년 정도 됐는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아서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걸로 안다. 롯데장학재단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지원하는 게 특이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 많은 분들이 롯데에서 그런 사업까지 하느냐 이야기하는데, 그동안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많이 소외돼 온 것이 사실이다.

내가 좋아한 박완서 작가의 『오만과 몽상』이라는 소설이 있다. 거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가 해방 후에 여러 가지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매국노는 친일파를 낳고 친일파는 탐관오리를 낳고 탐관오리는 악덕기업인을 낳더라... 동학군은 애국투사와 독립군을 낳고, 애국투사와 독립군은 수위를 낳고 수위는 도배장이를 낳더라.”

이게 단적으로 소위 애국지사 후손들이 광복 이후 얼마나 힘들게 살았느냐를 알 수 있는 거다. 일제 35년 동안 독립전쟁에 나서서 그렇게 고생을 하고 그랬는데, 정부가 수립됐으면 제일 먼저 해야 되는 일이 그 과정에서 총 들고, 목숨 바치고, 자기 재산 다 탕진하고 이렇게 싸운 사람들을 헌창해주는 것이 국가가 해야 될 제일 첫 째 일이다. 우린 그거 못했지 않나. 그러다 보니까 박완서 씨 소설 같은 데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아니겠나.

오히려 거꾸로 한 것 중에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면, 이승만 정부까지 독립투쟁에 참여했다고 국가로부터 훈장을 받은 사람이 몇 분이나 되는지 아나?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이승만 대통령 본인이고, 자기 혼자 받으려고 그러니까 좀 민지러웠던지 한 사람을 끼워넣었다. 그 사람이 누구냐면 부통령하던 성재 이시영 선생이다. 딱 두 사람이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 자체가 애국지사 후손들한테 대접이 어땠는가 하는 것은 단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박정희 정권 들어서고 난 다음에 훈장도 주고 헌창사업을 조금 하기는 했는데, 여러 가지 문제도 많았다. 그 이후에 보훈사업 형태로 후손들을 지원했는데 부족한 게 굉장히 많았다. 그 과정에서 후손들이 아주 일부 가족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엄청나게 어렵게 살았다.

국가가 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민간에서도 좀 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들도 많이 부족했다. 그런 걸 제가 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독립운동하신 분들 후손들 찾아서 좀 도와주는 사업을 하자. 그게 우리가 민화협하고 같이 협동해서 장학금을 수여하게 된 이유다.

□ 아무래도 그런 내막을 좀 아시니까... 그러면 실제로 어떻게 진행이 됐는지,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대상자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소개해 달라.

■ 그동안 정부에서 후손들을 지원했던 사업들이 대체로 이렇다. 훈장을 받은 분들의 후손만 했다. 그리고 한 사람만 했다. 그러다 보니까 어디 후손이 아들 한 명만 있나, 딸도 있고 그러지 않나. 그러니까 여자들 소외되고 또 친손만 하고 외손은 다 빠지고.

그 중에서 또 부족했던 부분은 사회주의 계열로 독립운동한 사람, 민족주의 계열로 독립운동한 사람, 아나키즘 계열로 독립운동한 사람, 다양한 계열들이 있었지 않나. 그런데 사회주의 계열은 완전히 소외돼 버렸다. 광복 이전까지는 항상 민족이 우선이었지 이념이 우선이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그리고 외국에 흩어져 있는 후손들은 거의 다 고려대상이 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증손까지만 했다. 우리 잘 알지 않나. 옛날 시골에서 보면 집안에서 지내는 제사를 고조부까지 지내지 않나. 그러면 고손자까지는 해줘야 하지 않나. 고손자까지 하게 되면 넉넉잡고 대략 100년 정도 해주게 된다. 이런 여러 가지 부족점이 있었다.

이걸 차제에 우리가 풀어서 해보자. 그래서 우리가 범위를 싹 다 풀었다. 그렇게 한 게 좀 특징이다.

또 우리 정부가 좀 비겁하다. 훈장 주고 그럴 때도 전부 후손들, 가족들 보고 독립운동 했던 것 증명하라고 그러는 거다. 그것을 정부에서, 보훈처에서 적극적으로 자료를 발굴해서 해줘야 한다.

시골 가면 면 단위만 가도 이렇다. “저 집안은 독립운동한 집안이다” 다 안다. 그렇지만 훈포장을 못 받는 분도 있다. 증거가 없어서. 지금 증거라는 것은 전부 일제시대에 체포당하거나 사형당하거나 감옥가거나 이래서 남아있는 일제기록들이다. 그런 것 관계없이 넓게 가자는 입장에서 시작했다.

그러면 심사를 할 때 어떻게 해야 되겠나. 좀 정당성이 있는 사람들이 심사를 해야되지 않겠나. 심사위원은 우리가 선정하지 않았다. 민화협에서 선정을 했는데, 민화협에서 아주 선정을 잘했다.

심사위원장이 우당 이회영 선생 손자인 이종찬 전 국정원장이다. 그리고 백범 선생 손자인 김진 선생, 그 다음에 광복회 학술원장이면서 희산 김승학 선생의 증손자인 김병기 선생, 희산 김승학 선생은 임시정부 학무국장도 하고 무시무시하게도 만주 3부 중에서 압록강 건너편에 있던 참의부 사령관을 하신 분이다. 그 다음에 독립운동가들 헌창하는데 가장 필력을 쏟은 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 선생, 그 다음에 독립군유적지를 전부 탐사해서 발로 뛴 글을 쓴 박도 선생, 우리나라 기자들 중에서 이쪽에 제일 관심을 많이 가지고 글도 쓰고 열심히 해준 경향신문 원희복 기자, 2회부터 심사를 해준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이다.

제가 보니까 환상적인 심사위원 구성이다. 이 분들이 심사를 했을 경우에 누구도 거부할 수 없을 거다. 그리고 심사기준 같은 것도 그냥 심사위원회에 다 맡겼다. 우리는 좋은 뜻에서 일일이 실무를 감당할 수 없으니까 민화협에 맡겨서 돈만 대고 전혀 간섭 안 한다. 자율적으로 잘 할 수 있는 분들이니까.

그렇게 해서 두 번 진행을 했는데, 첫 해에 40명, 두 번째 해에 47명을 했다. 올해는 한 50명까지 늘리려 한다.

“하나 하나가 눈물겹지 않은 사연이 없다”

최수빈(연세대 1학년), 박두선(서울대 4학년), 한혜주(인하대 4학년) 학생.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이종찬 우당이회영재단 이사장, 허성관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사진출처 - 민화협 홈페이지]
2020년 9월 첫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증서 수여식이 코로나19로 인해 3명의 학생들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뒷줄 왼쪽부터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심사위원장인 이종찬 우당이회영재단 이사장, 허성관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사진출처 - 민화협 홈페이지]

□ 적지 않은 숫자인데 각자 사연들도 많을 것 같다.

■ 진짜 눈물겨운 사연들이 많이 나왔다. 정말 잘했다고 느껴졌다.

예를 들면, 멕시코로 이민 가서 애니갱 농장에서 일하다가 조금 더 생활이 낫다고 해서 쿠바로 가서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한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아주 박봉의 급여를 받아가지고 일부를 떼서 쉬지 않고 상해임시정부에 자금을 보내준 임천택 선생이 있다. 그분 아들이 헤로니모 임인데 이 분은 나중에 피델 카스트로와 같이 쿠바혁명을 한 분이다. 그 분의 손자가 이번에 받았다. 눈물겨운 사연이다.

또 일제 강점기에 지금 중국 단둥에 이륭양행을 설립한 아일랜드 사람 조지 루이스 쇼라는 분이 우리 독립투사들을 엄청 도왔다. 그 분의 증손녀가 호주에 살고 있는데 이번에 받았다.

그 다음에 대한제국 말기에 군대 해산당하고 난 다음에 제일 처음 의병을 일으켰던 원주진위대 대장을 하던 민긍호 선생 후손들, 그리고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임시정부 초대 재무담당 총장을 했던 최재형 선생의 후손들, 이런 분들이 받았다.

하나 하나가 눈물겹지 않은 사연이 없다. 진짜 눈물겨운 사연은 충남의 엄익근 선생인데, 광복군 제2지대 군의관을 했다. 만주로 가서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데 조선에 남아있던 부인이 아들을 데리고 남편 찾으러 갔다. 그러다가 광복이 돼 버린 거다. 가서 만나질 못했다. 그래서 부인과 아들은 만주에 남고 그 남편은 부인과 아들이 만주까지 온 줄로 모르고 귀국해버린 거다. 아들이 남아 있다가 10여년 전에 한국을 오고 증손녀가 지금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을 들어갔는데 이번에 받았다. 우리는 엄청나게 보람을 느꼈다.

가능하면 앞으로도 좀 더 많이 장학금을 주면 좋겠다. 장학금도 1년에 6백만 원을 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큰 돈이 아닐 지 모르겠지만 CIS(독립국가연합) 국가들이라든가 쿠바에서는 워낙 큰 돈이지만 구분하지 않았다. 국가 소득수준에 따라서 장학금을 차별할 수 있느냐. 아주 보람을 느끼고 있는 사업이다.

우리가 이런 사업을 해서 분명히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재벌급 재단이나 국가기관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이 방식대로 애국지사 후손들을 지원하는 장학금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금액은 적지만 서울시에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모델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그것도 하나의 보람이다.

2020년 11월 제2회 남북한 동질성 회복을 위한 [사진출처 - 민화협 홈페이지]
2020년 11월 롯데장학재단이 지원한 제2회 남북한 동질성 회복을 위한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출처 - 민화협 홈페이지]

□ ‘남북한 동질성 회복을 위한 학술지원 연구사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롯데장학재단이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성과에 대해 듣고 싶다.

■ 이 부분은 사실 애국지사 후손들 장학금 지급하는 것과 어찌 보면 궤를 같이하는 사업이긴 하다. 그런데 냉정하게 남북관계를 살펴보면 좀 뭐랄까 한심하달까 마음에 들지 않는달까, 뭔가 국민들이 생각을 바꿔야 될 부분들이 참 많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편에서는 북한을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들이 강하지 않나. ‘북이 곧 무너질 거다’ 이렇게 보는 사람들도 있고. 또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로는 노무현 참여정부처럼 ‘아니다. 북한은 관리의 대상이다’ 이렇게 보기도 한다.

북한을 타도의 대상으로 보지만 그것이 타도가 되느냐. 타도된다 치더라도 어떻게 해서 북한을 타도해서 통일을 하느냐. 이것도 지난한 문제 아니겠나. 엄청난 논의가 필요하고 잘 되지도 않는 문제다.

관리의 대상으로 보면, 그냥 관리를 잘 해나가는 거다. 목적은 뭐겠나. 서로가 평화공존을 해서 오고감이 자유스러운, 그런 상태로 만드는 것만 해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결국 통일을 이야기를 하게 되면, 어쩌면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볼지 모른다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지 않나. 그러니까 통일이 언제 올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통일을 할지, 통일을 하게 되면 우리가 어떻게 준비를 해야 될지 많은 이야기를 할 수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통일하면 가장 좋은 것은 확실하지 않나.

통일이 되면 전쟁의 위협이 근원적으로 제거되지 않나. 통일의 목적은 남북이 근원적으로 전쟁의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언제 올지도 모르고 가까운 시일에 되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러면 남북이 오고감이 자유스럽고 같은 민족으로서 서로 공유하는 바가 많아지고 이리 되면 자연스럽게 평화와 공존이 지속될 수 있을 거다.

평화와 공존이 지속되면 거기에서 남과 북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엄청나게 많다.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이런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공존을 꼭 해나가야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고 보니까 남과 북은 완전히 딴 나라가 돼 있는 거다. 우선 신체적인 조건부터 다르다. 말도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지고. 체제가 다르니까 그렇다.

어떻든 간에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서로가 많이 엮이는 게 좋지 않나. 서로가 많이 엮여 있으면, 관계가 완전히 나빠지면 서로가 잃을 게 많아지면, 전쟁위험이 줄어드는 것이다.

엮인 게 많아지려면 서로 공유를 하는 게 있으면 참 좋지 않겠나. 우리가 소위 ‘광복 이전 체제’로 돌아가면 공유할 게 굉장히 많지 않나. 우리가 공동으로 가지고 있던 것을 같이 계발을 해서 발전시켜 나가고, 그러면 결국 남과 북이 동질성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다. 주로 학술활동을 많이 하는 거다.

그래서 이 사업을 시작한 건데,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은 연구비를 지원하는 거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많이 개선되고 그런 과정에서 정치, 외교, 군사 이런 쪽에서는 많은 연구들이 이뤄져 있다. 그래서 민간에서 보완을 해줘야 하는 것들, 특히 역사, 문화, 종교, 예술, 이런 쪽에서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찾아내고 발전시키는 연구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4회째다. 3회째까지 공모를 했는데, 연구비를 많이는 안 주지만 그래도 웬만큼 논문 한 편은 깨끗하게 쓸 수 있을 만큼 지원한다. 이렇게 했더니 우선 지원자도 많아지고, 나도 (대)학교에 있어 봐서 논문의 질은 평가를 할 수 있는 수준은 되는데 질도 자꾸 높아지고 그렇다.

그 내용 중에 여러 가지가 있는데 깜짝깜짝 놀랄만한 것들도 많이 있고, 당면해 남과 북이 협력해서 실행할 수 있는 것들도 많이 있다. 이미 정부에서 실행하고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예를 들면, 북한 산은 가보면 민둥산이다. ‘조림사업 협력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이런 논문도 있다. 북한 춤하고 우리 춤하고 다르다. 북한 춤은 끝에 가서 손가락을 올린다든가 다르고 우리보다 상당히 역동적이다. 그걸 비교, 연구해 놓은 것도 있다. 재밌는 것들이 참 많다.

그래서 이 사업도 상당히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계속해서 확충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홍익인간을 강조하는 선도사상을 널리 알려야”

허성관 이사장은 어떤 질문에도 소신 발언을 이어가며 막힘 없이 답했다. [사진 - 조천현]
허성관 이사장은 어떤 질문에도 소신 발언을 이어가며 막힘 없이 답했다. [사진 - 조천현]

□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남북 교류협력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지?

■ 우리가 교류협력을 좀 하려고 했는데 유엔에서 제재대상이 돼 가지고 승인이 안 나서 못 한 것은 하나 있다. 가능한 부분은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임산부들이 아이를 낳으면 당장 필요한 용품들이 있지 않나. 남한도 인구가 준다고 하는데 북한이라도 인구가 늘어야 할 텐데. 재단 입장에서는 돈을 좀 많이 들여서 하려고 했는데 일단 무산됐다.

□ 재단에서 ‘국학 중심의 학술지원’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진행하는지?

■ 이건 제가 대학에 오래 있어서 그런데 굉장히 절실한 문제다. 1910년 나라가 딱 망하고 나니까 반작용으로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야, 이러다가 우리 것 다 없어지겠다’ 싶어가지고 우리 고유의 전통, 학술, 문화 쪽에 관한 연구가 오히려 더 활발해진 부분이 있다.

그러다가 광복이 딱 되고 나니까 그 맥들이 거의 다 끊어진 거다. 끊어진 이유는 따로 분석해 봐야겠지만, 광복 후에 워낙 어렵게 살고 이러니까 학술진흥이라든가 이런 것은 아주 척박한 환경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선진학문이라고 공부해온 것이 전부 서양의 학문이다. 미국 가서 다 박사학위하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것은 일제 35년 동안의 교육을 통해서 지식인들이 자기 자신도 모르게 자기를 비하하는 역사인식을 하고 있었던 거다. “이것은 망한 나라의 전통, 이것은 망한 나라의 문화, 이건 볼 필요 없고”, 다 팽개쳐버린 거다. 맥이 끊어진 거다.

그러면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고 사유하고 했던 것이 정말 나쁜 것이고, 형편없는 것이고, 쓸모없는 것이냐에 대한 천착은 최소한 좀 해봐야 되는 게 아니겠느냐.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거다. 배운 사람 입장에서는.

개인적으로는 저도 미국에서 석사하고 박사하고 교수하고 한국에서도 교수하고 했지만, 맨날 그냥 미국에서 배운 것 가지고 컴퓨터 돌리고 수학모델 써서 연구하고 그랬다. 그게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경제학 쪽 하는 것은 상당히 실증적이라고 하는데 전부다 결과를 따지고 보면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라는’ 결론이 나오는 연구들이 많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우리에게도 미국에서 배워오고 서양에서 수입해오고 이런 사상하고 비교해서 뭔가 역사발전이나 문화발전이나 문명발전에서 사람들의 의식수준이나 지식수준이나 사유체계가 비슷했을 텐데, 뭔가 있지 않았겠느냐. 그런 걸 한 번 찾아볼 필요도 있다. 이런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접하게 됐다. 홍익인간은 우리가 말만 많이 들었지 않나. 이게 도대체 정체가 뭐냐는 거다. 아무도 안 가르쳐주지 않나. 그냥 단군조선의 건국이념 홍익인간 재세이화(弘益人間 在世理化) 이 정도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 아닌가.

어느 날 보니까 사학계에서 “단군은 가짜다, 없었다, 사기다”하고 역사에서 다 빼버린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몇 가지 이야기도 듣고 누가 써놓은 책도 좀 찾아보고 이러니까 홍익인간이 아주 좋은 사상이더라. 오늘날 민주주의, 자본주의, 상생정신, 자본주의 모순에 가장 부족하다는 상생정신, 그것까지 포괄하는 아주 좋은 사상이다. 또 수련를 통해서 끊임없이 실천가능한 사상이다.

그래서 우리가 좀 더 연구를 해보자고 해서 롯데학술총서 내는 작업을 했다. 제일 처음에 나온 학술총서 책 제목이 『백두산문명과 한민족의 형성』이다. 그걸 시작으로 해서 학술지원을 하고, 그 다음에 중국의 그 유명한 사마천의 『사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하지 않나. 중국 황화족의 연원을 중국 사람도 아무도 모르는 거다. 『사기』도 위에 올라가서 「오제본기」를 조금만 읽어보면 전부다 황제 헌원부터 시작해서 소호 금천 줄줄이 다 동이족이다. 한족들은 전부 없는 거다. 그런데 한족이 있는 거잖나. 그러면 차제에 『사기』도 완역을 해서 내보자. 그 사업도 지원을 했다.

그 외에 여러 가지 사업 지원을 하고 있는데, 출판물로 거의 다 나왔다. 나중에 연구자들에게 상당히 좋은 연구의 전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나 더 있다. 역사를 가만히 보니까 우리는 학교 다닐 때 배울 때는 그래도 뭔가 조금 있기는 있었다. 6가야 중 김해가야 수로왕이 우리 창업주 할아버지지 않나. 그런데 요새는 역사학계에서 수로왕과 인도 아유타왕국 허 황후의 혼인도 없었다고 쓰고 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느냐는 거다. 그래서 저도 좀 들여다봤다. 역사학계 사람들이 전부다 근거 없이 일본사람들이 써놓은 것 가지고 쓴 ‘뻥’이라는 거다. 뻥!

□ 좀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라 많이 들여다 본 것 같더라.

■ 이래저래 하다 보니까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쪽도 좀 우리가 힘닿는 데까지 도와줘야겠다 해서 돕기 시작했다.

관련해서 하나만 딱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면, 임나일본부니 한사군이니 제쳐놓고, 지금도 고등학교․중학교 역사부도를 보면 고려 때 북쪽 국경이 신의주부터 시작해서 함경남도 원산으로 연결돼 있다. 완전 거짓말이다. 중국 사서에도 그렇게 돼 있지 않고, 우리 사서인 『고려사』 『고려사절요』 『세종실록지리지』 『조선왕조실록』 다 뒤져봐도 전부 거짓말이다.

그래서 일각에서 국사학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고 하는데, 가능하면 소송비용도 대 줄 작정이다. 너무 나쁜 사람들이지 않나. 우리 역사에 다 나와 있다.

국학지원사업이라는 것이 끊어진 우리 역사와 문화의 맥을 잇고 우리 조상 전래의, 특히 홍익인간을 강조하는 선도사상을 다시 우리에게 널리 알려서 그것을 수련을 통해서 광범하게 확산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것이 지구촌화된 오늘날 세상에서 상생하는 자본주의, 상생하는 민주주의, 이것의 중심사상으로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원해서 조소앙 선생 문집인 『소앙 문집』을 내는데 일부만 읽어봤는데 깜짝 놀랐다. 그렇게 훌륭한 글들을 국역을 해서 학생들이 또는 젊은이들이 넓게 읽을 수 있도록 아직도 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벌써 경제력이 세계 10대 대국이고 군사력이 6대 대국이라는 나라에서.

무식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관심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그것이 그렇게 되기를 방해공작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 조소앙 선생의 삼균주의(三均主義)는 우리 전통사상과도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안다.

■ 그렇다. 제가 읽어본 바로는 홍익인간의 큰 속에 삼균주의가 다 포괄되는 거다. 조금 밖에 지원을 못 했는데 앞으로는 그런 쪽도 지원을 좀 더 할 수 있으면 더 했으면 좋겠다.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우리 역사에 천착하고 있는 허성관 이사장은 '홍익인간'에 주목했다. [사진 - 조천현]
우리 역사에 천착하고 있는 허성관 이사장은 '홍익인간'에 주목했다. [사진 - 조천현]

□ 우리사회가 너무 서구화 됐다. 또 다른 측면에서 자본주의 물질화 됐다. 우리 사회가 이런 것을 지양해 나가고 새롭게 지향해야 될 방향을 제시한다면?

■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교육이 바뀌려면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지금 현재의 인재양성, 인재양성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의식, 내용, 수준, 이런 것 볼 때는 희망이 별로 없다. 그래서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그런데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노력을 좀 해보려 하다. 제가 젊었으면 좀 더 열심히 할 수가 있는데 내일 모레 팔십이 되니까.

□ 이젠 원로로서 하실 바가 있을 거다. 대학원대학교 같은 것을 만들 수도 있지 않나.

■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는데, 국가적으로 해야 될 문제지 민간기업이 담당하기도 어렵고, 현재 한국의 재벌들이 그렇게 해야 된다는 데까지 의식수준이 진전돼 있지 않다. 국가가 담당해서 일정정도 성과가 나게 되면 많은 데서 참여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미국, 영국, 다른 나라에서 한국학과가 있지 않나. 한국학과에서 강의하는 사람들도 보면 맘에 안 드는 사람이 많다. 앞으로는 국내에서 양성을 해서 그 사람들이 관련된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수준높은 논문을 쓰고 그 논문을 가지고 미국, 영국, 일본 등 각국에 교수로 취업을 해서 우리 사상을 더 알리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하버드대에서 한국학으로 박사학위 받는 것 하고 한국의 어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것 하고 비교해서 누가 더 쉽게 많이 공부를 할 수 있겠나. 다만 그걸 가르칠 수 있는 선생들의 의식이 문제라는 것을 제가 지적하는 것이다.

□ 이사장님은 고대사와 국학에 대해 단순한 관심 수준을 넘어서 강의도 하는 걸로 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그런 영역 연구자가 소수이고, 심지어는 ‘유사사학’으로 매도까지 당하는 게 현실인 걸로 안다.

■ 매도하는 사람들이 유사사학이다. 엄격한 학문방법론에서 보면 그들이 유사사학을 하고 있는 거다. 쉽게 이야기하면 이렇다. 그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선행연구 평가에서 다 빼버린다. 100% 유사사학이다. 영어로 이야기하면 ‘review of extant reaserch’가 다 빠져있는 거다. 그게 아주 부실한 거다. 방법론 면에서 보면 그들이 100% 유사사학이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저한테 직접 공격하는 사람은 없더라. 아마도 제가 방법론은 더 잘 알아서 그럴 거다.

□ 실제 우리 고대사나 국학으로 들어가면, 특히 고대사로 넘어가면 상당히 엇갈린 주장들이 많다. 강단사학만이 아니라 재야사학에서도 층차나 폭이 크다. 제대로 된 학설이 많이 부족한 편 아닌가.

■ 강단사학에서는 학설이라는 게 없다. 하나 밖에 없다. 그렇게 많은 학자들이 있는데 다양한 학설이 없다는 것은 그 학계가 얼마만큼 낙후돼 있고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민족사학이라고 이름들을 붙여서 재야의 고수들도 많이 있지만 또 그냥 우국충정에 넘치는 분들도 많고, 아는 것은 많은데 자기 것이 유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학문은 항상 비판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비판하면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 비판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면 학자로서는 빵점이다. 비판과 토론을 통해서 학문이 발전하는 것이다. 더구나 실증적 학문은, 역사학은 더욱더 그렇다.

□ 민족사학 내지는 재야사학도 가닥이 좀 잡혀야 우리 사회에서 발언권이 강해지지 않을까 그런 뜻에서 물었다.

■ 세월 지나면 도태될 건 도태되고 살아남은 건 살아남게 되지 않겠나.

롯데 피해 3조 5천억, ‘사드에 관한 불편한 진실’

국방부는 사드 배치지역으로 경북 성주군 롯데골프장을 최종 낙점했다. 이후 롯데는 중국의 보복조치로 3조 5천억 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국방부는 사드 배치지역으로 경북 성주군 롯데골프장을 최종 낙점했다. 이후 롯데는 중국의 보복조치로 3조 5천억 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민감한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성주에 사드기지 만들 때 롯데에서 골프장을 제공해서 중국에서 공식적으로는 말 안했지만 사실상 보복조치를 취하면서 롯데마트 등도 큰 후폭풍을 맞은 걸로 알고 있다.

이 사건이 우리사회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보는데, 교훈은 무엇이고 앞으로 해결 방안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 개별기업 차원에서 롯데는 최소한 3조 5천억 정도 깨졌다. 신세계가 2조 정도 깨졌다 한다. “사드가 뭐냐? 왜 해야 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필연성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제가 신문에 칼럼을 하나 썼는데, 제목이 ‘사드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다. 이러이러한 의문들이 있는데 아무도 그걸 알려주지 않는다고 썼는데, 그건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아무튼 미국과 동맹관계이기 때문에 사드를 거부할 수 없는, 불가피한 그런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방어용인지 공격용인지 거기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고, 기술적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많이 있지만 아직도 국민들이 구체적으로 이해할 만한 보도를 보지 못 했다.

핵심은 이렇다. 국가안보를 위해서 정책적으로 결정을 했는데 민간기업이 왕창 손해를 본 결과가 나온 거다. 그런데 그 민간기업에 대해서 국가가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이걸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느냐.

그리고 민간기업에서도 국가에 대해서 자기들 손해 본 부분에 대해서 전혀 불만이나 불평 같은 것도 제기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그런 상황이다.

거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국가가 이런 문제를 결정할 때는 실리적 관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거다. 반드시 그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 되는 거다”하는 것을 하나의 중요한 교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에 이건 뭐 누구를 비난하고 하는 것이 아니고 영어로 말하면 ‘팩트’(fact)를 이야길 하는 건데,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라는 것을 단 한순간도 잊지 말라는 거다. 아무리 잘 돼 가고 있어도 중국의 정치체제가 이당치국(以黨治國)이다. 공산당이 국가를 다스리는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당에서 “이것은 아니다”하고 결정을 해버리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거다.

소송이 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 것도 안 되는 거다. 그래서 그 점을 기업들도 또 대한민국 정부도 이당치국이라는 중국 정치체제의 본질을 잘 이해해야 되지 않느냐. 그런 교훈을 줬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서 풀어야 되느냐’하는 문제는 글쎄요... 할 말이 막연하다.

“남북이 모두 미중 패권경쟁에서 살아남는 장기적인 길”

허성관 이사장은 국사에 깊은 관심과 조예를 갖고 저술과 강연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사진 - 유튜브 마로니에방송 채널 갈무리]
허성관 이사장은 국사에 깊은 관심과 조예를 갖고 저술과 강연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사진 - 유튜브 마로니에방송 채널 갈무리]

□ 후속질문은,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딜레마 중의 하나가 미중 패권경쟁이라고 본다. 미중 패권경쟁의 틈바구니에서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장기적인 우리의 생존경쟁과 특히 남북 간의 통일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느냐가 가장 큰 화두가 아닐까 싶다.

■ 그 점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일했던 경험이나 이런데 비춰볼 때 외국과의 관계, 특히 우리 주변 강대국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 위치를 공고히 하는 것은 남한하고 북한하고 잘 지내는 것이 제일 먼저다. 남과 북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 그 어느 나라도 우리를 무시하지 못한다. 남과 북이 잘 지내지 못하면 전부다 그 틈을 파고 들어온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미국에서 “뭐뭐를 해라” 쎄게 이야기하면, 남과 북이 잘 지내고 있는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이거 하면 우리 북한하고 결별해야 된다. 그러니까 들어줄 수 없다. 북한하고 결별하게 되면 내가 정권을 내놔야 한다”고 말하면 굉장히 효과가 있다. 그런데 사이가 워낙 안 좋으면 그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 비춰서 보면 우선 남과 북이 그야말로 평화공존을 위해서 같은 길로 나가는 것, 그것이 남과 북이 모두 미중 패권경쟁에서 살아남는 장기적인 길이다. 이것은 제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실용적인 외교를 해야 된다”고는 누구나 다 말할 수 있는데, 실용적인 외교도 현장에서는 참 구사하기가 어려운 전략이지 않나.

그리고 근래 들어서 “남과 북이 힘을 합쳐서 영세중립하자”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그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라가 약할 때는 영세중립이 안 통한다. 그런데 남과 북이 협력해서 힘이 빵빵할 때는 그게 통한다. 강력한 안보력을 바탕으로 해서 영세중립을 하면 충분히 가능한 거다.

그러면 그야말로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그런 외교를 해 나갈 수 있고, 그렇게 실리를 추구해서 경제적으로 번영해 나갈 수 있는 그런 길은 분명히 있지 않겠나. 우리가 스위스 예에서 보듯이.

스위스 경우에도 군사력이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니지만, 스위스에 가면 집집마다 무장이 돼 있다. 민병대 총이 다 있다. 우리도 지금 보면 예비군이 얼마나 많나. 남과 북 보태면 어마어마한 군사력이다.

남과 북이 그야말로 평화공존을 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국제사회에서 남한과 북한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 1+1이 2가 되는 것이 아니라 10이 될지 100이 될지 모른다.

□ 최근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오히려 중립화의 기회가 있다고 주창하는 분을 인터뷰한 적도 있다.

참여정부 시기 해양수산부 장관과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했다. 올해는 대선이라는 큰 정치적 일정이 놓여있는데,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언론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첫째는. 언론이, 특히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자기 비하적 역사인식을 하고 있다. 그걸 빨리 탈피를 해줘야 된다.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아이고, 저놈이나 이놈이나 똑 같다”, “이재명은 믿을 수 없다. 윤석렬은 무능하다”, 그러면 이재명은 왜 믿을 수 없는데? 윤석렬은 왜 무능하냐? 그러면 전부 그쪽 신문에 난 이야기들만 한다.

일부 사실도 있겠지만, 언론이 언론으로서 거듭나지 않는 못하는 것, 그것이 대선에 대해서 가장 심각한 문제다.

인터넷에서 봤는데, 독일 슈피겔지에서 “아시아 유일의 완전한 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경제대국 수준의 경쟁력과 기술력을 가지고도 더 이상 오르지 못하는 것은 언론의 부패다”라고 했더라. 저는 100% 동의한다.

그 다음에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선거에서는 최선의 선거가 없다. 어느 후보든지 완벽한 후보는 없기 때문이다. 완벽한 후보가 없을 때는 최선이 없는 것이니까 차선이라도 찍어야 한다. 결국 차선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국민들이 투표를 해주는 것이 오히려 깨어있는 시민의 책무 아니겠느냐.

또 하나는 특정당을 제가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건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은 열심히 해서 정권을 잡아서 자기들이 소망하는 바를, 원하는 바를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지 않나.

그러면 그걸 누가 하게 되나. 사람이 하게 되지 않나. 그러면 그런 역량이 있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 정당의 가장 큰 당면 목표일 것 아닌가. 그런데 불행히도 지금 대한민국의 야당의 경우에는 인재를 육성하는 관점에서는 빵점이다. 양자를 데리고 온다, 용병을 데리고 온다. 전부 그런 것이지 않나. 내부에서 대선을 나와서 정권을 교체할 수 있을 만큼 역량있는 인재를 키우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당당하지 못한 거다.

야당도 문제가 있고 여당도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를 할 수가 있지만 오히려 인재를 육성하지 못한 측면에서는 야당이 훨씬 더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치판에서 커서 그만한 정도의 이름값을 하는 사람들이 소위 정파를 옮기려고 하면 뭔가 당당한 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옮길 때는 자기 나름대로 소신에 맞춰서 옮겨야 되는데, 자기가 그 소신을 천명했을 때 그 소신에 감동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된다. 그래야 옮기는 정당한 이유가 되고 그런 거다. 그래야 자기가 집에 가서 자기 자식들 봐도 부끄럽지 않을 거고.

그런데 옮기는데, 소신을 제대로 발표한 적도 없고, 소신이라고 내놓은 것도 “난 정말 싫어서 간다”, 이런 정돈데, 그래서는 아무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 개인 문제에 그치면 좋은데, 그것이 아니고 그걸 보고 자라는 젊은이들한테 그 사람들의 행위가 엄청나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거다.

그런데 그런 일을 제1 야당이 하고 있으니, 이게 도대체 정치가 어떻게 되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거다. 그러니까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정치를 하면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들이 야당에 수두룩하다는 거다.

이번에 선대위 개편하면서 다 날려버린 것 같던데, 시쳇말로 하면 낙동강 오리알인데, 그러면 결과는 뭐가 되는 거냐. 젊은이들한테, 청년들한테, 자라나는 아이들한테 도대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뭐냐는 거다.

“우리 민족, 고대로부터 상생정신이 투철한 민족이다”

허성관 이사장은 우리 고유의 '상생정신'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 - 조천현]
허성관 이사장은 우리 고유의 '상생정신'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 - 조천현]

□ 남북관계나 북미관계도 꽉 막혀 있는 상태다. 특히 문재인 정부, 2018년 이때는 조금 ‘야, 뭔가 되지 않겠는가’ 이런 기대도 있었는데 막상 지내놓고 보니까 북측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막혀 있는 남북, 북미관계가 차기 대선을 계기로 새로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 방법이 특별히 있겠나.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서독이 끊임없이 노력했지 않나. 우리도 똑같이 본받을 수밖에 없다. 저쪽에서는 그렇게 나오더라도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하는 거다. 그렇게 해서 신뢰를 쌓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말이 있지 않나. 없는 놈이 더 삐끔 잘 타고 더 빨리 토라지고 그런다고. 그런 과정으로 이해를 해주면 우리가 북한을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꾸준히 신뢰를 구하는 방법으로 나가는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믿고 하는 것이 조금씩 조금씩 진전이 될 거다.

남녀 간의 사랑도 마찬가지지 않나. 조금 삐그덕 거리더라도 한쪽에서 끊임없이 공을 들이면 그것이 결국 잘 풀어지는 것 하고 같은 이치 아니겠느냐.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남과 북이 평화공존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게 너무나 많다는 거다. 국제관계에서 훨씬 더 자유로워지고 힘도 막강해지고 경제교류를 하면 거기서 오는 이익도 엄청나게 클 것이다.

아주 쉽게 한 가지만 이야기하면 된다. 부산에서 시작하는 ‘트랜스 시베리안 철도’(TSR)를 연결하면 북한도 엄청나게 경제적 이익을 챙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제일 배아파할 게 일본 사람들이다. 트랜스 시베리안 철도로 물건을 실어서 유럽으로, 노트르담까지 가면, 배로 가는 것에 비해서 근 열흘 정도 빠르다. 일본하고 한국하고 해저터널을 뚫는 것 보다 북한하고 잘 해서 유라시안 횡단 철도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국익에는 엄청난 이익이라는 거다. 제가 해양수산부 장관을 해봐서 잘 안다.

□ 마지막으로 새해 하고 싶은 말씀이나 이루고 싶은 바가 있다면?

■ 우리나라가 지금 ‘3050 클럽’에 들어갔지 않았나. 인구 5천만 명이 넘는 나라 중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이 넘는 7개 나라 중의 하나가 됐지 않나. 이제 정말 우리가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고 내부적으로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국민들 모두가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줘야 된다. 언론들도 그렇게 대해줘야 된다.

재벌들 위한 경제 정책은 ‘경제 활성화’라 하고, 어려운 이웃에 대한 정책은 ‘포플리즘’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 식으로 보도하면 안 된다.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서 언론도 같이 사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희망사항을 갖고 있다.

그 다음에, 우리 민족이 고대로부터 상생정신이 투철한 민족이다. 예를 들어서 세계에서 소액기부를 제일 많이 내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예전에 ‘다음 크라우드 펀딩’ 같은 것 하면, 하루 저녁에 좋은 글 하나 쓰면 5천만 원씩 돈이 모인다. 만 원씩 2만 원씩 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노숙자들 지원도 대부분 소액기부로 유지가 되는 거다.

큰 기부를 하는 경우는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지만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소액기부는 우리가 엄청나게 많은 나라다.

그리고 조선시대까지 올라가면 같이 열심히 일하는 두레의 풍속이라든지 또 조선은 계의 천국이다. 그 계야말로 상부상조하는 거다. 그런 상부상조의 정신, 상생의 정신, 이런 정신들이 조금 더 광범하게 확산이 됐으면 좋겠다.

대통령도 새로 당선돼서 들어가면 좀 더 과거와는 달리 대통령이 더 당당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희망사항들만 많이 있다. 국민이 모두 건강하고 코로나도 빨리 끝났으면 좋겠고, 이제 돌잡이 지난 우리 손자도 쑥쑥 커졌으면 좋겠다.

□ 오늘 인터뷰 감사하다. 소망하시는 바들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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