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1월 5일 8차 당대회 개회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서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고 했다. 연설을 듣고 쾌재를 부른 사람도 있었겠다.

같은 연설에서 김 총비서는 5개년 전략 입안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불합리한 경제사업체계와 질서도 정비하지 못했다며, 이런 내부적 결함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는데,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있었다.

북은 당대회로부터 두달 가까이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로 이어지는 후속조치를 연속으로 취하면서 치부가 드러나는 것도 개의치 않고 사활적으로 5개년 계획 첫해 과업 관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민들이 개변된 실상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며, '새로운 혁신, 대담한 창조, 부단한 전진'을 외치는 북의 집념은 가히 전방위적이다. 반면 '체제경쟁은 이미 끝났다'는 화끈한 판단이 무색할만큼 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매우 무지하거나 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

북에서 오랜 세월 대외무역일꾼으로 일하다 지난 2018년 초부터 한국에서 생활하는 강문(가명, 53살)씨를 만나 북의 경제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가졌다.

강씨는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활동해 온 북측 중앙부처 국장급 무역일꾼이다.

인터뷰는 지난 1월 22일부터 2월 26일까지 4차례에 걸쳐 서울시내 사무실 등에서 이루어졌다. ①[국방공업 성과 민수로 전환되면 확 달라진다-8차 당대회를 통해 본 북한 경제] ②[핵개발 완성에 따른 자신감의 발로-북의 길 : 개혁·개방 아닌 사회주의 개선] ③[고난의행군은 이미 끝났다-북한 경제 편견과 오해]의 순서로 나누어 올린다.

신변공개를 원치 않는 본인의 뜻에 따라 사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강문씨는 지금 북이 정책적인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핵이 기본적으로 완성되어 있고 국방공업의 성과가 민수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이 코로나19 확산속에 철통같이 국경을 봉쇄한 것을 두고 '이제 견디기 힘들겠다'고 판단하면 정책판단에서 완전히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아무리 정치체제가 적대적이라고 하지만 연료도 아니고, 먹고 살아야 하는데 식용기름 거래를 막는다는 건 너무한 처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제재로는 북 체제를 어찌하지 못한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선진적인 예방의학체계와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체계가 든든하게 북 체재를 안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이 지켜 온 자립적 경제관리체계 대신 뭔가 다른 체계를 생각해 봤던 건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8차 당대회가 가리키는 방향은 '이제 기대를 가지지 않고 처음부터 생각했던 그길로 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북의 메시지는 '아무튼 기대를 가지고 노력해 달라'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남북합의 이행에 대한 성의를 보인다면 북에선 화답할 것이라고 짚었다.

평양이 석유위에 떠 있다는 건 북 주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라며 북은 탐사 발굴이 남아 있을 뿐, 발굴원유매장국이라고 주장했다. 

 

핵 개발 완성이 자신감의 기초

강문씨는 지금 북이 정책적으로 자신감이 넘쳐 있는 것은 핵이 기본적으로 완성되었고, 더 이상 설계와 개발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될만큼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 조천현]
강문씨는 지금 북이 정책적으로 자신감이 넘쳐 있는 것은 핵이 기본적으로 완성되었고, 더 이상 설계와 개발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될만큼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 조천현]

□ 통일뉴스 : 5개년전략이 부진했던 객관적 조건으로 거론했던 △야만적 제재 봉쇄 △혹심한 자연재해 △코로나19 장기화 상황 등은 어떤가?

■ 강문 : 삼중고에도 불구하고 북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자신감있는 모습에 대해서 한국이나 해외의 뉴스들은 북이 그런 것만 선별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지금 북이 정책적인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이냐 하면 이미 북은 준비되었기 때문이다. 핵은 기본적으로 완성됐고 현대화만 남았다. 더 이상 설계하고 개발할 때만큼의 투자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국방공업의 성과가 민수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코로나19 위기속에서 북이 철통같이 국경을 봉쇄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견디기 힘들겠다, 한국이나 미국을 향한 정책적 개방이 있겠구나'라고 판단하는 것은 오산이다. 그럼 완전히 실패한다.

오히려 이젠 너희들이 아무리 제재를 해도 우리의 군수가 민수로 돌아서게 되면 곧 살아나고 버틸 수 있는 잠재력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2018~2019년 동안 대화만 있었지 아무 것도 풀리지 않았다. 

코로나 위기속에서도 버티고 있고 장성하고 있는 것은 군수가 민수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내용들이다. 우선 숨 쉴 틈없는 제재를 가하면서 북이 영향은 받았겠지만 핵포기 등 기대했던 바는 얻지 못했다. 제재로 인해 북이 원래 세웠던 계획에 얼마나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 줄 수 있겠나.

■ 2016~2017년 북이 화성 15형을 쏘아 올리면서부터 강화된 미국이나 유엔의 제재가 어느 정도였느냐 하면 북 주민들의 생활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식용 기름, 절대적인 양을 수입하는데 이런 것 까지 막았다. 쇠붙이는 모두 차단했다. 수출도 막고 호화상품(사치품)이라는 것은 이미 전부터 막았지만 그 강도가 굉장히 높아졌다.

가장 힘든게 석유를 막은 것이다. 중국은 주은래 총리가 사망하면서 이것만은 영구적으로 보장하라고 했던 가스 공급 연료관 마저 막았다. 

 

□ (중국은)전면적으로 다 끊었나.

■ 전면적인 것은 아니고 조금은 남겨 두었지만 절대적으로 양을 줄였다. 말을 잘 안 듣는다는 이유로. 연료관이 파손되면 복구가 어려우니까 그렇게 되지 않을 만큼 최소한의 양만 공급했다. 줄인 양이 절반은 훨씬 넘는다. 결국은 최소한이라고 봐야지.

 

□ 지금은 복원되었나.

■ 아마도. 나는 2018년 초에 (한국에)들어왔는데, 그때는 중국이 계속 원유를 보내는 걸 보고 왔다.

 

□ 러시아는 어땠나.

■ 일관했다. 러시아가 제재에 동참한 것은 건설 노동자 인력을 조금 축소하는 정도였다. 흉내는 내야 하니까. 그 정도 수준에서 보여줬다. 원료공급에서 디젤유같은 것은 러시아에서 많이 들어온다. 질은 나쁘지만 가스도 들어오는데 러시아에서 배려하는 것이다.

북의 수출액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에 대해서도 러시아의 도움을 받고 있다.

 

□ 북중간 갈등도 있었다고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북과의 밀무역을 눈감아 주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실상은 어떤가.

■ 조미료 같은 것은 통제 상품이 아니다 보니까 그런 거래가 조금씩 이루어졌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것마저도 끊겼다. 북에서 먼저 봉쇄했다. 그렇지만 그게 사활적인 문제는 아니다.

아무리 정치체제가 적대적이라고 하지만 연료도 아니고, 먹고 살아야 하는데 식용기름 거래를 막는다는 건 너무한 처사 아닌가. 중국도 (북이)자기네 요구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일을 했다. 지금은 다 사과했지만.

지금도 중국은 미국 제재 기준에 따라서 북과 거래하는 많은 회사들에게 경고하고 개별 인사들을 감옥에  가두고 있다. 밀수꾼들도 많이 잡아갔다.

 

북은 예방의학 선진국..코로나 방역 성공 요인

평양산원 본관 좌측의 유선종양(유방암)연구소 전경. [자료사진 - 통일뉴스] 
평양산원 본관 좌측의 유선종양(유방암)연구소 전경.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지금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북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발표에 대해서 좀처럼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아직도 있다.

■ 동족의 나라인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의 북에 대한 인식은 너무 한심하다.

정책 작성자들이 그렇게 파악이 없이 어떻게 제대로 된 정책을 세울 수 있겠느냐는 것이 저의 우려이다. 북의 의료시스템을 보게 되면 인정을 할 것이다. 

북은 철저히 예방의학시스템이다. 쉽게 말하자면 환자가 병원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는 그런 시스템이다.  의사들이 담당하는 구역이 있고 마을에는 종합진료소가 다 있다. 거주 세대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따로 있다. 

환자가 없어도 정상적으로 찾아간다. 찾아가서 의학적인 상식같은 것을 알려주고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그래서 뭐 다른 이상이 없다고 하면 다시 돌아오고 환자가 생겨도 같은 일을 한다.

진료소에 전화를 하면 의사가 집으로 찾아오고 자기들이 할 수 없으면 구역병원으로 가게 하던지, 거기서도 안되면 시 병원, 종합병원으로 가게 하는 그런 체계가 있다. 

또 위생방역소가 따로 있다. 가령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은 무조건 혈액검사를 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뿐만 아니라 예전 사스나 에이즈 같은 병이 있을 때도 그랬다. 검사해서 격리시키는 그런 체계가 예전부터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에 코로나 같은 일이 생겼지만 이미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다.

북에는 약도 없고, 시스템도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북은 기술적인 측면도 굉장히 우세하다.

병이 생기면 굉장히 좋은 설비가 필요하고 그게 좀 부족할 수는 있다. 그러나 병이 생기기 전에 먼저 예방하는 체계가 확립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북에서 하는 말은 사실이라고 확신한다. 내가 직접 겪기도 했다.

 

□ 가릴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환자가 발생했다면 외부의 협조를 받아야 할 입장에서 그게 없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북 스스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확진자가 없다고 이야기할 이유가 없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

■ 맞다. 국제사회의 협조를 받으려는 북의 노력은 이미 전부터 있었다. 

예전에 북이 강성했을 때는 홍수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해서 사람 몇명이 사망한 경우 국내 보도는 하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흠이 될까봐 그랬다. 수뇌부의 문제가 아니라 집행 단위에서 쉬쉬한 경우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이제 우리가 자연재해를 입으면 공개해라. 그래야 국제사회의 협조도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번에 코로나 문제에 대해서 한국도 환자가 많으니까 백신같은 것을 얼마든지 쉽게 구입할 수 있지 않나. 또 국제사회는 북을 가난한 나라라고 보니까 도와준다는 의미에서도 그렇게(백신 지원) 할 수 있지 않겠나.

 

□ 한국 정부는 북이 의료적으로 낙후하다는 전제 아래 코로나 방역협력으로 정체되어 있는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생각이 있다. 총비서는 이런 협력방안에 대해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일축해 버렸지만 계속 이야길 하고 있다.

■ 그건 실망스럽다. 문 대통령은 평양에 가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었고, 그래서 뭔가 이해했을 것 같아서 존경했는데 지금은 실망 투성이다. 말만했지 너무 하는 일이 없다. 

그리고 이번 당대회에서 비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똑 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새로운 내용은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의학 장비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더 발달했을 지 모르지만 예방의학은 북이 더 선진적이다. 

 

□ 코로나 백신 같은 것은 한국도 자체 개발하지 못했다. 아프리카 같은 곳은 공급량이 너무 적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북에도 필요하지 않나. 그런 차원의 협력은 비본질적이라고 하더라도 병행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당연히 필요하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북은 굉장히 융통성이 있고 적응력이 높은 사회이다. 
그렇지만 교조적으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결코 폐쇄된 사회가 아니다. 받아들인다.
 
아마도 북이 돈이 없어서 백신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북과 무언가를 협력하는데서 오류가 생길 수 있다.

러시아 백신도 있고 중국 백신도 있으니까. 

북은 일단 국가와 당에서 결심하면 과업을 준다. 그러면 무조건 해야 하는 원칙이 있다. 오히려 발전된 다른 나라들에서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할 수 없는 일을 북쪽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의미이다.

세상은 그걸 모른다. 그런 능력을 누가 키웠는 줄 아나. 처음엔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하다보니까 유격전을 정교하게 만들었다. 베트남은 미국과 싸울때 산악이 많고 지형적으로 비슷하다보니까 북에서 배운 유격전을 도입했다. 유격전에서 유래된 갱도전도 그렇고..

일본이 망한 후 미국이 제재를 하다보니까 북은 좀 더 세련되게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결국 미국이란 존재가 북을 위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생각했던 자립경제 체계로 가겠다는 결심

□ 북은 하노이에서 영변 핵시설 포기 대신 제재완화를 요구했는데 미국이 받지 않았다. 그 뒤로 북에서는 제재완화를 이야기 하지 않고 있다.

■ 북으로서는 사전에 문 대통령과 이 정도 내놓으면 될 것이라는 협의가 있었기 때문에 영변만 내놓으면 풀릴 것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제재만 풀리면 해결될 일이 굉장히 많지 않나. 경제발전 환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거기에 맞는 구도를 이미 준비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까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구도를 만들게 될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체적인 요인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미 전부터 우리(북)가 지켜 온 자립적인 이런 경제 관리체계를 확립하려고 하지 않고 뭔가 기대를 가지고 다른 체계를 생각해 봤던 그런 측면이 잘못됐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기대를 가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생각했던 그길로 간다는 것이다.

 

□ 사실 하노이 결렬 이후에 북은 제재완화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정면돌파전으로 제재를 이겨나가겠다고 하는데.

■ 이번 당대회에서 '강대강 선대선'을 말했다. 결론은 '너희가 어떻게 나와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그게 바로 주체적인 요인이다. 바이든 정부와 같은 민주당 정부인 오바마의 '전략적인내'는 실패했다. 바이든 정부가 다시 그 정책을 들고 나와도 우린 괜찮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은 계속 핵무력을 완성하면서 장성하지 않았나. 북의 자신감이라고 봐야 한다.

 

□ 이번 당대회에서 전체적인 흐름에서는 자력갱생 전략을 강조하지만 이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대외경제를 확대하려는 이중전략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대외경제 확대 전략에는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자주 역량과 연대하면서 미국은 최대 주적으로 설정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평가하나.

■ 자력갱생이란 북이 일관하게 유지해 온 구호이다. 그런데 자력갱생이라고 해서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는다거나 다른 나라의 발전된 기술을 도입하지 않는다는 것 아니다. 

그렇지만 원료같은 것을 최대한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아도 괜찮은 생산체계를 만들자는 것이 자력갱생이다. 

제일 힘든 게 석유다. 북은 원유 매장국이라고 인정은 되고 있지만 아직 개발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 않나.

그걸 자력적으로 하려고 하는 게 탄소하나공업이다. 그런 방향에서 발전시키고 있다. 

또 희토류같은 것은 북도 매장량이 많지만 없는 것도 있으니까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도 있다. 아직은 대체가 안 되지만 앞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북은 탐사 발굴이 필요한 원유매장국

북한은 세계 8위의 원유매장국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2014년 마식령스키장 부근에 있는 주유소. [통일뉴스 자료사진]
북한은 세계 8위의 원유매장국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2014년 마식령스키장 부근에 있는 주유소. [자료사진 - 통일뉴스]

 

□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김 주석 생전에 정주영 회장을 통해 평양이 석유위에 떠있다는 이야기가 돈 적이 있다. 중국쪽에서 유정의 끝 부분에 시추공을 박았다는 소문을 포함해서 여러 이야기가 있었는데...

■ 북이 석유 시추라든지, 탐사, 개발 경험이나 능력이 없지 않나. 아직은 해외에 많이 의존해야 하는데, 그들은 먼저 정치 상황을 본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분단이 되어 있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위험요소에 주목하면서 미래 가치를 염두에 둔 투자는 꺼리는 경향이 있다.

지금 미국의 대부호 한 사람이 북을 투자 대상으로 노리는 것은 북이 핵을 개발했기 때문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투자환경이 형성되어야 하겠는데, 그동안 그게 여의치 않다보니 적극적으로 개발하지는 못했다.

평양 아래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건 북의 간부들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다 잘 알고 있다. 독자적으로 개발하려고 '원유탐사총국'을 만든 적도 있다.

 

□ 평양 앞바다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됐는지 궁금하다.
 
■ 탐사는 이미 북에서도 했고 해외 투자자들도 한 적이 있다. 언제인지 시기는 확실치 않은데 먼저 중국에서 들어와서 탐사를 하다 못찾고 철수를 했다. 

이후 다른 나라에서 들어와 탐사한 결과 원유 매장 지대가 중국과 조선의 지대가 겹쳐있는데 조선쪽 지대가 낮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지금 인민들은 조선쪽에서 원유를 채굴하기 시작하면 중국쪽의 원유가 조선쪽으로 흘러 들어오기 때문에 중국이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 그 일이 김주석 때인가, 아니면 국방위원장 때인가.

■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 일이다.

 

□ 평양 밑에 석유가 있다는 건 북쪽 분들이 다 알고 있나.

■ 그럼 모두 알지.

 

□ 석유는 그렇고. 연료문제가 경제발전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원유공급이 안정적이지 못할 때 탄소하나공업을 통해서 연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 아닌가. 진척이 더딘 것 같던데.

■ 세계적으로도 탄소하나공업에 성공한 나라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굉장히 특허권이 있는 기술인데, 정말 유감스러운 것은 북의 기술적 수준을 아주 낮게 보는 것이다. 그러다 망신한 사례가 많다.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 자본화된 사회에서는 자금력이 기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과 기술력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북의 교육체계만 봐도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만한 수준이라고 본다. 나는 한국과 해외를 다니면서 여러 교육체계를 봐왔지만 아무리 발전된 사회라고 할지라도 북의 교육체계만큼 훌륭한 체계를 갖춘 곳은 없다고 확신한다.

교육체계가 우수하면 훌륭한 인재들이 나오게 되어 있지 않나. 북에서는 그 인재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키운다.

 

□ 특히 어떤 점에서 북의 교육체계가 탁월하다고 보나.

■ 북은 국가가 책임지고 인재를 개발하는데, 교육체계상 여기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 단계에서 1년마다 담임이 바뀌는 남쪽과 달리 북에서는 안바뀐다. 5년동안 한 선생이다. 그동안에 부모도 모르는 아이들의 재능적인 기질을 교원들이 발견한다. 학생의 특별한 재능이 확인되면 그쪽 방향으로 계속 지향시킨다.

또 북에는 과외소조가 있는데, 여기의 사립 학원같은 것이다. 수업이 끝나면 담임교원이 추천한 전문분야 과외소조로 가게 한다. 잘못 판단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선생들이 이쪽으로 가볼까 하고 다시 안내해 준다. 

이렇게 초등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 쯤 가면 거기서부터는 전문적인 분야로 지향이 된다.

남쪽에 비하면 두배는 작은 인구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힘을 내고 있지 않나. 그런 교육체계에서 자라는 인재들을 과소평가하면 안된다.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남북합의 이행 성의보이면 화답할 것 

2008년 5월 남측 관광객들을 싣고 금강산 관광지구로 달려온 버스로 주차장이 가득차 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2008년 5월 남측 관광객들을 싣고 금강산 관광지구로 달려온 버스로 주차장이 가득차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8차당대회때 다뤄진 내용중 경제 관련 질문을 드리고 있다. 해석이 안되거나 궁금한 것 중심으로 물어보고 있다. 북은 금강산관광을 자체적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 투자하겠다고 하면 북이 거부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남측에서는 금강산관광 사업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임해야 할 것으로 보나.

■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을 되살리기 위해 민간 차원의 접촉을 계속 하려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북이 배척하는 건 아니지만, 남측에서는 최소한 4.27이나 9.19합의에 대한 반응은 보여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그게 본질적이라고 본다. 그래야만 북도 움직일 것이라는게 이번에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나. 

아무튼 기대를 가지고 노력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으니까. 그러면 북도 하겠다고 했지 부정하는 것 아닌 것 같다. 

굉장히 밝은 전망인데, 공은 한국정부에 가 있지 않나. 한국정부의 태도를 보면 실현 전망은 어둡다.

만약 금강산관광이나 인도주의 문제를 가지고 북과 딜하려고 하면 오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좀더 본질적인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 금강산관광 사업에는 북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이고 이번에도 확인이 됐다.

■ 대외경제일꾼으로 일했던 내가 보기에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에 대해 말하기가 솔직히 좀 창피하다. 한국 사람들이나 미국사람들이 착각하는데, 거기서 들어온 돈이 핵무력 개발에 도움을 받을 만큼 그렇게 큰돈이 아니다. 계속 그렇게 주장하다가는 망신할 수 있다.

 

□ 개성공단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재개될 경우 지나치게 낮은 인건비는 다시 계산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사회주의 사회는 국가가 모든 걸 책임진다. 자본화된 사회처럼 계산적이지 않다.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민족의 화합을 위해 필요하다면, 어떤 조건도 없이 이해관계를 앞세우지 않고 진행할 수 있다.

개별 노동자들로서는 월급 외에 추가적으로 받는 게 있으니까, 국가로부터 받는 것 보다 공단을 통해 받는 게 높으니까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기본은 아니라고 본다. 사회주의 사회는 금전적인 것에만 치우치는 사회는 아니다.

또 북은 당과 국가가 호소하게 되면 아주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자기 직업을 가지고 힘들지도 않은 선택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라고 본다.

 

□ 5년전 개성공단이 폐쇄됐다. 개성공단 재개 요구를 북에서는 수용할 수 있다고 보나.

■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한국정부가 어떻게 성의를 보이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공조하는 것 말고 우리민족끼리 한 합의 중 단 한가지라도 이행하려는 성의를 보인다면 북에선 화답할 것 같다. 모든 건 한국정부에 달려있다고 본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충고하면, 개성공단이 재개되더라도 인건비 문제는 다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자본사회도 마찬가지로 언제나 고정된 가격이란 없지 않나. 총비서 견해에서는 인건비를 올리라고 강조할 것 같고, 나도 측근 실무자라면 올리자고 할 것이다. 인건비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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