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 제공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상황의 진전에 따라서는 민관이 함께하는 비상대응체제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상호 호혜적인 민간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4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민들의 관심이 워낙 높은 사안”이라고 전제하고 “일본을 향한 것이기도 한데 당부와 협의 촉구로 보면 될 것 같다”며 “(한일) 양국의 우호관계 훼손을 막기 위해서 성의있는 협의를 촉구하고 조치를 철회하기를 말씀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 언급은 일본측이 먼저 언급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선거라든지 이런 것으로 국한한다기 보다는 강제징용 문제 등을 언급했지 않나. 거기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3일 참의원 선거 토론회에서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동안은 우대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말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보상 판결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어겼기 때문에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실토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전례 없는 비상한 상황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경제계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라면서 ‘민관 비상대응체제’ 구축 검토를 밝히고 “청와대와 관련부처 모두가 나서 상황변화에 따른 해당 기업들의 애로를 직접 듣고, 해결방안을 함께 논의하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5대 기업 총수들을 만나고 있는 것은 물론 문 대통령까지 나서 민간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결방안을 협의하는 모양새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서도 차분하게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한 입장은 “기존 입장과 동일하다”며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의 성 있는 협의를 촉구했다. [사진 제공 - 청와대]

문 대통령은 “그러나 한국의 기업들에게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의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무역은 공동번영의 도구여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믿음과 일본이 늘 주창해온 자유무역의 원칙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는 것.

문 대통령은 “여야 정치권과 국민들께서 힘을 모아주셔야 정부와 기업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과 함께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기적인 대응과 처방을 빈틈없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회의 참석에 앞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기업도 만나고 있고 국민도 의견이 합치돼 있어 정치권도 만나야 한다고 본다”고 5당 합의 제안 배경을 전했다.

한편,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군사 용도로의 전용이 가능한 물품이 북한으로 흘러갈 우려”를 제기한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명확하게 어떤 부분 의혹이 있는 것인지 그쪽에서 밝히지 않고 의혹이 무엇인지 우리가 찾아나서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며 “대북제제는 국제사회 공조하에 명확하게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점 다시한번 말씀드린다”고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중장기적 안목으로, 수십 년간 누적되어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겠다”면서 “한일 양국 간 무역 관계도 더욱 호혜적이고 균형 있게 발전시켜 심각한 무역수지적자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제조업은 세계 6위 규모를 자랑한다”면서도 “우리 제조업은 후발 국가로서 초고속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근간인 핵심부품과 소재, 장비를 상당 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그로 인해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고 대외요인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의 핵심도 부품·소재·장비의 국산화 등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아울러 “정부는 부품·소재·장비산업 육성을 국가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예산·세제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하여 기업을 지원하겠다”며 “기업들도 기술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부품 소재 업체들과 상생 협력을 통해 대외의존형 산업구조에서 탈피하는 데 힘써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는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을 비롯해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조국 민정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 이호승 경제수석, 김연명 사회수석,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주형철 경제보좌관, 이공주 과학기술보좌관, 고민정 대변인 등 청와대 보좌진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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