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27일 “조미대화가 열리자면 미국이 올바른 셈법을 가지고 나와야 하며 그 시한부는 연말까지”라고 거듭 확인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권 국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미국이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합되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생각은 하지 않고 대화 재개를 앵무새처럼 외워댄다고 하여 조미대화가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과 대화를 하자고 하여도 협상자세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 하며 온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협상도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셈법을 바꾸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대신 다른 사람을 북미대화 책임자로 내보내라는 것이다.   

“미국이 지금처럼 팔짱을 끼고 앉아있을 작정이라면 시간이 충분할지는 몰라도 결과물을 내기 위해 움직이자면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는 못할 것”이라며 “미국은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가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권 국장은 또한 “조미관계를 ‘중재’하는 듯이 여론화하면서 몸값을 올려보려 하는 남조선당국자들”을 향해 “한판 끼여 무엇인가 크게 하고 있는 듯한 냄새를 피우면서 제 설자리를 찾아보려고 북남사이에도 여전히 다양한 경로로 그 무슨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한 여론을 내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진행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내외 통신사 공동 인터뷰를 겨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양국(북미) 간에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남북 간에도 다양한 경로로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권정근 국장은 “조미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며 조미적대관계의 발생근원으로 보아도 남조선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조미관계는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나가고 있다.” 

나아가 “우리가 미국에 연락할 것이 있으면 조미사이에 이미 전부터 가동되고 있는 연락통로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고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앉아 하게 되는 것만큼 남조선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국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아닌 외무성이 북미대화를 관할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권 국장은 “남조선당국자들이 지금 북남사이에도 그 무슨 다양한 교류와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남조선 당국은 제집의 일이나 똑바로 챙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한편, 북한은 26일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인신매매보고서’, ‘국제종교자유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헐뜯고 ‘국가비상사태’에 근거해 대북 제재를 1년 연장한 것은 “적대행위를 더욱 노골화”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향해 “미국의 제재가 우리 경제의 80% 이상에 미치고 있다면 100% 수준에로 끌어올리는 것이 미국의 목표인가”면서 “조미 수뇌분들이 아무리 새로운 관계수립을 위해 애쓴다고 하여도 대조선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 작성자들이 미국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한 조미관계개선도, 조선반도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7일 정부 당국자는 “오늘 ‘권정근 담화’는 미국에 대해서 셈법을 바꾸라는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우리에 대해서도 중재자 역할이 아닌 당사자 역할을 하라는 입장”이라고 풀이했다.

다른 당국자는 “정부는 (지난해 판문점과 평양) 남북공동선언을 비롯한 남북 간 합의를 차질없이 이행해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고, 남과 북,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에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추가,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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