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입김 (1)

노무자 합숙소(勞務者 合宿所)

꿀꿀이 죽으로 배 채우고
= 30원(圜)짜리건만 돈 없어 그나마 두끼로 줄여=
백환으로 하룻밤을 쉴 수 있어

(사진=좁은 방속 깜박이는 남포불 알래 지쳐 빠진 노무자들)  

○....여기 내일없는 군상들이 시들어 나자빠진 곳. 남산동 82내번지 --- 닭장과도 같은 판잣집이 즐비하다.
썩은 판잣조각을 이어 붙여 올린 二층이라고는 하나 차마 「집」이라고 부를 수 없다. 사람이 사는 곳이 못 된다.
여기를 내 집처럼 매일 밤 찾아드는 「인간의 떼」가 있다.

남대문에서 공원 쪽으로 불과 백여 걸음-「헤들라이트」가 빗발치고 「네온」이 광사(狂射)하는 밤이 되면 하루 노동에 죽이 된 자유노동자 4~5백명이 이곳에 몸을 담으러 온다.
모두가 처자를 거느릴 능력이 없는 장년들이다.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신통한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그날 품팔이로 손에 움켜 쥔 돈은 고작해서 3~4백환-허우적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가누며 먼저 찾는 곳은 진흙 구덩에서 파는 「꿀꿀이 죽」앞이다. 미군부대에서 먹다버린 먹이 - 30환을 던지고 이것으로 단숨에 빈창자를 채우는 것이다. 배를 채우면 하루밤 백환으로 쉴수 있는 전등 하나 없는 캄캄한 길을 따라 4,50개소나 되는 어느 판자집 널문을 두드리고 들어선다.

○....문을 열면 숨이 막힐듯한 악취, 퀴퀴하게 썩어가는 냄새, 구역질나는 사람의 체취, 코를 막는 먼지, 보일 듯이 안 보이는 「이」와 「빈대」 두어평씩 밖에 안 되는 이 나무궤짝안에 15, 6명이 쪼그리고 눈알만 멀거니 굴리고 있다. 「정읍 신태인」에서 올라온 정만국(鄭萬國, 55)이라는 할아버지도 이 방구석에 앉아 있다. 

고향에 있는 네 식구를 위해 죽어라고 지게를 진다. 아홉 살 되는 장남을 학교에도 못 보내고 있다. 그 할아버지는 세끼의 「꿀꿀이 죽」을 두 끼로 줄여서 석 달에 한번이라도 돈 만환을 싸 보내느라고 뼈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 할아버지가 지금 앓고 있다. 어깨가 저려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개발 사업이란 뭡니까? 우리도 할 수 없읍니까?』

한 젊은이가 팔짱을 꼬나 보이며 열정띤 얼굴로 회치고 있었다.

▲ 사회의 입김(1) [민족일보 이미지]

<민족일보> 1961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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