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1일(현지시간) 북한 측에 ‘빅딜’을 위한 대화를 제안했다. 지난달 27~28일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첫 공개 행보다.

<VOX>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개최한 좌담회에서 그는 “(북한과의) 외교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점진적으로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북한이 “핵연료 사이클의 모든 영역”을 제거하고, 화학무기와 생물무기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해야 한다고 ‘바’를 훌쩍 높였다.   

지난 1월 31일 스탠포드대 강연, 2월 6~8일 방북 전후 그가 스스로 밝혔던 단계적 접근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MIT 핵 전문가인 비핀 나랑은 <VOX>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 입장을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는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가 모든 것, 완전한 굴복을 요구한다면 어떠한 합의에도 이를 공간이 없다.”

미들버리 국제문제연구소의 조슈아 폴락도 “계속되어온 교착의 공식”이라고 비판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복기 중인 북한이 비건 대표의 제안에 호응할지도 불투명하다. 북한은 애초에 실무회담에 부정적이었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그같은 인식이 더 강화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날 비건 대표는 카운터파트인 북한 김혁철 대표가 재량권이 없다고 거듭 불평했으나, 그 자신의 재량권도 내세울만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협상 전후 비건 대표가 말을 뒤집으며 대화 파트너로서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 연구위원은 그러나 “비건이 합의를 뒤집은 건 아니고 완전 합의가 안됐던 것뿐”이라며 “북측이 비건을 안 만나려고 하겠지만 그래도 거기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감쌌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을 만난 조윤제 주미 대사는 “현재 양측이 서두르기보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를 분석하고 향후 방향을 숙고하는 시기”라며 “미국 측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원하는 바를 분명히 전달했고 지금 공이 북측 코트에 넘어가 있다고 보고, 북측의 추가 협상에 대한 입장을 차분히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추가,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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