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겨울,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 [사진제공-3·1서울민회]

우리는 직접민주주의의 힘을 경험한 바 있다. 2016년 겨울, 1700만의 촛불은 광화문을 가득 채웠고, ‘박근혜 탄핵’을 요구했던 우리 앞에 국회는 무릎을 꿇었다.

직접 민주주의가 대세가 되고 있는 세계적 흐름 앞에, 직접 민주주의가 가진 최고의 힘을 경험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것은 우리의 과제다.

평상시에는 국회에 맡겨두고 ‘이것도 나라냐’ 수준으로 나라가 요지경이 되어서야 우리는 또 행동할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고 ‘민회’는 말한다.

정치가 잘못할 때마다 1700만의 촛불이 광화문에서 호통칠 수 없는 조건에서 촛불의 생활화, 상설화가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고 ‘민회’는 말한다.

여의도의 국회를 감시하고 바른 길로 인도하는 촛불은 365일 항상 켜져 있어야 하며, 그 촛불을 민회를 통해 밝히는 것. 그것이 바로 직접 민주주의다.

2019년 3·1혁명 100년을 기념해 3·1민회를 준비, 민회의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3·1서울민회 추진위원회가 있다. 정해랑 3·1서울민회 추진위원장을 만나 3·1서울민회의 추진배경과 의의, 활동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 3·1서울민회 추진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정해랑 추진위원장. [사진제공-3·1서울민회]

□ 박준영 통신원: 민회가 제기된 배경이 궁금하다.

■ 정해랑 추진위원장: 엘리트 위주의 대의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내용을 채우지 못한다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들어보자. 직접 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논의, 체험되고 있는 유럽에 비해 대의 민주주의의 형식을 갖추는 데는 늦었는지 몰라도 촛불항쟁으로 직접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준 저력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열기가 소진된 듯한 분위기다. 사실 항상 촛불항쟁을 할 수는 없다. 사람들의 삶의 조건이 있기에 사사건건 광장에 모일 수는 없다.

현실은 촛불로 대변되는 직접 민주주의만이 대의 민주주의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조건에서 우리가 고민한 것은 ‘그렇다면 어떻게 촛불의 생활화, 상설화를 이룰 것인가’이다.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민회’다.

□ 그렇다면 민회란 무엇인가. 민회의 정체가 궁금하다.

■ 한마디로 생활정치조직이다. 민(民)의 회의체다. ‘생활정치’란 정치가 민과 떨어져서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있는 것이고, 정치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의제가 포함됨을 뜻한다. ‘조직’이란 항상적이고 상설적인 회의체라는 의미다.

기존의 국회는 돈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이 뽑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민회는 모든 이의 평등한 참여를 위해 추첨을 통해 누구나(물론 파렴치한을 제외하는 등 최소한의 규정은 있어야 한다) 참여할 수 있는 회의체다.

□ 국회 이야기를 하셨다.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국회의원은 딴나라 사람이다. 민회를 고민하신 것과 국회의 관련이 있는가.

■ 대의 민주주의는 나의 대표를 뽑아서 그 사람들이 정치를 하게 하는 것이다. 어쨌든 선거를 통해서 뽑히니 나의 뜻이 반영됐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뽑힌 사람들이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부패 타락하거나 자기 이익, 자기 정당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국회의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민의 뜻에 반하는 행위를 많이 하고 있다.

촛불항쟁이라는 우리의 경험도 그렇고, 세계적 흐름도 이제는 대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직접 민주주의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고 견제할 수 있는 구조가 이제는 필요하다. 

□ 그렇다면 민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이 우리 뜻과 다르게 행동한다면 그 사람들을 소환할 수 있다. 또한 법안 발의를 국회가 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민이 일정한 수 이상이 되면 법안 발의를 할 수 있고 투표를 통해 법안 발의 과정을 완결할 수 있다.

국가권력은 삼권으로 되어 있는데 입법, 행정은 형식상이나마 선출된 권력이지만 사법부는 선출된 권력이 아니다. 자기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파렴치한 행동들을 일삼아 왔다. 그것이 바로 사법농단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사법권력이 권력과 돈을 가진 자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다. 그런 문제는 국민들의 직접적인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며 민회는 이를 수행하는 단위가 된다.

□ 국회의원 소환을 말씀하셨는데 사실 주민소환제는 촛불 이후 국민들 사이에서 뜨겁게 오고가는 단어였고, 국회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어느새 사라진 단어가 됐다.

■ 현재의 국회나 지방의회 의원은 선출된 이후에는 통제가 안 된다. 이 당 갔다가 저 당 가는 의원들의 박쥐행보는 이제 뉴스거리도 안 된다.

그들이 당적 옮길 때 지역구민에게 물어는 보나. 민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저들 국회의원, 지방의희 의원들이 민을 정치에서 소외시키고 있다. 국민소환제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얼마나 뜨거웠나. 그러나 어느새 흐지부지 되며 지난 이야기가 되었다. 민회는 그들만의 리그가 된 정치에 적극 뛰어드는 조직이다.

□ 솔직히 국민들이 민회를 조직해 정치권에 요구한다고 해서 정치권이 들어줄까 의문이다.

■ 정치권이 들어주냐의 문제보다 들어주는 것을 의무화하게끔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제도화가 금방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제도화 이전에 민의 힘으로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은 민에게는 희망이고, 정치권에는 압박이 될 것이다.

개개의 목소리나 요구가 ‘하나’의 조직으로 울린다면 국회의 태도는 달라질 것이다. 광화문을 무대로 조직된 목소리를 내자 국회는 두려움에 떨었다.

물론 처음에는 민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처음 광화문에 모였을 때도 국회가 콧방귀나 뀌었나. 촛불이 수백만이 되고 수개월 꾸준히 지속되고 저들이 무릎을 꿇은 것이 아닌가.

시군구 10%라도 민회가 조직되고 움직인다면 정치권은 눈치를 볼 거다. 꾸준히 일상적으로 확산시켜 나간다면 민회의 결정사항이 효력을 볼 것이다. 분명히 확신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보자. 단식까지 해서 겨우 합의해놓고 딴소리를 하는 자들이 있다. 만약 10% 이상의 민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요구한다면 국회가 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재선이니까.

일단 참여해야 무엇이든 변한다는 의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직접 민주주의에 나의 최소한의 시간을 투여한다면 나의 삶, 내 아이들의 삶이 바뀔 것이다.

□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민회는 3·1민회다. 3·1혁명 100년과 관련 있는 건가?

■ 그렇다. 내년이 3·1만세운동 100년, 임시정부수립 100년이다. 100년 전 우리 조상들이 3·1절에 만세운동을 한 것은 이씨왕조를 복원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민주공화국 수립을 선포한 것이었다. 3·1만세운동의 열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100년 전에 이미 민주주의를 이야기한 것이다. 조상들이 민주주의를 거론한 이후로 100년간 형식적 민주주의를 확보했다.

그러나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자유를 확보하고,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그 무기력감 속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철거민과 노동자들은 고공투쟁을 벌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경영위기 때문에 폐업을 한 것이 정당하다는 사법부 판결이 가능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사람들을 수탈하는 자유를 지켜주는 민주주의는 곤란하다. 만주에서 동상에 걸려가며, 일본군의 칼에 찔리며 외쳤던 민주주의가 이런 민주주의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3·1민회는 앞으로의 100년은 진정한 민주공화국, ‘민’이 주인되고 ‘공화’ 누구나 차별 없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출발점이다.

▲ 3·1민회 위원 모집을 알립니다. [사진제공-3·1서울민회]

□ 지금 당장 시군구에 민회를 건설하는 것은 힘들지 않나?

■ 그렇다. 민회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직접 민주주의다. 그러므로 경험이 필요하다. 읍면동 단위나, 시군구 단위로 하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먼저 서울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서울에서 민회가 추진되자 제주에서도 제주민회가 추진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내년에는 서울과 제주에서 민회의 모범을 만들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 각지로 전파되도록 노력해볼 작정이다.

□ 그럼 서울과 제주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은 참여가 어려운가?

■ 그렇지 않다. 서울민회의 경우 서울이 거주지이거나 직장, 학교가 있는 경우, 활동지역이 서울인 사람들은 다 자격이 있다. 다른 지역 거주자도 서울민회에 함께해 민회 과정을 습득하고 공유하고 분화해 나가는 것이 좋다. 현재 민회 위원으로 신청한 사람 중 20%가 타 시도 사람들이다. 얼마든지 참여 가능하다.

□ 3·1서울민회 구성 과정을 말해 달라.

■ 내년 1월11일까지 민회위원 신청을 받는다. 추첨을 통해 310명의 위원과 30명의 예비위원을 선정하고 추첨된 위원들은 분과별로 회의를 진행한다. 현재는 정치개혁분과, 경제민주화분과, 평화통일분과, 사법개혁분과, 청년미래분과, 교육개혁분과, 환경에너지분과, 마을공화국(자치·분권·협치)분과 등 8개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분과별로 소위가 구성 중인데 전문가나 적극적인 활동가로 구성된 소위에서는 분과위원들이 토의할 수 있는 의제를 미리 정리하고 그와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위원들의 숙의 토론이 끝나면 토론 결과를 문건으로 채택하고 공표할 것이다.

□ 3·1서울민회 일정이 궁금하다.

■ 1월 15일 310명 민회위원을 추첨한 결과를 발표한다. 그리고 1월 26일 첫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오후에는 분과별 전문가 발제가 있을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2월 16일 분과별 숙의 토론을 진행한다. 3월 1일은 전체회의와 보고대회를 개최한다. 민회위원들의 임기는 1년으로 보고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추첨이 핵심이라는 거다. 추첨은 누구나 민회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거다. 물론 파렴치범은 제외다. 정치적 견해나 학력 등을 민회위원의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참여 가능하다.

□ 사람들의 참여가 관건일 텐데 그를 위한 대책은 있는가?

■ 민회와 같이 ‘항상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지 않으면 우리는 박근혜를 몰아냈던 그 힘든 과정을 또다시 거쳐야 한다. 촛불 이전에도 우리는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렸다. 우리의 참여만이 피를 먹는 민주주의를 마감할 수 있으며 ‘이것도 나라냐’가 아니라 ‘이것이 나라다’는 자긍심을 꽃피울 수 있다. 참여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권장해야 한다. 나만이 아니라 함께 해야 민주주의는 성장할 수 있다.

민회 일정을 보면 알겠지만, 토요일 두 번, 공휴일 한 번의 나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 정도의 시간은 내가 지불해야 진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 물론 3·1서울민회 추진기획단에서도 3·1서울민회 홍보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

□ 각 지역마다 꾸려지고 있는 주민자치회와의 관계도 궁금하다.

■ 주민자치회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와 주민자치 발전의 중요한 성과이다. 그러나 그것이 저절로 민회의 역할을 할 수는 없다. 때로는 주민자치회가 발전하여 민회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민회를 만들 수도 있다. 주민자치회의 가능성을 믿지만 그 자체로 놔두어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민이 주체가 되는 주민자치회이고 의제의 제한이 없다면 주민자치회는 민회 건설을 위해 적극적으로 성장시키고 연대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3.1서울민회 민회위원 신청하기 http://bit.ly/31민회_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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