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지역에서 민회가 자발적으로 조직되고 있다. [사진제공 - 노원민회]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 ‘3·1서울민회’가 민회위원 모집에 한창이다. 민회는 촛불의 일상화, 생활화를 기치로 내걸고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목표로 만들어지는 시민들의 자발적 회의체다.

시민들의 자발적 생활정치조직 ‘민회’. 아직도 그 성공 가능성에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노원구의 민회 경험은 민회의 필요성과 더불어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당시 노원구 민회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서명갑 노원시민정치연대 대표를 만나 노원구 민회의 경험을 들었다.

▲ '노원민회'는 갑.을.병으로 구역을 나누어 조직되고 있다. [사진제공 - 노원민회]
▲ '노원민회'는 150여 명이 참여해 65개 정도의 숙의안이 마련되었으며, 총회를 통해 9개안을 최종적으로 의결했다. [사진제공 - 노원민회]

서울 노원구는 지난 2017년에 ‘6월민주항쟁 30년 사업위원회’에서 제안한 민회를 긍정적으로 검토, 노원구를 갑·을·병으로 나눠 민회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150여 명이 참여한 민회에서 65개 정도의 숙의안이 마련되었으며, 총회를 통해 9개안을 최종적으로 의결했다. 그 중 하나는 현재 노원구에서 시행되고 있다.

민회위원 신청 바로가기 http://bit.ly/31민회_신청, 전화 02-722-0513.

 

“민회는 의제를 던지는 것보다 숙의과정이 더 중요”
<미니 인터뷰> 서명갑 노원시민정치연대 대표

□ 박준영 통신원 : 2017년 노원구 지역에서 민회가 개최되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 서명갑 대표 : “민회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민회’가 뭔가 했다. 일단 사례조사를 했다. 구청과 의회에도 사례조사를 해서 메일로 보낸 바 있다. 당시 광주에서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해서 직접 방문해 보기도 했다. 규모 있는 행사였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회의 형식이었기에 우리에게 맞는 형태를 고민해야 했다. 그 고민을 바탕으로 제안문과 추진계획서를 만들어서 구청, 의회, 시민사회에 민회를 제안했다.”

□ 구청의 반응은 어땠나?

■ “먼저 의회는 일단 자신들이 대의제의 주체라서 달가워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비판적 시각보다는 보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당신들이 필요한 공론장의 채널로 민회를 활용하라고 제안했는데, 의회보다 구청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노원구의 경우 협치사업이라는 지역혁신과제가 있어서 민회를 진행하는 데 행정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 노원민회 진행과정을 알려달라.

■ “7월 11일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원민회 추진위원회 간담회가 열렸다. 8월 10일 퍼실리테이터 간담회를 진행, 노원민회의 대략적인 틀을 잡았다. 8월에는 노원을 갑·을·병으로 나눠 점검회의를 진행하고 9월에는 3차에 걸쳐 퍼실리테이터 워크숍을 진행, 민회 진행방향을 공유했다. 이를 바탕으로 갑·을·병 지역민회를 1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했다. 10월 13일 노원민회 시민총회를 90여 명의 참석하에 진행, 노원민회 숙의안을 의결했다.”

□ 숙의안은 어떻게 되었나.

■ 일단 갑·을·병 지역별로 숙의안을 제출, 총회 의결을 통해 9개 안을 최종 선발했다. 노원구에 숙의안을 제안했고, 숙의안 중 하나였던 ‘성교육(현실적 성교육)을 정규 교육 과정화’하는 것을 노원구에서 받아들여 현재 시행 중이다.”

□ 150여 명이 참석했다면 적은 인원은 아닌 것 같은데, 홍보 모집 사업은 어떻게 진행했나?

■ 민회의 기본 속성이 시민 전체의 의사를 대변하는 거다. 진보진영만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행정에 지역의 모든 주민, 관변단체까지 홍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도 나중에 보니 6~70%가 마을활동가, 진보적 성향의 정당가입자 등이었다. 그래도 예전과는 달리 자치위원회 회원이나 동네활동가들의 활동이 왕성했다.”

□ 처음부터 노원구를 3개 권역으로 나눠 진행했나?

■ “처음 계획은 5개 권역으로 나누고 분야별로도 5~6개로 나눠 30명씩 의제분야별 토론 테이블을 만들려 했다. 그래서 지역적 의제, 분야별 의제로 나눠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물리적 시간의 문제, 인건비 문제, 인적자원의 한계 등…. 그래서 3개 권역으로 축소해서 진행했다.

□ 권역별 준비모임을 가졌는데 미리 준비모임을 가진 이유가 있나?

■ “지역별 의제를 미리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계획은 권역별로 분야별 의제를 선정하고 분야별로 숙의과정을 거치려 했으나 충분히 거치지 못했다. 어쨌든 민회는 의제를 던지는 것보다 숙의과정이 더 중요한데 그것을 충분히 하지 못해 지금도 아쉽다.

□ 퍼실리테이터 워크숍을 3차에 걸쳐 진행한 걸로 봐서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퍼실리테이터를 모집한 후 권역별로 배정하고 3차에 걸쳐 워크숍을 진행했다. 퍼실리테이터들이 민회에 대해 통일적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했다. 그랬는데도 부족함을 느낀다. 민회를 경험해보니 퍼실리테이터 간 민회에 대해 통일된 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민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기본 원칙을 공유했다. 진행과정의 여러 논란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민회 당시 토론을 진행하는 퍼실리테이터들 안에서는 정교하고 구체적인 토론을 위해 서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도랑을 좁혀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다.

끌고 나가는 사람들의 민회에 대한 상이 통일되어야 하고 토론 수준, 의제 수준을 이해하는 데 같은 수준으로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중구난방이 되기 쉽다.”

□ 그렇다면 노원민회의 운영 기본 원칙은 무엇이었나?

■ “1 정파적 정당적 지향적 개인적 견해차를 인정하고 민회 안에서는 시민적 관점에서 일한다. 2 사람들을 균형 있게 구성한다. 3 인원이 많아질 경우 평등성 위해 추첨을 한다. 4 찬반투표를 한다. 5 의제는 구정에 반영되도록 노력한다. 이렇게 5개의 원칙을 세웠다.”

□ 계획한 대로 민회가 진행되었다고 보나?

■ “처음에는 분야별 의제를 선정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마디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미리 정한 분과는 논의의 편의성을 위해 정한 것이 되고, 의제는 분과를 뛰어넘어 논의되었다. 그래서 더더욱 퍼실리테이터의 통일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 의제 논의는 잘 되었나?

■ “의제는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 교훈이다. 예를 들어 교육과 관련된 논의 테이블에서 노원구의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있었다. 누군가 ‘공교육의 정상화’라는 답을 냈다. 그건 문재인 대통령이 내놔야 할 비전 아닌가. 민회에서는 ‘노원구 엄마들의 공동학습방을 마련’한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의제가 구체적이지 않으면 관념적인 토론으로 그칠 수 있다.”

□ 15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공동의 의제를 가지고 회의를 하는 민회를 경험하셨다. 민회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 부탁한다.

■ “사실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을 꿈꿔왔다.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는 이미 드러났다. 주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틀거리가 있어야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다고 본다. 지난 2017년의 경험은 민회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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