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뉴욕에서 예정됐던 고위급 대화가 갑작스럽게 연기되면서, 미국 주류언론들이 북미 협상의 앞날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분석 기사를 통해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 간 외교 프로세스가 모래수렁에 빠졌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양측의 요구와 기대는 엇갈리고, 최근 몇 주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던 함정이 분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이 원하는 것은 핵 자산을 미국 또는 제3국에 넘기는 것이나 북한은 거부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핵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북한 당국자들은 미국이 먼저 공식적으로 한국전쟁 종식을 선언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해온 한국도 연내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있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일 회견에서 고위급 회담 연기 이유에 대해 “이미 잡힌 여행 때문에 그것을 변경할 것이다. 우리는 다른 날짜를 잡을 것이나 북한과 잘 지내고 있어 매우 행복하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10일부터 시작되는 프랑스 방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 만남이 어려워진 사정이 고위급 회담 연기의 배경임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 5월말 방미 때 김 부위원장은 뉴욕에 이어 워싱턴DC로 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 바 있다. 

<CNN>에 따르면, ‘외교소식통 2명’은 2차 북미정상회담 전에 풍계리.동창리에 참관단을 보내자는 미국의 요구를 북한이 수용하지 않은 것, 북한 측의 제재 완화 요구에 미국이 응하지 않은 것이 회담 연기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CNN>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난 2일 북한이 <조선중앙통신> ‘논평’ 형식으로 밝힌 ‘병진노선 복원’ 경고가 연기된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제재 완화 관련해 호응하지 않으면, 북한이 정말로 핵정책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

<워싱턴포스트>는 “핵 협상에서 미묘한 시기에 (회담이) 연기됐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진전된 비핵화 조치에 맞게 미국이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을 주창해왔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에 제재 해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몇 주 사이 양측의 입장 차이는 심화되어 왔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 국장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교차로에 있다. 누군가 신호등을 켜야 한다. 어느 누구도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화염과 분노’의 날들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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