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원불교 교무)

 

▲ 평화를 제 눈앞에서 나누고 싶었습니다.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평화일기를 쓰는 이유는

“마음은 형체가 없으므로 형상을 볼 수 없다고 하며, 성품은 언어가 끊어졌으므로 말로 가히 할 수 없다고만 한다면 이는 참으로 성품을 본 사람이 아니니, 이에 마음의 형상과 성품의 체가 완연히 눈 앞에 있어서 눈을 궁글리지 아니하고도, 능히 보며 입만 열면 바로 말할 수 있어야 가히 밝게 불성을 본 사람이라고 하리라”[대종경 성리품 6장]는 소태산 대종사님의 말씀을 새기며 평화를 제 눈앞에서 나누고 싶었습니다.

몸으로 밀고 나가야하는 글쓰기로 책임있는 평화인이 되고자 했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사실을 바탕으로 써야 했기에 한 문장 한 문장 진실과 마주해야하는 고통이었습니다. 평화의 글쓰기는 과거, 현재, 미래를 화해시키기도 합니다. 

평화일기를 쓰며 만난 르 코르뷔지에, 라이너스 폴링, 마리아 몬테소리, 함석헌, 넬슨 만델라, 무함마드 유누스. 이 여섯 분은 현장에서 끊임없이 평화와 비평화로 갈등하는 제게 묵직한 울림과 함께 듬직한 응원군이 되어 다시 세상의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등을 밀어주는 평화의 실천가들이셨습니다.
 
평화를 담고 싶습니다.

이 세상 모든 전쟁과 갈등을 해결할 힘은 무엇일까요? 원불교 소태산대종사님의 마음 사용하는 법(用心法)을 알아차리고 부터는 선입관념이나 차별성이 아닌 일하는 현장과 만나는 사람의 행동을 판단의 중심에 세우려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흐름도 골상(骨相), 관상(觀相), 심상(心相)을 지나 태도를 중요시하는 태상(態相)의 시대입니다. ‘마음공부를 하는 것은 써먹기 위함에 있다’는 소태산 대종사님의 말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그 정신을 평화의 솥에 담고자 평화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평화와 걷고 싶습니다.

세상을 잇는 평화일기는 종교와 세상의 현장을 걸어 다닌 이야기입니다.

평화는 흙냄새 풍기는 발바닥에서 나와서 양심의 혼을 따라 흐르는 강물과 같습니다.

평화는 허리를 숙인만큼 많이 만날 수 있는 전율 같은 것이었습니다.

평화일기는 제 몸으로 들어온 평화라는 가치를 관찰하는 이야기입니다.

평화를 짓고 싶습니다.

2018년 현재 제 삶의 중심은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건립현장에 있습니다.

건축 책임자로서 건축허가, 건축설계, 철거, 건축시공, 건축감리, 건축감독 그리고 건축 노동형제들과 만나며 평화는 더욱 중요한 실천덕목이 되었습니다.

‘안전이 평화’이고, 정직한 공정이 평화입니다. 건축에 사람을 향한 온정과 가치를 담은 이름을 부여하고 함께 하는 평화의 정신이 깃들고 작동하는 건축물 짓는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평화를 잇고 싶습니다.

원불교 성지인 경북 성주 소성리 사드배치 후 촉발된 원불교 평화운동을 전개하며, 성지 수호를 넘어 더 큰 평화운동의 관점으로 가고자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평화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인류의 보편적 희망인 평화를 만나고자 동시대에 사회 전분야에서 미지의 길을 개척해 걸어간 평화실천자들의 삶의 궤적이 소태산의 평화정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발견하고 싶었습니다.

유아평화교육의 개척자 마리아 몬테소리에서 근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 두 번의 노벨상 수상자인 과학자 라이너스 폴링, 종교인이자 씨알사상가 함석헌, 정치가 넬슨 만델라에 이어 경제학자 무함마드 유누스. 이 여섯 분은 20세기 동시대에 태어나 살았다는 시대적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는 원불교 창교자이신 소태산 대종사가 탄생한 1891년의 시대성과도 촘촘히 연결됩니다. 이들의 민족과 활동영역은 아프리카에서 서유럽과 남유럽, 아시아, 아메리카까지 전세계 지도위를 이으며 연결됩니다.

여섯 분은 평생 일면식도 없는 관계였지만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평생 고뇌하며 조롱, 비난과 위협을 받음에도 ‘인류 공동선을 향한 평화’라는 신념을 각자의 자리에서 포기하지 않으셨던 분들입니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연민성을 바탕으로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직면, 각 전문 분야에서 진실과 진리를 구현하며 행동하는 양심의 원형질로 진화시켜나갔습니다. 

인류는 원래 하나의 생태,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인간의 욕심으로 그 원래이던 하나의 고리가 끊어졌지요. 그 고리를 다시 잇는다는 것이 불교의 연기론 사상이며, 끊어진 원이 회복되어 이어질 수 있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어서는 것이 원불교 일원사상입니다. 

지난 겨울, 광장의 촛불에서 보여준 한 사람의 힘을 세계는 여전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평화를 향하여 공익적으로 재구성하고, 실천의 발걸음을 옮겨 앞으로의 평화로 이어가도록 오늘도 적공 정진하겠습니다.
 

원기 103년 2월 26일 정상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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