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원불교 교무)
 
 
한강은 백제시대에 위대한 강이라는 뜻의 욱리하(郁里河)라 불렸고, 광개토왕비에서는 아리수(阿利水)라 칭했다. 그리고 우리 역사에서 한반도 중앙을 흐르는 생명수가 되었다. 강 유역에서 풍성한 곡물을 얻고, 외교와 물류 교류의 중심으로 자리했다.

1953년 이후 대한민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을 뜻하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로 발전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2천만 시민들이 사는 수도권의 수자원으로 생명의 에너지원이며, 관광과 교통을 잇는 국토의 대동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새 세기를 준비하는 원불교100년을 보내면서 우리는 이제 다시 바다로 이어지는 큰 강 앞을 마주해 섰다.

▲ 원불교 100년을 맞아 곧 준공될 원불교 소태산기념관.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이토록 우리 역사에 위대하고 큰 한 가람(한강)의 중심 위치, 민족의 영웅들을 품어 안은 국립현충원으로 향하는 동작대교와 백로가 놀던 나루터라는 노량대교(한강대교)의 중간지점에 원불교의 소태산기념관이 곧 모습을 드러내 자리잡게 된다. 동해의 기운을 듬뿍 받아 안은 밝은 해와 석양의 아름다움이 동시에 드리우는 그 곳에 원불교의 새로운 100년을 맞이하는 이 시기에 새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한강변에 소태산기념관 건축을 시작하면서 "한국 건축물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라"라고 했던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저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의 일갈이 뇌리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다. 건축에서는 빠른 시공능력, 세심한 품질관리, 경쟁력 있는 가격책정 만큼이나 건축물을 생명의 언어로 다시 탄생시키고 사상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일, 지역공동체와의 어울림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자주 그러한 '사유'하기에 이른다.
 
대종사께서는 원기 9년(1924) 3월 산업혁명의 상징이던 증기기관차를 타고 경성역으로 가는 창가에서 한강을 만났다. 그리고 남산에 올랐을 때 눈앞에 펼쳐진 한강은 과연 대종사께 무엇으로 다가왔을까?

그 어려운 시기 서울을 100번 이상 대종사께서 다녀간 가장 큰 뜻은 무엇이었을까? 제자를 만나는 일, 선진문명을 시찰하는 일을 뛰어넘는 깊은 사유와 예언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따름이다. 그러한 사유의 힘은 대종사를 그저 과거의 공간에 가두지 않고 현재 우리가 세워나갈 사명의 공간으로 불러내게 한다.
 
한강변에 세워질 소태산기념관은 우리에게 지금 단순히 또 하나의 원불교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정신개벽과 물질개벽의 병진'으로 이제 다시 태어나야 함을 일러준다.
한강이 그렇게 흐르듯이, 우리도 그렇게 새로운 혁신이 진행형으로 흐르도록 해야 한다.
 
소태산기념관은 원불교 교조 소태산 대종사의 이름으로 세상에 정신개벽의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창립기 헌신과 적공으로 새겨진 새 생명인 원불교의 공공성을 세상에 널리 펼치려는 것이다. 1964년 개교 반백년기념사업회가 이루지 못했던 꿈을 참회의 마음으로 다가서서 이뤄내며, 새 교화의 발원지로 우뚝 서게 하는 것이다. 또한 교육과 훈련으로 끊임없이 생기의 발원지가 되는 것이다. 더불어 이곳이 봉공의 정신과 실천을 크게 드러내어 시민 공공성과 문화의 자산 기능이 살아나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다.
 
소태산기념관은 소박하지만 세련미를 겸비한 건축으로, 종교의 영성을 피워내는 기도와 천도 도량으로서 모두에게 열린 은혜 마당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의 건축 언어는 ‘일원을 담아 은혜를 짓다’이다. 아울러 그 내용은 소태산이 이루고자 했던 일원의 세상인 정신개벽의 터전을 담아내야 한다.
 
개발의 시대에 한강의 기적이 경제 중심이었다면 앞으로 한강의 기적은 '정신개벽'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오래 전 한강이 국가의 땅을 넓히는 전쟁의 역사였다면, 이제는 세계가 한 가족임을 깨닫고 은혜로 상생 상화하는 역사여야 한다. 그 증명을 우리들이 해야 할 차례이다.
 
작가 김훈 선생이 "쉬임없이 흐르는 한강은 ‘아무리 어려워도 길은 열려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라고 했다. 
 
원불교도 그럴 것이다. 소태산기념관을 나침반과 돛단배 삼아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강을 만나면 그 강을 타고 넘으며, 어떠한 경계를 당할지라도 마침내 개벽의 새 시대라는 거대한 바다로 나아갈 것이다. 
 
2018년 01월 28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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