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한국과 일본정부의 일본군'위안부'합의(12.28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설립에 개입했으며, 화해치유재단은 일본 정부가 거출한 10억 엔 지급 과정에 논란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청와대가 '위안부' 문제 연구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정부 지원에서 제외한 정황도 포착됐다.

여성가족부는 27일 오후 '화해치유재단'과 일본군'위안부'피해자 관련 기념사업에 대한 점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근혜, '조용하고 신속하게 설립"..화해치유재단 설립에 5일 걸려

먼저, 화해치유재단 설립 과정에서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선 사실이 확인됐다. 2015년 12월 30일 열린 관계부처회의에서 외교부는 설립절차 및 추진일정과 함께 소관부처와 별도 협의없이 재단등록부처를 여성가족부로 명시한 '재단 설립계획(안)'을 제시했다.

이어 2016년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조용하고 신속하게 설립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려보냈으며, 이에 여가부와 외교부는 같은달 29일 민관TF를 발족, '화해치유재단' 설립에 착수했다.

여가부는 점검결과, 재단 설립 과정에서 형식적 요건, 즉 서류상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여성가족부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 3조에 따라 창립총회 회의록, 정관, 재산모록, 임원 예정자 취임승낙서 등 구비서류는 갖춰졌다는 것.

하지만 통상적으로 법인 설립 허가 평균 소요기간은 20일 정도이지만 화해치유재단은 5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여가부가 지적했다. 정부가 조직적으로 신속하게 재단 설립을 서둘렀다는 대목이다.

또한, 법인 사무실의 임대차 계약을 여가부 직원이 대리로 체결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당시 이를 담당한 공무원은 "일본으로부터 출연금이 오기 전에 사무실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사무실을 빌려준다는 곳이 없어서 스무군데 넘게 알아보러 다녔고, 우리부 산하기관의 사무실을 쓸 수 있는지 알아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화해치유재단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급에도 문제가 발견됐다고 여가부는 밝혔다. 당초 재단 운영비는 일본 출연금 10억 엔을 사용하는 것으로 논의됐으나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쓰여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여가부는 국고보조를 결정했다.

2016년 8월 30일 여가부는 재단에 운영비로 2억 3천만 원의 예산지원을 결정하고 1차로 1억 5천만 원를 교부하기로 결정한 것. '일본군'위안부'피해자 명예.존엄회복 및 마음의 상처치유 사업'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해당 지원은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7조 제1항 제2호 가목에 따라 관련 사업의 수행실적이 있는 단체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실적이 전혀 없는 화해치유재단에 교부금 지급을 결정한 것은 문제로 지적됐다.

화해치유재단, 10억 엔 지급 과정 논란 야기

여가부는 화해치유재단이 일본군'위안부'피해 생존자에게 각각 1억 원, 유족에게 각각 2천만 원을 지급하는 과정에 스스로 논란을 야기시켰다고 밝혔다. '12.28합의' 당시 생존자는 47명, 사망자는 199명으로, 이중 생존자 34명, 사망자 58명에게 총 45억 6천만 원이 지급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 및 재단 관계자는 피해자를 면담하면서 한.일 합의를 긍정적으로 부각시키고 현금수령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거나 설득하는 발언들은 볼 수 있었다"며 "설득성 발언들이 보였다"고 여가부는 확인했다.

그리고 지급신청서 접수 당시에도, "일부 피해자의 경우에는 노환으로 건강상태가 좋지않거나, 오랜 중국 생활로 우리말을 할 수 없어, 비록 피해자가 사업참여에 동의 의사를 표시했다 하더라도 지급되는 현금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청와대, '위안부' 관련 사업에 블랙리스트 만드는 등 깊숙히 개입.방해

여가부는 이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념사업 조사결과도 발표했다. '위안부'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추진 위탁 운영 사업 지원 중단과 일본군'위안부' 국외자료 조사사업 등에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깊숙히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추진 지원 중단관련, 2014년 4월 3일 여성가족부와 문화재청,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업무협약을 맺고 같은해 10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사업수행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중, 2015년 '12.28합의'로 전면 중단됐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관여말고 추진과정에서 정부 색을 없앨 것"이라는 지시가 주원인이었다.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여가부는 한국위원회를 비영리단체로 설립해 등재를 추진하는 안을 청와대에 보고했지만, 2016년 초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실은 "유네스코 등재 정부 지원은 한.일 합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에 지원을 해선 안된다"고 해 결국 등재 추진이 중단됐다.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결국, 일본군'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지난 10월 일본 정부의 방해가 겹쳐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는 일본군'위안부' 국외조사 사업에도 자신들의 뜻과 배치된 연구자를 배제시키는 등 '위안부' 연구자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포착됐다.

여가부는 지난 2015년 12월 15일 일본군'위안부' 국외자료 조사사업 실시를 위해 수행기관 모집 공고를 냈다. 서울대 인권센터 연구팀이 응모했고, 여가부는 적격여부를 심사했다.

그런데 해당 연구팀의 책임연구원이 정진성 교수가 '12.28합의' 반대의사를 표명한 '일본군'위안부'연구회' 소속이었던 것을 청와대가 문제삼은 것. 2016년 1월 여가부가 수행기관 공모진행 현황과 정진성 교수의 활동을 청와대에 보고했고,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실은 사업자 선정 '보류'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여가부는 정 교수에게 "현지에서 작업할 수 있는 계획과 비용 등이 책정되지 않아 충실한 현지 작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고, 일부 국가의 경우는 저작권 문제 등을 우선 선결해야 하는 문제, 현장과 연구기관과의 연결체계 구축 등 사업계획 전반에 걸쳐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이유로 부적격 결과를 통보했다.

'블랙리스트' 당사자인 정진성 교수는 <통일뉴스>와 통화에서 "당시에 미국에서 조사를 하려고 렌트카까지 빌렸다. 그런데 여가부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연구계획서가 미비했다고 했다. 정말 기가 찼다"고 말했다.

"한.일합의에 연구까지 하지 말라는 말이 어디에 나와있느냐. 순수한 연구자를 자신들과 맞지 않다고 배제하는 것은 정말 후진국"이라며 "전 정부가 잘못한 것을 누가 모르겠느냐. 이제부터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가부는 지난 7월 21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여가부 법무감사담당관을 반장으로 화해치유재단 점검반을 구성해 조사를 실시했으며, 9월부터 기획조정실장을 반장으로 '위안부' 관련 기념사업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결과에, 여가부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하였고, 현금지급사업 집행과정에서도 할머니들께 갈등과 심리적 고통을 드린 것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며 "앞으로 할머니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이번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재단 운영방향 등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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