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위안부;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등재를 위한 국제연대위원회'는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일본군'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보류는 소실가능성이 있는 기록물을 보존한다는 매우 기초적인 이념을 내팽개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8개국 14개 민간단체들이 공동으로 추진한 '일본군'위안부' 기록물'을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보류결정을 받자, 단체들은 "객관성을 잃었다", "기초적인 이념을 내팽개쳤다"고 반발했다. 한국 정부의 노력 부족도 꼬집었다.

'일본군'위안부;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등재를 위한 국제연대위원회'는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문은 국제연대위원회에 소속된 각 국이 동시에 발표됐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번 신청은 각국 시민들과 국가들이 피해자를 이해하고 그들의 인권 회복 운동 관련 자료들을 등재 신청한 것"이라며 "일본을 비난하거나 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그렇기에 유네스코 등재소위원회(RSC)는 2016년 2월 '대체불가하고 유일한(irreplaceable and unique)' 자료라고 평가했으며, 단지, 홀로코스트와 캄보디아 제노사이드와의 비교문구를 수정하라는 권유만 내렸다.

유네스코, 일본 로비에 '당사자간 대화' 조항 이례적 삽입

그런데 상황은 바뀌었다고 한다. 유네스코 2위 분담금 납부국인 일본 정부가 분담금 납부 거부와 유네스코 탈퇴를 협박했고, '이견의 여지가 있는 등재 신청서는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를 견지했던 것.

결국, 제202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일본측 논리를 수용한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회의 운영규정안'을 승인했다. "세계기록유산사업과 관련해 유네스코 사무총장, 국제자문위원, 관련 당사자 모두 정치적 긴장을 회피하고 대화, 상호이해 및 존중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촉구한다"는 문구를 삽입한 것이다.

일본의 외압에 따른 이번 결정에, 국제연대위원회는 "일본은 도저히 문화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폭력적 행위를 해왔다"며 "등재 신청이 된 자료에 대해서 대화를 촉구하라는 것은 이미 역사해석에 개입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설사 일본에서 세부사항에 이견을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사실을 증명하는 문건에 등재를 보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식민지 피해, 전쟁피해, 국가폭력 피해와 관련된 기록물들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신혜수 국제연대위원회 사무단 단장은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외교력도 등재 보류에 한 몫했다고 지적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국제연대위원회, "한국 정부의 외교력은 소극적이었다"

이번 유네스코의 등재 보류 결정에는 한국 정부의 안이한 태도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한국과 일본 정부의 일본군'위안부'합의(12.28합의)에 발목이 잡혀 이렇다할 활동을 하지 않았던 것.

김선실 국제연대위원회 소속 한국위원회 대표는 "국제연대위 사무단은 한국정부, 특히 여성가족부에 의해 처음 발족된 것이 사실이다. 여가부가 재정지원을 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2015년 합의가 체결되면서 한국 정부의 태도가 바뀌었다. 예산을 사용하지 않아 기록 등재를 방해하거나 걸림돌 역할을 했다"고 질타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군'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발을 빼자, 다른 국가들도 이에 동조하지 않았고, 일본 정부의 로비만 거세졌다는 지적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로도 이어졌다. 신혜수 국제연대위원회 사무단 단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세 번 만났다. 외교부의 협조를 부탁하고 강 장관도 노력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일본 정부가 워낙 강수를 뒀다. 일본 정부의 로비에 비해 한국 정부의 외교력은 소극적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등재 보류 결정으로 일본군'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재추진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가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당사자 간 대화' 조항을 넣은데다, 유네스코 창설 이래 문화유산 등재를 두고 대화한 전례가 없기 때문.

신혜수 단장은 "얼마의 기간 동안, 어느 정도 대화를 하고 어떻게 노력해야하는지 모델이 없다"며 "대화라는 문구만 있을 뿐 하나도 결정된 것이 없다. 모든 것을 유네스코 사무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모든 과정에서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8개국 14개 단체로 구성된 국제연대위원회는 지난 2015년 4월 결성됐으며, 2016년 5월 영국 왕립전쟁박물관과 함께 '일본군'위안부'의 목소리'(Voices of 'Comfort Women')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록물 2천744건의 등재를 신청했다. 등재허가기관 19개 기관을 포함해 총 10개국 34개 기관, 2명의 개인이 신청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역사상 대규모의 신청이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