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오후 3시 30분 ‘특별 중대보도’를 통해, 오전 9시(서울시간 9시 30분) 북한 서북부에서 발사된 ‘화성-14형’의 정점고도는 2802km, 비행거리 933km, 비행시간은 39분이라고 알렸다. 

<CNN>에 따르면,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의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는 “보도가 맞다면 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6,700km”라고 추정했다. “하와이와 알래스카주에 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발표대로 ICBM(사거리 5500㎞ 이상)이 맞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들어 북한의 ICBM 발사는 ‘레드라인’으로 이해되어 왔다. 항공모함 2~3척을 한반도 주변으로 보내고 중국을 닦달해 제재를 한층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를 훌쩍 넘어버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직후 트윗을 올려 “이 남자(김정은)가 더 잘할 만한 어떤 것이 있겠나”라고 비아냥거렸다. 또 “한국과 일본이 더 이상 참기 힘들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에 중대한 조치를 취해 이 ‘넌센스’를 끝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미일이 연대하여 중국에 대북 압박을 강화하라고 주문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마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 전날인 오는 6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한미일 정상 만찬이 예정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처지는 다소 난감해졌다.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새 정부의 ‘대북 독트린’을 발표하려던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 논의될 대북 조치의 내용도 강경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면서 “내일부터 시작되는 독일 방문 및 G20 정상회의에서도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외교.안보 부처에서는 미국 등 우방국과 공조하여 금일 도발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조치 및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소식통은 “새 정부가 판세를 잘못 읽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지금 미국과 해보려는 데 한국이 끼어드니 반기지 않는 것”이라며 “때가 아닌데 제안을 던졌다가 북한이 차버리면 정작 남북관계를 풀어야 할 때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및 한중관계에서 시작하여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선순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으나,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킨 뒤에 남북관계, 북중관계를 풀어가는 그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보다 긴 호흡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당면한 정세 관리에 힘을 집중하면서 차분하게 대북 구상을 가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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