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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을 매듭짓기 위해 도움을 청한다”남북경협기업인들, 지원대책 요구 100일 농성 돌입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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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04  16: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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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경협 기업인들이 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지원대책을 촉구하며 100일 농성 돌입 집회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오늘 이 순간부터 뜻을 함께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평화의 씨앗인 남북경협기업의 생존과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실질적 실천행동에 돌입하고자 합니다.”

금강산기업인협의회와 남북경협기업비상책위원회는 10.4선언 9주년을 맞은 4일, ‘남북경협기업 생존권 보장 및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평화 큰행진’을 갖고 100일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경협기업인들과 시민사회단체 인사 80여명은 ‘남북경협은 죽었다’는 의미로 검은 옷에 검은 모자를 쓰고 참여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제외한 금강산과 내륙지역 1,146개의 남북경협기업들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사업이 중단된 뒤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담보와 이자를 내야하는 3차례의 대출만 받았을 뿐이다.

   
▲ 유동호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유동호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서 “무엇보다 정부는 남북경제협력과 금강산관광을 이끌어 왔던 기업인들의 절박하고 시급한 생계지원을 통해 소중한 평화와 통일의 일꾼들을 보호하고 지켜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북경협기업인들은 남북을 오가며 경제적 화합과 번영의 기틀을 만들어 가던 사람들이었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평화가 위협받는 땅,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반도에서 평화와 민족의 공동번영을 위해 자생적으로 성장해온 소중한 일꾼들, 그 소중한 씨앗들을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것.

유동호 위원장은 “이제 정부는 국민의 간절한 염원과 호소에 귀 기울여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남북 간의 대화와 만남을 즉시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기꺼이 결사항전의 각오로 이 실천행동의 선봉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 신양수 금강산기업인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신양수 금강산기업인협의회 회장은 “금강산관광 중단 9년과 5.24조치 7년째를 맞이하는 우리 남북경제인들은 병들어 죽어가고 파탄나고 말았다”며 “대기업과 공기업엔 특혜와 지원 투성인데 우리 남북경제인에겐 무관심과 홀대 그리고 이렇게 인색할 수가 있단 말이냐”고 따졌다.

특히 “지난 석달 전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개성공단에 준하는 해법을 찾겠다 했는데 통일부와 정부는 아직까지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지난 10월 1일 대통령께서 말했듯이 우리 남북 경협인들에게도 희망의 길을 열어 달라고 간곡히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남북경협 기업인 2세들이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금강산에서 푸드트럭 ‘황금마차’를 운영했던 이창희 대표의 딸 이상영 씨는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가정이 풍비박산 난 과정을 눈물로 증언했다.

   
▲ 남북경협 기업인 2세들이 경협기업인 가족의 아픔을 증언했다. 이상영 씨가 눈물을 보이며 준비한 글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상영 씨는 “어머니는 가슴의 화를 몸이 버티지 못하고 2010년 유난히 추웠던 3월 먼저 눈을 감으셨다”며 “쉬는 날도 반납해가며 일을 하던 동생은 스물아홉이라는 어린 나이에 과로라는 어울리지 않은 병명으로 어머니를 따라 먼저 갔다”고 울음을 참지 못 했다.

또한 “기다림이 독이 되어 아버지마저 뇌졸중으로 쓰러지시고 회복되기 힘든 몸으로 현재 입원해 계신다”며 “저는 이제 기다림이 희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상영 씨는 “여러분들 앞에서 저희 가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라며 “기다림을 매듭짓기 위해 여러분의 도움을 청한다”고 말했다.

북한 농산물 교역 업체를 운영하던 아버지를 둔 박효진 씨는 “철없는 저희는 가족이면서 자식이면서도 5.24조치가 무언지 모르고 살았다”며 어머니가 위암 수술을 받고 한달 만에 출근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던 힘든 과정을 소개하고 “여기 모이신 모든 기업인 엄마, 아빠, 여러분 저희가 곁에 있으니 힘내시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저는 이제 기다림이 희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문>

저는 금강산에서 사업을 하셨던 창희 식품 이창희 대표의 딸 이상영입니다.

저희 가족은 대표이신 저희 아버지, 어머니와 저, 동생 네식구가 다른 가정과 다를 바 없는 단란한 가정이었습니다. 항상 바쁘신 부모님의 사업으로 가족들이 일을 함께 하는 일이 많아 서로 무척 가까웠습니다.

2000년 초반 저희 부모님은 금강산에서 사업을 시작하셨습니다.

관광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관광지마다 따라다니는 빨간색의 황금마차라고 쓰여진 푸드트럭을 기억하실 겁니다.

한번보면 기억을 하는 강한 인상을 주던 푸드트럭이 저희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황금마차였습니다. 강한 기억을 남기자던 저희 아버지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트럭은 북쪽 사람들도 기억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편의시설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편의점에서 모든 필요한 것들을 사야했을 정도로 말입니다.

여름에는 타는 듯이 덥고 겨울에는 눈을 치워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추운 콘테이너 숙소에서 저희 부모님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개인사업자로서는 최초로 들어오셨다는 사명감으로 다른 젊은 직원에 뒤지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하셔서 당시 신문이나 tv를 통해서도 부모님의 넘치는 열정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금강산관광이 알려지며 저희 부모님은 나라를 위해서도 일한다는 생각에 시간과 돈 모든 열정을 금강산에서의 사업에 투자하셨습니다. 잠시 일을 보러 남쪽으로 내려오셔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금강산에서 보내셨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신 덕분에 저희 가족은 처음으로 해외로 가족여행을 다닐 수 있었고 저와 제 동생이 하고 싶었던 공부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때가 우리 가족에겐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 남북경협 사업자의 딸 이상영 씨(왼쪽)와 박효진 씨.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하지만 저희 가족이 행복한 날을 보내던 것도 잠시.. 저희 가족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쳐왔습니다. 2008년 7월11일 관광객피살사건으로 인해 금강산 사업지는 비상사태가 되어 저희 부모님은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입은 옷 그대로 내려오셨습니다. 며칠만 있으면 다시 올라갈꺼라 생각하셨던 부모님은 그렇게 9년이 지나도록 다시는 그곳을 가볼 수 없었습니다.

하루, 일주일, 일년...시간이 지날수록 저희 부모님 속은 타들어 갔고, 점점 지쳐가셨습니다.

아무런 기약없이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 저희 부모님은 아침뉴스부터 마감뉴스까지 혹여 금강산관광 재개라는 특보라도 나올까 늘 TV 주변을 맴도셨고 그런 기다림은 초조함으로 번져 항상 날이서 계신 부모님은 싸움도 잦게 되었습니다. 무작정 기다림의 시간은 저희 부모님의 마음을 깍아가며 병으로 자리 잡았고 답답함을 이기고자 일기를 쓰시던 어머니는 가슴의 화를 몸이 버티지 못하고 2010년 유난히 추웠던 3월 먼저 눈을 감으셨습니다.

항상 모든 것을 함께 해오신 어머니를 잃은 저희 아버지는 기력을 많이 잃으셨습니다. 저와 동생은 미력하나마 어머니를 대신해 생계를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조금씩 힘을 내시던 아버지는 없는 돈을 모아 작은 가게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나 자금 없이 시작한 사업은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휘청거렸고 더 이상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사업으로 저와 동생은 아버지의 보탬이 되고자 서로 각자 돈을 벌며 생계를 꾸려나갔습니다. 밤낮없이 일을 하며 주말에도 쉬지 않고 그렇게 저와 동생은 아버지를 도우며 버텼습니다. 그렇게 정리되지 않은 금강산 사업은 저희 가족에게 밑 빠진 독이 되어 항상 저희 가족을 힘들게 했습니다.

그러기를 3년, 제가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저를 대신해 누구보다 열심히 가족을 생각하며 집안을 다시 세우고자 쉬는 날도 반납해가며 일을 하던 동생은 스물아홉이라는 어린 나이에 과로라는 어울리지 않는 병명으로 어머니를 따라 먼저 갔습니다.

어머니와 동생을 잃은 아버지는 더 이상 버틸 힘도 남아있지 않으셨고, 아버지마저 쓰러지실까 저는 일을 하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긴장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희망만은 버리지 않고 금강산이 다시 열리면 하고 싶다는 사업 아이디어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셨습니다.

그러나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은 그 희망마저도 아버지에게서 걷어갔습니다. 기다림이 독이 되어 아버지마저 뇌줄중으로 쓰러지시고 회복되기 힘든 몸으로 현재 입원해 계십니다.

만약에.. 그 때 금강산관광이 중단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저희 부모님이 아직도 황금마차를 운영하실 수 있었더라면 저희 가족은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지지 않았을겁니다. 오히려 행복했던 그 때의 연장선상에 있었겠지요.

저는 이제 기다림이 희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희망을 담은 기다림이 저희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방금 여러분들은 들으셨습니다.

저는 제대로 된 매듭을 원하기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가 여러분들 앞에서 저희 가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다림을 매듭짓기 위해 여러분의 도움을 청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올바른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들은 ‘100일 농성 돌입 결의문’을 통해 △정부는 이달 안으로 남북경협기업 생존대책을 즉각 마련하라 △정부는 남북경협기업에게도 개성공단과 동일한 지원대책을 마련하라 △남북경협기업 생존권 즉각 보장하라 등의 요구사항을 내걸고 100일 농성에 돌입했다.

   
▲ 극단 가가의회가 각설이타령으로 현실을 풍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집회를 마치고 '근조 평화 남북경협'에 헌화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고 좌절한 시간이었느냐”고 위로하고 “대북 제재를 할 것이 아니라 대북 제재를 풀고 5.24조치를 해제하고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금강산관광을 재개함으로써 남북 간의 관계를 개선하고 대화하고 신뢰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핵문제도 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여러분들 뒤에는 4천만 국민들이 있고, 이 땅의 굳건한 민주세력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고 힘내시길 바란다”며 “여러분 가는 길에 어려움을 극복하시고 힘 내시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한 사람으로서 너무너무 죄송한 마음으로 국정감사를 잠시 뒤로 하고 이 자리에 달려왔다”며 “국회 야당 의원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간곡히 호소하고 설득하겠다. 그래서 여기 계신 분들이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들을 구제할 수 있는 특별법을 발의하고, 이 특별법이 20대 국회에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집회 직후 청와대까지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는 남북경협인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핵 정책의 실패, 대북정책의 실패를 남북경협인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면서 “이미 남북경협 보상에 관한 특별법이 7월에 발의됐고 외통위에 회부돼 있다”며 “반드시 특별법 통과시키도록 하겠고, 이 정부가 반대해 정부 여당 도움 없으면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저희가 국회에서 노력하고 정권교체를 통해서라도 남북경협의 희망과 여러분의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특별한 조치를 반드시 만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극단 가가의회의 각설이타령 공연을 끝으로 ‘근조 평화 남북경협’에 헌화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참가자들은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까지 평화 큰행진에 나섰다.

   
▲ 평화 큰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광화문 인근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100일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사진제공 - 남북경협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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