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7.12 발표된 중재재판 판결에 유의하면서, 이를 계기로 남중국해 분쟁이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외교노력을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필리핀-중국 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 하루 만인 13일 한국 정부가 ‘외교부 대변인 성명’ 형식으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격렬하게 대립하는 미.중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국의 처지를 반영한 것이다.

이날 두 문단 분량의 성명을 통해, 정부는 “그동안 주요 국제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며, 남중국해 분쟁이 관련 합의와 비군사화 공약, 그리고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규범에 따라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12일 저녁 중국은 ‘정부 성명’과 ‘외교부 성명’, ‘시진핑 주석 발언’ 등을 통해 예고한 대로 필리핀-중국 중재재판소의 판결을 거부하면서,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을 거듭 천명했다. 미국에 서버를 둔 반중국매체 ‘보쉰’은 12일 시 주석이 최근 중국인민해방군에 전투 준비 태세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양위쥔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필리핀 남중국해 중재안의 결과가 어떠하든, 중국군대는 국가주권, 안전과 권익을 확고부동하게 지키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단호히 수호하여 여러 가지 위협과 도전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핵심 논리는 역사적 권원이다. 유엔해양법협약(1982) 성립 이전, 늦춰 잡아도 1953년이면 남중국해 제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이 확립됐다면서, 'U자형으로 그은 9개의 선(구단선)' 내부에 있는 해역과 섬들에 대한 영유권을 반복적으로 주장해왔다. 필리핀-중국 중재재판소는 중국의 이 같은 주장이 법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2013년 1월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인 필리핀은 물론, 중국에 의해 배후로 지목되어온 미국은 이번 판결을 적극 환영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12일 성명을 통해 “중재재판소의 판결은 중국과 필리핀 모두에게 최종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있다”면서 “미국은 양측이 자신들의 의무를 준수하길 희망하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엔해양법을 비준하지도 않은 미국이 이 법을 근거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비판도 무성하다. 

한편, 오는 26일에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들이 모두 참석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다. 남중국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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