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민가협 사무실에서 조순덕 의장을 만났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목요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을 지나노라면 '국가보안법 철폐, 양심수 석방'을 외치는 '보랏빛 수건' 쓴 어머니들을 만나게 된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목요집회가 오는 16일로 1천회를 맞는다.

15일 서울 종로구 명륜3가에 있는 민가협 사무실에서 만난 조순덕 의장은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 들어서면서 '국가보안법 철폐, 양심수 전원 석방' 될 줄 알았는데 차일파일 미루니까, 9월 23일 목요집회를 시작했다"며 "12월까지 하자, 12월 안에는 해결되겠지 하고 시작한 게 해결되기는커녕 21년을 이어왔다"라고 말했다.

정대협 수요시위에서 '노랑나비'가 춤을 춘다면, 민가협 목요집회에선 '보랏빛 수건'이 물결을 이룬다.

"1993년 당시 안옥희 의장님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5기 의장이었던 김종식 씨의 어머니였다. 그 분이 전주에서 올라와계셨는데 그분과 당시 활발하게 활동하던 남규선 총무 등이 아이디어를 낸 것 같다. 보랏빛이 고난과 희망을 동시에 상징하는 의미라고 한다."

▲ 2012년 8월 23일 900차 목요집회. 어머니들이 쓴 '보랏빛 수건'이 눈길을 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조 의장은 1996년부터 민가협에 몸을 담았다. "제 아들(위영석)이 1996년 경원대 총학생회장이다. 아들이 감옥에는 안갔으나 몇번 연행되고 수배 생활도 오래 하고. 그 계기로 민가협에 와서 이제까지 있게 됐다."

조 의장의 경우에서 보듯, 민가협의 주축은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구속된 '양심수'들의 어머니들이었다. "아무래도 엄마들은 남편들이 감옥에 가면 그렇게 절절하지는 않더라(웃음). 그런데, 자식들이 감옥에 가면 아주 절절하게, 어디서 마이크 잡아보고 연설해본 적도 없는데, 그냥 있는 그대로 토해내더라. 그때 참 가슴 아팠다."

목요집회와 함께 민가협을 상징하는 행사가 매년 12월에 열렸던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이다. '국가보안법 실태보고서'도 민가협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39명(10월 1일 기준)의 양심수들이 감옥에 있다.

자식으로 인해 나선 길에서, 조 의장은 '다른' 국가보안법 사범들도 만났다. "처음에는 비전향장기수선생 석방집회가 저에게는 생소했다. 엄마들이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통일운동 민주화운동 배운 것도 아니잖아요. 그분들을 단순히 '남파간첩'이라 생각했는데 (목요집회에) 나와보니까 민가협 피켓 들고 '김00씨 석방하라' 하는 게 좀 신선했다."

민가협 등의 활동에 힘입어, 김대중 정부는 1999년 12월 31일 모든 비전향장기수들을 석방했다.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9월 2일에는 63명이 북으로 송환됐다.

▲ 김현주(왼쪽) 사무국장과 조 의장.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목요집회의 연륜 만큼 시야도 넓어졌다. 민가협은 매달 초 '양심수'와 '양심적 병역거부자' 집계를 함께 발표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618명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감옥에 있다.

김현주 사무국장은 "대체복무제 도입 등 제도적 개선 요구하는 활동은 현재 큰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구속된 분들 면회하거나 구치소 내 처우 개선 투쟁에 결합하는 정도다. '여호와의 증인' 쪽에서 집계해서 저희쪽으로 넘겨주고 있다."

조순덕 의장은 창립 30주년인 내년에는 이 나라에 양심수가 사라지고 민가협도 친목계로 바뀌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어차피 보안법이 있는 한 양심수는 계속 양산될 것 같다. 2004년에 국가보안법을 없앴어야 하는데. 그런저런 게 다 해소되려면 남북관계가 빨리 좋아져야죠."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